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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전직 남성 국회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유감] 통권278호
 
2023-11-28 13:41:55
첨부 : 231128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78호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최근 민주당 모 전직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으로 매스컴이 시끄럽다. 그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윤석열 정부를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비유하면서 동물농장에는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여기서 설치는 암컷은 김건희 여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참석자들은 이 발언에도 박수치며 같이 웃었고, 동석했던 여성 국회의원들도 누구 하나 이 발언에 대해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여성비하 발언은 표현의 자유?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이러한 여성비하 막말이 표심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여 당 윤리심판원의 결정도 없이 당 지도부 전권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초고속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당한 전직 의원은 사과도 없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Its Democracy, stupid! 라고 적었다. 그는 Democracy란 단어를 통해 민주주의가 함의하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징계에 반박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DemocracyD를 대문자로 표현하여 민주당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놓아 자조적인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은 이 암컷 발언에 대해 침묵했고 개인적으로 입장문을 내지도 않았으며, 민주당 여성위원회 이름으로 짤막한 유감 표명을 했을 뿐이다. 이것은 2018년 현역 여성 법조인의 미투사건 당시 여러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분노에 찬 성명을 냈던 것과 대비된다.

 

유튜브에 출연한 모 민주당 여성 당직자는 침묵 대신 암컷 발언에 대해 그 말을 왜 못하나 반박했다가 문제가 커지자 당직을 사퇴했다. 또 자칭 개혁의 딸인 개딸들은 암컷은 여성비하가 아니라 정치적 유머라며 발설한 전직 의원을 감쌌다. 그들은 겉으론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정체성은 여성이라기보다는 남성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당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여성들로, 본인들은 일반여성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마치 자신이 명예남성이라도 된 것처럼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멸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성인지 감수성이 둔감하여 암컷이란 말에 불쾌하기는 커녕 정치적 유머로 승화(?)시킨다. 또 철저하게 진영논리에 따라 행동하여 친 이재명계이면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옹호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박이라고 폭탄 문자를 보낸다.

 

페미니스트 정당에서 계속되는 여성 혐오 발언

암컷이란 말은 여성을 인간이 아닌 동물에 비유하여 조롱하고 하대하는 일종의 여성 혐오 발언이다. 인간은 침팬지와 DNA98.8%를 공유하지만 DNA 1%의 차이가 사람과 동물인 침팬지를 구분짓는다. 인간은 동물처럼 식욕, 성욕 등을 가지고 있지만, 동물과 다르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깊은 사고를 하며 도덕성과 윤리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여성을 암컷에 비유한다는 것은 여성이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이성적인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하며 도덕성이 결핍된 존재라는 여성 멸시를 나타내게 된다. 이것은 그동안 여성도 사람이다 라고 처절하게 외쳐왔던 페미니스트 정신에도 어긋난다. 우에노지즈코는 그의 저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여성 혐오는 성별 이원제 젠더 질서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핵 같은 것으로, 마치 중력처럼 시스템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동안 진보정권은 자칭 페미니스트 정부를 지칭하면서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폭력 근절을 외쳐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막말성 여성 혐오 발언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정권의 주축이 되는 586세대들이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시절, 남성들은 민주화 투쟁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하지만 운동권 내부는 오히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었으며 남성 우월적이었다. 그들은 여성의 권리에는 무신경했고 여성들은 남성을 보조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남녀가 열악한 생활환경을 공유하면서 여성은 남성들의 성폭력에 노출될 기회가 많았다. 이러한 일들이 관행으로 남아 여성 비하적인 막말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설치는 암컷이란 말은 여성에 대한 이중차별이다

암컷이란 여성을 동물에 비유하여 조롱하고 하대하는 말이지만 설치는 암컷이란 말은 암컷은 조신해야 하는데 설쳐서 꼴 보기 싫다는 의미도 포함한 것으로 여성을 향한 명백한 이중차별에 해당한다. 이것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옛 속담과도 관련이 있다. 가부장제가 심한 사회일수록 여성의 활발한 활동이 남성들이 이루어 놓은 사회적 질서를 깨트린다고 생각하여 이를 제약했다. 남성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 열심히 할 일을 한다고 평가하지만, 여성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설친다고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대열에 들어섰으며 여성들의 대학진학률은 남성보다도 높다. 여성들은 활발한 사회참여를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며, 사회도 이러한 여성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당연한 욕구가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정치권이 아직도 설치는 암탉 같은 발언으로 여성을 혐오하고 멸시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을 혐오의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우쭐하고 거친 남성성을 들어내는 저급함이며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에 갇힌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 마인드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입으로 진보를 외치고 페미니스트 정당임을 내세우지만, 걸핏하면 성희롱에 가까운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위선에 가까운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자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더 강력한 징계를 내려 이러한 여성 혐오적인 발언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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