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했던 우리 원내정당들의 평균 수명이 44개월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봤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종 신당(新黨)설이 돌림노래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당의 목적은 분명 정권의 획득에 있지만 정당의 생사는 오직 국민과의 소통에 달려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국민들과 괴리된 채 '그들만의 리그'만을 갈구하다가는 피지도 못하고 소멸하는 것이다.
'박세일 신당’의 실체는 '박근혜 신당'이나 '안철수 신당'보다 뚜렷하다. 전자는 당사자가 일축하는 바람에 없는 얘기처럼 돼가고 있고 후자도 당장의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철수 교수가 적어도 내년 총선 전후까지는 메시지정치로 제도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며 정치적 영향력만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박세일 신당’은 다음 달로 시점까지 못 박았다. 출항동력의 근저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로 불안하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지난 몇 년간 철옹성같이 유지돼 오던 ‘박근혜 대세론’에 조금씩 흠집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박 전 대표가 보수우파를 아우르며 집권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결합하는 대(大)중도신당과 원외중심 정당을 지향하는 ‘박세일 신당’의 성공여부는 참여 인사들의 면면에 달려있다.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이들이 선뜻 동참해줄 지는 의문이다. 사실 내년 총선전망이 극도로 어두운 상황에서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 수도권 의원들이 ‘박세일 신당’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류가 실제로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오는 상황까지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좀 더 촘촘하게 간을 보고 계산을 할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평가절하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극우파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도움에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친박계와 박 교수간의 구원(舊怨)이 녹아있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와 결별했던 박 교수는 박 전 대표와 정치적 의견이 달랐을 뿐이라며 화해하고 말 것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친박측은 박 교수의 ‘배신’으로 보고 있다.
언뜻 보면 ‘박세일 신당’은 반(反)박근혜 전선의 선두에 서 있는 듯하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닌 것이 박 교수가 신당을 만들려는 가장 큰 이유는 좌파 정권의 출현을 막는데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박 전 대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박세일 교수는 신당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대권주자로서의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이다. 또 그랬을 때만이 보수분열을 야기했다는 멍에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양창욱 기자 / 2011-11-17 오전 10:5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