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16일 대거 한자리에 모였다.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의 출범식에서다. 모임은 정몽준·이인제·김무성·남경필·정의화·김태호 의원 등 여당의 차기 대권·당권 주자들을 망라한 31명 의원들로 구성됐다.
정치권의 관심은 특히 새누리당과 합당한 이후 대외적 행보를 자제해온 이인제(6선)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이 실질적으로 이 모임 구성을 주도했다는 말도 나온다. 모임의 대표를 맡은 원유철 의원은 “통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순수 연구 모임”이라면서도 “평소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 의원이 일부 주변 의원들에게 모임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 주변에선 “이 의원의 세력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얘기도 나왔지만 운영간사로 선임된 이완영 의원은 “이 의원 개인이나 세력화를 위한 모임이라면 차기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참여했겠느냐”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출범식에서 ‘통일신당’ 구성이 핵심으로 논의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강연자로 초청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통일 시대를 대비해 북한 동포들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까지 올바르고 공정하게 대변할 통일신당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일신당은 중국의 공산당과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역할은 영남당과 호남당으로 구분된 지금의 정당 구조로는 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의 강연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신당이라니까 솔깃한 측면이 있다”며 “통일신당은 물리적 형태의 신당이라기보다 정치인들의 강한 의지와 열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인제 의원은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단순히 분단 상황을 관리하는 게 아니고 통일을 생각한다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5·24 대북 조치를 끝내고 새로운 차원에서 대북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에 관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며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검토해 대북 정책의 본질적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태화·김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