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29ㅣ주간경향 952호
ㆍ내년 총선 전국에 후보 내 20석 이상 의석 획득 목표
보수진영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 이사장이 신당 창당에 나섰다. 박 이사장은 11월 15일 부산지역 시국강연을 시작으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대(大)중도신당론’을 설파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대전·광주·인천 등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지역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지방 순회강연을 마무리한 뒤 12월 초 서울에서 각계각지 인사들이 참여하는 만민공동회를 개최, 신당 창당을 정식으로 선언할 예정이다. 내년 4월 총선 출마자들이 예비후보등록을 하는 12월 13일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우는 것이 목표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11월 15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린 ‘해운대 늘배움 아카데미’의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세계 선진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이사장 측은 이미 창당 기획팀을 가동하는 등 신당의 밑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이 기존 정당과 다른 점은 당내에 정치학교를 두고 미래의 정치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또한 신당은 국회의원 중심이 아닌 원외 중심 정당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신당은 원내대표와 원외대표를 따로 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당내 비전정책연구소에서 개발한 정책을 입법·정책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전국에 후보를 고루 내고, 최소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 이상의 의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이사장 측은 대중도신당에 참여할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으며, 박 이사장이 직접 영입할 인사들을 면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북주의자’만 아니면 문호 개방
박 이사장 측은 진보와 보수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을 추종하는 ‘친북주의자’ 또는 ‘종북주의자’만 아니면 모두에게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이사장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창당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진보인사로는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가칭) 대표, 보수쪽 인사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보수시민후보로 추대됐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이 박 이사장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김문수 경기지사도 박 이사장의 정치 상황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또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정운찬 전 총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신당을 함께 할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여준 장관은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박세일 이사장 측과 통화한 적도 없고, 연락받은 적도 없다”며 “(보수신당 창당에)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친이(이명박)계 등 한나라당 현역의원 일부도 보수신당 출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친박(박근혜)계와 홍준표 대표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이들이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대 총선과 비교해볼 때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도 현역의원들 중 40% 이상을 물갈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현역의원 169명 중 68명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들 중에 상당수가 보수신당으로 말을 바꿔 타고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친이계는 한나라당에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친이계는 이미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과 7월 전당대회에서 잇따라 패하고, 비주류로 전락했다. 당내 권력구도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넘어간 지 오래다.
진보진영의 장기표 대표가 박세일 이사장과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녹색사회민주당은 창당발기인 대회를 갖고,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아직 정당으로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이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신당을 창당한다면 녹색사민당의 당원과 조직도 자연스럽게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장기표 대표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해야 하는 대중도당에 나도 함께 할 것”이라며 “구정치세력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참신한 인물이 신당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2월 24일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박세일 정책위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보수신당의 양대 핵심축은 박세일 이사장이 거느리고 있는 한반도선진화재단과 선진통일연합(선통련)이다. 한선재단은 싱크탱크이고, 선통련은 액션탱크인 셈이다. 한선재단은 한선국가전략포럼 등 7개의 포럼을 구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정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상백 한선재단 사무처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하고 거기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통련은 국내외에 80여개의 지역별, 직능별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정회원만 1만여명이다. 때문에 신당의 하부조직을 갖추는 데 선통련이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헌조 선통련 공동대표는 “신당 창당에 선진통일연합 조직이 도움이 되겠지만 선통련이 주도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통련 이외에도 신당 창당에 다양한 사람과 세력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수신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보수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현재로는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수신당이 성공하려면 한나라당의 위상이 현저하게 약화돼 지지층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유력 대선주자가 신당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야권에서 ‘안철수 신당’은 이런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므로 파괴력이 있겠지만 보수진영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현재 한나라당 지지도가 30% 이상으로 강력한 데다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마저 있기 때문에 보수신당의 지지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서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아
한나라당 내 쇄신파와 친박(박근혜)계는 신당 창당 움직임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지금 인물의 대표성이나 세력으로 볼 때 굉장히 취약하다. 그래서 당을 만든다 해도 그것은 굉장히 미약할 것으로 본다”며 “일종의 박근혜 전 대표 흔들기가 아니겠느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2005년 초 행정수도 이전문제로 당시 박근혜 대표와 대립하다 결국 국회의원직을 내던지는 등 박 전 대표와 악연이 있다.
박세일 신당은 결국 대선후보를 포함한 파괴력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인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보수신당에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야권의 국민참여당과 같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참여한다면 기존의 정당들과 경쟁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