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29ㅣ주간경향 952호
ㆍ한나라당과 보수사회서 우려의 목소리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중도를 껴안은 ‘대중도 신당’을 표방하는 ‘박세일 신당’에 대한 보수진영 내부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당 창당을 통해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보수진영의 분열을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준비 중인 신당 창당을 두고 한나라당 내부는 아직 잠잠하다. 관심이 적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박세일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박세일 신당에 참여할 인물과 정당의 지향점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박세일 신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박세일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정몽준 의원 등 정치인들은 신당 참여를 부인하고 있다.
11월 14일 정몽준 의원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개혁을 못 하니까 이런 일(박세일 신당 창당)이 생긴다고 본다.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상당히 이상적인 것으로,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세일 신당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세일 신당=반박근혜’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세일 신당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의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한 친박계 의원은 “딱 보니까 공천 탈락자가 뭉치는 급조 정당이라는 느낌”이라며 “본인이(박세일 이사장) 어떻게 사람들을 모을지 모르겠지만,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그쪽에 뭉쳐 세력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공천에서 떨어진 후에 모여서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이 능력이 있지만, 일반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는 없지 않나. 당내에서도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한나라당 관계자도 있었다. 11월 15일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흔들다가 밤송이가 떨어져서 머리통 터진 사람이 많다. 누구를 막론하고 인위적으로 흔든다면 반드시 밤송이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시선은 반박근혜 정당
박세일 이사장은 “반박근혜 신당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아직은 박세일 신당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평가가 나쁘지만, 박세일 신당이 깃발을 올리면 한나라당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정치인들이 박세일 신당으로 뭉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신당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나 신당을 만들 가능성은 아직은 그리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박 전 대표의 인지도를 앞설 만한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굳이 한나라당 간판을 버릴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세일 신당은 친이계가 뭉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보수 시민사회진영도 박세일 신당 창당이 보수진영의 분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과 정통보수라고 자처하는 진영 사이에서 박세일 신당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13일 야권 인사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민주진보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모임을 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박세일 신당 창당작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정치라는 것이 여론을 얻어야 한다. 11월 15일부터 16일까지 부산에서 박세일 이사장이 3건의 행사에 참여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박 이사장의 신당 창당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이 냉소적인데, 여론은 정반대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의 여론을 못 읽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세일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대중 NGO 조직인 선진통일연합 임헌조 공동대표도 “한나라당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보수진영은 박세일 이사장을 호의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박세일 신당이 과거처럼 밀실에서 깜짝쇼처럼 만들어질 수 없다. 박세일 신당에 참여할 인물이 구체화되고, 정당 성격이 나오면 보수진영이 호의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대되는 목소리도 거세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박세일 신당도 보수진영의 기득권 싸움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박세일 신당은 보수진영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뉴라이트 쪽 인사들이 추진하는 것이다. 그들이 박근혜 전 대표처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라며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신당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를 중심으로 뭉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당은 기득권 싸움에서 나온 것”
자유주의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도 “박 이사장이 하려는 신당은 새로운 보수가 아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빅텐트론 같은 중도정당이다. 안철수 교수, 김문수 지사, 정몽준 의원이 연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박 이사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 다른 보수를 생각한다면 원류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중도를 이야기한다. 박 이사장의 신당은 보수정당이 아니다. 보수 인사들을 많이 만났지만 박 이사장의 신당에 무게를 두는 사람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보수적인 NGO도 박세일 신당을 우려하고 있다. 박세일 신당이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보수진영이 분열되는 씨앗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우리 NGO들은 보수정당이 새로운 시그널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에 여러 번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꿈쩍도 하고 있지 않다. 박세일 신당이 보수진영에 이런 자극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박세일 신당이 보수진영의 분열을 가져오고 저쪽(진보진영)에만 도움을 주는 결과가 될까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