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전거 보관대 양만 늘면 뭐하나”
최근 자전거 이용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자전거 보관대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과 자전거도로변에 설치된 보관대 상당수가 잘못된 이용과 방치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 오토바이, 전동식 포장마차 등이 보관대에 묶여 있거나 쓰레기가 보관대 주변을 점령해 사용이 어려운데다 미관까지 해치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현재 4237개소 12만1092대를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돼 있다. 1개 자치구 당 평균 4840대를 보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시(도시교통본부)는 가을철 자전거 이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내 190개소 1853대를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보관대를 확대 설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관대 수의 증가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보인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배민경(여·26)씨는 아침마다 곤욕이다. 보관대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없어 아침마다 사무실 창고 틈에 자전거를 밀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보관대에 몇 달째 방치된 자전거들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보관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사당역 주변 자전거 보관대 50개에 묶인 자전거 48대에 표식을 부착한 뒤 일주일간 관찰했다. 일주일간 보관대에 그대로 묶여있는 자전거는 무려 22대에 달했다. 사용가능한 보관대는 28개에 불과한 것이다. 이 중 5개에는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고 3곳에는 쓰레기가 이용을 막고 있었다.
25일 오전 수유역 6번 출구옆. 주황색 천막이 덮힌 전동식 포장마차 4대가 자전거 보관대 10개를 차지한 채 묶여있다. 이수역 자전거 보관대에도 오토바이와 먼지 쌓인 자전거가 묶여 있다. 가로수에 자전거를 묶어버린 최모씨(28)는 “나도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이처럼 자전거 보관대 이용이 어려운 것은 보관대 양의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이용과 설치 당국의 관리 소홀 등이 원인이다. 자전거 동호회 소속의 김준영(27)씨는 “발산역 자전거 보관대는 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전거만 가득할 뿐 아니라 보관대 상태가 더러워서 세우기도 싫다”고 말했다.
보관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관대 질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객이 늘어난 만큼 보관대 양을 늘이는 것에만 치중했었다”며 “현재는 CCTV를 설치하는 곳이 생기고 있는 만큼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했다.
(배동주 기자, 청년한선기자단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