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朴 대통령 사심 없고 애국심 많은 분…지지율 하락 평가 아직 일러" | ||||||||||||
"아직은 평가하기에 이르다. 올해 가을까지는 기다려보는 것이 예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국심이 많은 분이다. 사심이 없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분이다. 문제는 역사와 시대를 읽으면서 나라 운영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과 경륜을 가진 사심없는 인재들을 기용하는 것이다. 이들이 옆에서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조금 지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박세일(65)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대신 다섯 가지 국정 개혁과제를 제시하면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기대했다. 지난 19대 총선 직전 '국민생각'을 창당, 정치개혁에 나섰다가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고 정치권을 떠난 박 이사장은 지난 대선 때는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 박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요즘 그는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통일'이라는 두 가지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통일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동안에는 대한민국을 선진 일등국가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앞장섰지만 한반도의 통일이 없으면 선진화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통일'에 집중하고 있다." 박 이사장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여전히 소원해 보인다. 지난 2004년 탄핵정국 속에서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총선을 치르게 된 박 대통령이 서울대 교수였던 박 이사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 총선을 함께 치르면서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은 그에게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까지 맡기며 신뢰했고 17대 국회에서는 정책위의장에 임명, 무한한 신뢰를 보냈지만 세종시 문제와 관련, 박 이사장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결별했다. 박 이사장은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대북정책을 보니까 도저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어떻게 보면 북한정권의 입지를 강화해주고 분단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돼 있어서 큰일 나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판단해서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과) 정책에서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안보관과 국가관에서는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에게 다섯 가지 국정 개혁과제를 우선 확정하고 거기에 걸맞은 인재를 발굴할 것을 조언했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목표로 한 대북정책을 세우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세우려는 노력을 하고 ▷신성장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한편 ▷복지정책의 구조개혁과 ▷정치개혁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박 대통령이 탄핵정국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과정에서 "혼자서는 안 된다. 좋은 인재를 뽑아서 함께해야 한다고 건의했더니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겼다"며 "당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긴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지금과는 달랐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도 들렸다. 그는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이 통일보다는 분단의 안정적 관리에 목표를 뒀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큰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한이 중국의 변방 속국이 돼 분단이 고착화되고 38선이 국경선이 되는 길이 있고, 어떻게든 통일을 이뤄내 남북이 발전하고 동북아시대에 우리가 세계 중심국가가 되는 길이 있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분단 관리였다. 이제 남북분단을 돌파하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분단을 유지하는 데 압박하느냐 유화적으로 하느냐의 논쟁이 있었지만 둘 다 실패다.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없었다. 이제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통일을 목표로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목표가 분단관리에 있으면 실패한다. 북한을 정상국가화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면 성공할 수 있고 그것도 북한 지도부가 아니라 북한 주민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그동안 북한의 지도부,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다. 북한 주민과의 신뢰를 쌓는 쪽에 치중해야 한다. 북한 정상국가화의 주체는 북한 주민이다. 진보정권 10년간 대북정책은 북한 정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고, MB정부의 압박정책 효과도 별로 없었다. 압박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그들의 고통은 북한 지도자가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이다. 분단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는 없다. 북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통일문제도, 북핵문제도 못 풀고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 점점 빠져드는 문제도 못 푼다. 분단관리만 하다 보면 북한은 중국화 될 수밖에 없다." -이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분단관리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통일에 대북정책의 목표를 둬야 한다. 그러면 전략이 달라진다. 분단을 유지하려는 것과 북한의 변화 없이 한반도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은 전략이 다르다. 북한에서도 정상국가화를 지향하는 세력을 만들어주고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북한이 핵을 갖지 않고 개혁개방으로 나가 평화통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정부의 초반 지지율이 역대 최저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불만이 많지만 종합적인 평가는 아직 이르다. 아직 이 정부는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목표로 한 대북정책을 세워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15년 동안 대한민국의 가치가 많이 흔들렸다. 헌법과 역사를 소중하게 세우는 노력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국민통합은 그 공통가치를 중심으로 할 수 있다. 셋째 신성장 전략을 짜고 각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교육개혁, 노동개혁,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를 줄이는 개혁, 금융과 공공 부문 개혁도 해야 한다. 넷째, 복지구조 개혁이다. 복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니다. 사회구조변화에 맞춰 복지 프로그램 구조를 다시 짜고 복지전달체계를 바꿔야 한다. 다섯째, 정치개혁이다. 우리 정당은 선거용이다. 정당이 국회 안에 있지 국민 속에는 없다. 정당개혁, 선거제도개혁, 의회개혁을 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개혁을 해야 대한민국이 선진화로 나아갈 수 있다." 정치개혁은 야당이 하는 게 아니라 여당부터 앞장서야 한다. 얼마 전 우리 재단이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과 국제회의를 했는데 거기서 중국의 한 교수가 한반도 통일의 시대는 이미 왔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통일 주체가 되기에는 희망이 없고 남한도 통일을 이뤄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 민주주의 때문에 그렇다고 지적했다. 반박했지만 속으로 공감했다. 지금과 같은 정치로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을 짜고, 통일을 추진할 수 있을까 굉장히 반성했다." -지난 총선에서 신당을 만들어 정치개혁에 나섰지만 1석도 얻지 못하고 참담하게 실패했다. "대실패다. '국민생각'이라는 신당을 만든 것은 우리 정치의 이념적, 지역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가비전과 민생정책을 소중히 하는 정치를 해보려고 했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하나로 모아 정책경쟁을 하는 생산적 정치를 하려는 뜻이었다. 총선에서 몇십 석을 얻으면 극단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세력과 연대하려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다. 그런데 우리 자체의 준비가 부족했고 선거구도가 다시 양극화로 확 바뀌는 바람에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지만 국가전략에서는 박 대통령과 교감이 있을 수 있다. "개별 정책에 대해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가발전전략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세종시를 둘러싼 당시의 갈등에 대해 묻자) 평생 국가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연구한 학자로서 '수도 이전으로 지역발전을 한 나라가 없다. 그것도 분할해서'라는 생각이 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미 보기 위해서 한 것 아니냐.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크게 잘못한 결정을 했는데 아니라고 한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아니어도 좋지만…. 그래서 그 방법으로 내가 국회를 떠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박 대표와 나와의 관계나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국가전략원'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박정희 시대에는 국가발전의 핵심이 경제발전이라는 점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용했다면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통일 전략과 고도성장 전략, 양극화 극복 전략 등 모든 국가 전략을 종합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국가차원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었다.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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