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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서해수호의 날이 주는 교훈
 
2024-03-26 17:51:42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지난 22일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온 국민들이 제2 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전(2010년 11월 23일)에서 산화한 서해수호 55명 용사들의 이름을 엄숙하게 다시 불렀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와 군은 어떠한 북한 도발과 위협에도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적당히 타협해 얻는 '가짜 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협으로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정부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가 부상을 입은 장병, 유가족을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할 것을 다짐했다.

이런 다짐과는 달리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먹칠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 기가 차게도 막말의 당사자들이 버젓이 공천을 받아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편향된 인식에 기초한 이런 막말은 진실을 왜곡·조작·선동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다.

이런 왜곡의 단면들을 예시해 보자. 즉 "천안함 폭침이라고 하는 모든 언론은 가짜", "우리 측 기뢰가 격발된 거 아니냐?", "1번 어뢰에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언론들의 집단적 담합" 등이다. 하나같이 북한에게 유리한 주장들이다. 왜곡·조작·선동과 편향된 인식이 섬뜩할 뿐이다. 이런 언행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점에서 이적(利敵)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막말의 저의는 어떻게 하든지 서해수호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의 잘못으로 만들어서 '북한의 만행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과 핑곗거리'를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위험한 저의다.

이런 막말의 전도사들은 상황이 불리해지면 '평화'라는 구호를 교묘하게 자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들에게 평화란 국면 반전을 위한 용어일 뿐이다. 레닌도, 스탈린도, 김일성도 불리한 국면 전환과 국민 호도를 위해 늘 평화를 내세운 사실이 그 방증(傍證)이다. 특히 천안함 폭침 직후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로 국민을 겁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평화는 언제나 '가짜 평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는 소중하다.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침략 가능성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어떤 평화인가가 중요하다. 입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평화를 수호할 힘이 있을 때 얻는 평화가 '진짜 평화'다. 또한 남북은 평화라는 용어를 아주 다르게 사용한다는 점도 망각해선 안 된다. 즉 우리(=자유세계)는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다. 반면 북한(=공산주의)은 '계급투쟁이 완성된 상황'을 평화라고 한다. 이처럼 남북은 애초에 다른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어쩌면 남북은 이룰 수 없는 평화(la paxi impossible)에 매달려 온 것인지 모른다. 이는 한반도에서 '진짜 평화'를 지키기가 무척 힘들다는 의미다.

서해 수호 행사는 대한민국의 '진짜 평화'를 지키기 위한 행사다. 여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그러나 '진짜 평화'를 지키기 위한 행사에 종북좌파 진영의 지도자들이 간헐적으로 참석해 왔고, 막말로 그 의미를 희석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핵으로 무장한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보다는 막말로 북한을 두둔하는 행태는 매우 잘못된 처사다.

'진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관건은 자강과 동맹이다. 자강이란 '적어도 한국에 대한 공격이 이익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할 정도의 국방력을 갖추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선택으로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도의 국방력을 구비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자강의 핵심은 군사력이다.
이런 물리적 군사적 자강만큼 중요한 것이 정신적 자강이다. 정신적 자강은 국민의 단합된 힘과 애국심에서 나온다. 바로 헌법에 기반한 국가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평화 수호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한 보훈도 중요하다. 보훈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장 장치이기에 국가의 책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동맹은 자강의 부족분을 보완하기 위한 국가 간 약속이다. 2013년 이후 김정은의 핵 폭주 배후에는 핵을 앞세워 '적화 흡수통일'의 기회를 잡겠다는 저의가 있다. 지난 연말연시 김정은은 '2 국가체제'로 적화통일을 포기한 것처럼 선언했지만 이는 기만·혼란 전술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잘 대비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은 엄중하다.

서해수호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진짜 평화'는 공짜가 아니며, 지킬 힘이 있을 때 '진짜 평화'가 지켜질 수 있고, '진짜 평화'를 지켜야 비로소 건강한 평화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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