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국제 콘퍼런스]
"경제에 관심 보이는 김정은 후계자로 인정해야"… "북한엔 덩샤오핑 같은 인물 없어… 개혁에 의문"
[한반도 통일 전략과 동북아 공동 번영의 비전] 美·中 참석자들 이견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이 될 수 있을까.
왕자이방(王在邦)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0년간 김정일은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 발전된 지역을 찾아다녔다"며 "중국 경험에서 뭔가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작년에 '총알보다 곡물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었다"며 "그를 후계자로 인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중국에는 덩샤오핑이 있었지만, 북한은 그런 인물이 없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이 중국의 하이텍 시설을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개혁에 관심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동안 김정일의 방중(訪中) 일정을 살펴보면 김정일은 지난 20년간 계속 그렇게 해온 것"이라며 "결국 (김정은이 등장해도) 개혁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의 미국과 중국 역할을 놓고도 양국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왕 교수는 "한국·북한·중국의 3자로 구성되는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발비나 황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을 배제한 채 남북한과 중국 간의 협력체를 만들자는 발언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연평도에 대한 재반격을 하지 않게 해 갈등이 고조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자 방청석에 있던 한 교수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스인훙 교수는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콘퍼런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11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하자 발비나 황 조지타운대 교수 등 외국 참석자들은 수첩을 꺼내놓고 메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