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계열의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심의를 통과한 뒤 이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세력 간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 세력은 현행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지적하는 세미나를 연다. 박세일 전 국민생각 대표가 이끄는 보수단체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5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교육의 모색’을 주제로 기존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과 민중사관을 집중 조명한다. 보수 세력이 현행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문제삼는 세미나 등을 여는 것은 지난 5월 31일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학술회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권정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용어의 문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00년대 들어 국사 교과서에서 역사용어뿐만 아니라 서술에서도 (진보) 편향적 내용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며 “특히 민중 중심의 민족사 서술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현대사 서술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역사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등 진보 성향의 6개 역사단체는 4일 성명에서 “‘뉴라이트’ 성향의 학술 단체인 한국현대사학회 전·현직 회장이 집필자로 참여한 교학사 교과서는 검정심사에서 총 610건의 수정·보완 권고 요청을 받았다”면서 “평균 200∼300건의 수정·보완 권고 요청을 받은 다른 7종의 교과서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역사단체는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적 결함과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며 예컨대 해방 후 정치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치 해방 직후의 한국사가 미국과 소련의 의지대로 진행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5·16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데 치중하는 등 사실 관계를 객관적으로 서술하지도 않고 이미 학계에 축적된 연구성과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명희(역사교육) 공주대 교수 등 교학사 교과서 집필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가 교학사 교과서 비판에 대해 다시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내놓는 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교과서 집필학자들은 4일 “일부 언론들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비난은 사실에 근거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추측과 조작된 유언비어를 갖고 공격을 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및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이 마치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파를 의도적으로 미화하고 있는 것처럼 비판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남선 부분과 관련해서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최남선이 1927년에 조선사편수회의 촉탁을 맡은 후 친일의 길을 걸었고’라고 친일 사실을 분명히 밝혔고, 또 과제의 하나로서 주요활동과 주요경력을 조사함으로써 친일행적을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