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29ㅣ주간경향 952호
“한나라당 많은 의원들 신당에 관심 가질 것”
보수의 이데올로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 이사장이 보수신당을 창당하기 위해 돛을 올렸다. 야권에서 ‘안철수 신당’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에 맞서 신당이 창당됨으로써 보수진영의 정치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특히 보수신당은 유력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박세일 이사장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이른바 ‘대(大)중도신당’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밖에 그리지 못할 것인가. 지난 11월 16일 서울 필동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실에서 박 이사장으로부터 신당 창당 구상을 들어봤다.

신당 창당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아직은 검토 중이다.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중국의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지난 2008년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내부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요즘 복지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정당인데, 현재 정당들은 앞으로의 국가 비전과 국가전략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정당들은 국민을 통합시키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보다는 국민을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통합보다는 이념과 지역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중요한 국가정책도 당리당략에 따라 이용한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신당 논의가 시작됐다.”
신당의 참여세력으로 보수·중도·진보 진영을 모두 아우른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그것을 대(大)중도신당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사회에는 진보, 중도, 보수의 이념층이 있다. 각각의 비율로 보면 30%, 40%, 30%가 될 것이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중도(40%)는 소(小)중도이고, 대중도는 소중도에다 개혁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국민 전체의 75% 정도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정당구조에서 진보와 보수 정당이 있지만 사실은 국가정책의 70~80%가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20~30%의 차이로 인해 무한투쟁을 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모여서 미래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적 움직이 일어나야 한다.”
신당의 운영방식 중 기존 정당과 다른 면이 있다면 어느 것이 있나.
“국민통합 정당, 국가전략을 가진 정당, 국회의원 중심이 아닌 당원과 국민 중심 정당이 될 것이다. 당이 국민과 대화를 통해서 정책 이슈를 개발하고 이것을 당 안에 있는 비전정책연구소에서 정책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즉 국회의원은 연구소에서 생산한 정책을 국회를 통해 입법화하는 일을 하면 된다. 또한 당에 정치학교를 세워 차세대 지도자를 육성할 것이다. 이들을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에 보낸다. 현재의 국회의원 중심 정당으로는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없다. 이제는 당원과 국민이 중심이 되는 원외 중심의 정당구조가 필요하다. 현재의 정당은 국회의원들의 사조직으로 돼 있다.”
박 이사장께서는 지난 6월 선진통일연합(선통련)을 출범시킬 때 선통련은 정당의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신당의 인물과 조직은 선통련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것은 아니다. 선진통일연합은 선진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운동 단체다. 앞으로도 선통련은 국민운동 조직으로 계속 갈 것이다. 다만 선통련 회원들 중에서 정치개혁운동에 일부는 참여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선통련을 떠나거나 양쪽을 같이 하거나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신당이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데.
“그런 면도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성공한 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도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다.”
친박(박근혜)계 등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이 보수의 분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친박계가 신당 창당을 보수의 분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신당은 보수와 진보가 함께 정치하는 시대를 열어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정파의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 정당들이 자기 변화를 하지 않고 기득권을 고수하면 경쟁관계가 될 수 있지만, 우리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하면 같이 갈 수 있다.”

신당에 참여할 인사들과 관련해 다양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총리, 심지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문수 지사와 정운찬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잘 안다. 평소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걱정을 같이 하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하고도 이런(신당 창당) 얘기를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하고도 접촉하고 있나.
“아직 많은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만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대화를 한다면 한나라당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혹시 민주당 의원들도 영입 대상인가.
“민주당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김부겸·송민순·강봉균 의원 등이 그들이다. 특히 강봉균 의원은 나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할 때 강 의원은 국무총리실에서 일했다. 굉장히 일을 잘 했다. 그런 사람들과 힘을 합치고 싶다.”
진보진영의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가칭) 대표는 신당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 장기표 대표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나.
“장기표 대표와는 대학 동기로 절친(친한 친구)이다. 대학교 때 학생운동단체를 같이 조직했다. 그것이 동숭학회였는데, 법대 2학년이 되면서 사회법학회로 발전했다. 서울대를 같은 해에 졸업하고, 나는 해외로 유학갔고 장 대표는 노동현장으로 갔다. 최근에도 자주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 당을 만드는 데에 장 대표도 특별한 이견이 없다. 같이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대선후보로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원장의 멘토인 법륜 스님도 최근 한나라당 초선 모임인 ‘민본21’ 초청 토론회에서 “보수는 중도·진보를, 진보는 중도·보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안철수 원장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때문에 안 원장의 정치적 견해는 잘 모른다, 한 번 같이 만나서 (신당문제를) 논의할 때가 올 것이다. 법륜 스님 얘기는 신문에서 봤다. 법륜 스님 말에 대찬성이다. 최근에는 스님을 만나지 못했다. 옛날에는 자주 뵈었다. 앞으로 법륜 스님을 만나면 나라에 대한 걱정을 함께 할 것이다.”
기존 정치권은 20~40대의 거센 정치불신과 저항의 앞에 놓여 있다. 정치권이 등록금·일자리·보육·교육·주택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이들 문제는 개별 정책으로 풀려면 인기영합 정책으로 흐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종합적으로 풀어야 한다. 첫째, 신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산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은 현재의 정보산업 중심에서 최첨단 고급서비스산업, 생명산업 등으로 전환해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교육개혁이다. 현재는 교육이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변화가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만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 단지 반값 등록금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셋째, 고용·복지·교육의 연계된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없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교육을 받고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동안 정부에서 생계비와 직업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복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비정규직 문제도 풀 수 없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