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0일(월)
조선일보 A18면
"통일 후 미군 휴전선 안 넘을 것" 中에 미리 알려 안심시켜야
[北에 중국 개입 막으려면]
中이 동해·남해로 진출 땐 美7함대로 制海權 장악을
우리 입장을 먼저 정해야 주변국들 조율할 수 있어…
통일 후 북한 이끌 수 있게 탈북자 교육수준 높여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조선일보가 27일 '통일과정에서의 안보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제2차 통일포럼에서는 북한 급변사태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과 그 대처 방법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7일 7박8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1년 사이 세 번째 방중이다. 갈수록 밀착하는 북·중관계를 파고들지 않으면 통일의 빗장을 열기가 어렵다.
◆"중국을 안심시켜야"
남창희 인하대 교수는 "인민해방군 매파와 일부 공산당 지도자들이 중국 내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외 긴장과 강경 드라이브를 선호할 수 있다"며 "중국이 한·미연합군의 북한 수복작전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약이란 '통일 후 주한 미 지상군이 현 휴전선 이북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서해를 지향한 공세적 미군전력을 한반도와 부속 도서에 사전배치(preposition)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이다.
송종환 명지대 초빙교수도 "(북한 급변시)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대량 탈북 사태와 압록·두만강에 미군이 오는지 여부"라며 "통일 이후 미군은 북한 지역에 주둔하지 않는다는 것, 북한 난민은 유엔 등을 통해 관리한다는 것을 중국에 전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준 국방대 명예교수는 "유사시 국군이 미군과 함께 휴전선에 들어가면 중국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미군의 지원을 받더라도 (북한 지역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 군 단독으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설사 중국이 개입하더라도 이성을 잃어선 안 된다"며 "중국 개입시 우리 국민들이 국내 중국인이나 중국 자산에 대해 극단적 반중(反中) 행동을 취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평소 중국과 비군사 분야에서 신뢰를 구축하자는 의견도 개진됐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는 "백두산 화산 폭발이나 영변 핵시설의 방사능 유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면 (유사시 중국 개입과 같은)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서 "2015년 주한미군 재배치로 미군이 빠지는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의 지휘통제시설, 훈련장, 숙소를 동북아 자연재해 센터로 쓰면 북한 급변사태 시 요긴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압박해야"
선제적 압박으로 중국의 개입을 미연에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경영 교수는 "중국군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동중국해에 미 7함대 전력을 미리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중 간의 경제협력이 가속화해 나진항이 중국 품에 안길 경우 북·중 간 해상 물동량이 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동해와 남해로 진출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하지 못하면 재앙"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유사시 휴전선 위로 올라가야 한다면 미군과 함께 올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래야 중국이 개입하려 할 때 '미군을 내려 보낼 테니 중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식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미군의 도움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초빙교수는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原電) 폭파, 올해 다국적군의 리비아 폭격과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은 모두 국제법을 무시한 것이지만 비난 몇번 듣고 흐지부지됐다"며 "국제법도 어길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야 통일이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의 중국화 경계해야"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대장)은 "북한이 중국 땅이 된다는 건 북한 땅에 중국 인민해방군 해·공군이 주둔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상황"이라며 "이것이 미국·일본·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일·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중국화(化)'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촉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통일 후 북한 지역을 이끌어 나갈 인재들을 우리가 미리 육성해둬야 한다"며 "탈북자들에게 석사 이상의 교육을 받게 해 기업 경영인, 정치인, 정부 관료의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조동준 서울대 교수는 "급변사태 시 우리가 개입하게 된다면 민족자결의 이름이 아니라, 북한 주민 인권개선 같은 인류보편적인 명분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중국 등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어찌하든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하에 들어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되면 민족적 재난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무엇보다 우리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우리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주도하면 미·중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제2차 통일포럼 참석자] <가나다順>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태준 국방대 명예교수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남창희 인하대 교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휘락 국민대 초빙교수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송종환 명지대 초빙교수
이원우 인하대 연구교수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
정옥임 한나라당 국회의원
조동준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