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진정 우려하는 점은 충동적인 김정은의 성격이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6일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 금요정책세미나에서 ‘제3차 북핵 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전문가들은 비이성적이며 예측 불가한 김정은의 오판(misperception)이 남북 간 충돌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29세의 어리고 감정적인 김정은의 호기 어린 우발적 판단으로 자칫 엄청난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외신은 현 상황을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라예보의 총성에 빗대 김정은의 순간적인 판단이 뜻하지 않은 대규모 전쟁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에 북한은 전통적으로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내부 이데올로기적 논리를 펼쳐 왔다”며 “이들은 마치 ‘북한이 세계의 중심이며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나라’라는 과대망상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북한은 주체 사회·정치적 생명체에 입각한 유일수령체제 논리를 외부로 투사(投射)하면서 체제 옹호를 시도한다”며 “이는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극우 행보와도 그 괘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북한은 25일 인민군 창건 81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약식 열병행사'를 개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8시께 이 행사를 녹화중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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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에 따르면 최근 조사 결과 일본 국민들 상당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전폭파 사건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정서에 힘입은 아베 정권이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군국주의로 회기 하는 것은 결국 보편적인 세계관을 거스르면서까지 체제 유지를 하겠다는 점에서 북한과 일본의 행보가 유사하다는 것이 홍 교수의 분석이다.
따라서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문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산적한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확고하게 담보돼야 한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지금 아베의 극우 행보를 비춰봤을 때 지금이야말로 한미동맹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이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긴 했으나 이에 앞서 한국과 미국은 6·25부터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한 혈맹관계다. 미국도 한미동맹이 미일동맹보다 가치가 있다는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의 연기 또는 보류 조치가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연합방위체제하에서 핵 억지력 확보력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MD 가입, 미 전술핵 재배치, 원자력협정 개정 등 주요 현안에서 한미 양국간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대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온다면 남북대화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도 Red Line(금지선)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 없으면 대화와 지원도 보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