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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삼성물산 합병사건 무죄 피고인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하나?
 
2024-02-14 12:30:47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관련 1심, 이재용 회장 등 전원 무죄 판결

제일모직과 구(舊) 삼성물산의 합병이 부당하다고 하여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016년 6월 16일 이재용 회장 및 13명의 회사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형사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심판결이 지난 5일 나왔다. 결과는 전원 무죄였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위 두 회사 간의 합병안이 구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통과한 날짜는 2015년 7월 17일이다. 총회에선 주주 84.73%가 출석했고, 출석 주주 69.53%의 찬성으로 합병이 가결됐다. 그해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후 적폐청산의 기치를 높이 치켜든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참여연대 등의 고발사건을 수사했으며, 이 회장은 그의 황금같이 젊은 시간 총 560일을 감옥과 구치소에서 보냈다. 이번 무죄판결을 기점으로 사건은 이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고 본다.

◇수십조원 손실, 참여연대와 민변, 검찰은 배상책임 없는가?

그런데 참여연대와 민변이 이재용 회장을 고발함으로써 이 나라에 무슨 이익을 주었나? 근 9년 동안 낭비된 국력과, 매주 1~2회씩 경영권 승계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했던 한국 최대기업 최고 경영책임자를 묶어둠으로써 발생된 경영상의 손실, 삼성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타격 등은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상 어떤 나라에서 기업인을 이런 식으로 수사하나.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했으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기업과 기업인이다. "아니면 말고"라고 하기에는 이 회장 본인은 물론, 삼성전자 그룹과 국가 경제에 끼친 피해가 너무 크다.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하나? 참여연대, 민변, 검찰은 배상책임이 없는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기금운용원칙'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 원칙은 안정적 수익률 제고(수익성·안정성), 국가경제·국내금융시장의 영향을 감안(공익성)한다는 것 세 가지다. 이 원칙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 13.23%를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했다. 쉽게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표결에 부쳤다. 투자위원회 위원 12명의 표결 결과 찬성 8, 중립 1, 기권 3이었다. 반대한 위원은 단 1명도 없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로 인해 합병이 무산될 수 있게 되자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까지 합병에 대해 적극 찬성으로 돌아섰다.

◇국내 소액주주, 싱가포르 GIC 등 해외기관투자자들도 합병 찬성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소액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애국충정에서 나온 우려 사항을 피력했던 죄로 기소되어 징역을 살았다. 참으로 억울한 일이었다. 막상 홍완선 본부장과 대화를 가진 투자위원회 위원 5인 중 2인만 찬성하고 3인은 기권했다. 그의 대화 시도가 아무런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해외 기관투자자인 싱가포르 GIC, 사우디아라비아의 SAMA, 아랍의 ADIA 등도 찬성했다. 의결권 자문사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만이 반대의견을 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문제가 있었으면 애초 금융감독원에서부터 퇴짜를 맞았을 것이다. 수백 명의 금융전문가가 포진해 현미경 들여다보듯 시시콜콜 기업을 감독했던 금감원이 승인한 사항을, 일단의 연대 세력들이 기업과 회장 등 경영진을 형사처벌의 덫으로 몰아넣었다. 억측과 무지가 낳은 참담한 결과였다.

◇정치인에겐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 설득력 있는 부당합병 증거 제시 실패

정치인에 대해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은, 고발이 들어온 이상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를 무기로 정권의 묵인 아래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어떤 설득력 있는 부당 합병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연대 세력의 농단에 휘둘린 모양새가 됐다. 기업 같았으면 파면감이고, 주주대표소송감이다.

◇끝나지 않은 여파, 투자자-국가 직접소송(ISDS)과 한국 정부의 '자가당착'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가 발생하는 5% 미만인 4.95% 상당의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합병이 공식화된 이후 2.17%를 더 매수해 7.12%를 확보해 합병에 반대했었다. 2018년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의 삼성물산 합병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직접소송(ISDS)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20일 ISDS 판정에서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내 형사재판에서 한국 정부에 불리하게 인용되었고, 한국 정부는 약 690억원의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다.

한국 국가기관인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한국 정부 스스로 권력을 남용했다는 주장을 했고 그것이 한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므로 ISDS 중재재판부가 한국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 것은 당연하다. ISDS 재판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물산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는 삼성 측 방어 논리를,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논리였던 것처럼 주장했다. 지독한 자가당착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메이슨 캐피탈 역시 똑같은 논리로 2억 달러(약 2258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검찰, '검수완박' 따른 사법정의 지체 바로잡고, 엉뚱한 데 힘 낭비 말길

2022년 나라의 어른이어야 할 국회의장 박병석은 더불어민주당을 도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이름을 검찰 역사에 깊이 새겼으니 참으로 부끄럽게 됐다. 2년이 지난 지금 경찰이 처리할 수 없는 수많은 미해결 범죄사건이 경찰 캐비닛에 쌓여만 간다. 지체된 사법정의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권을 속히 회복하여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무죄판결과 이번 삼성 합병사건 무죄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엉뚱한 데 힘을 낭비하지 말고 선거사범, 조폭, 마약범죄 등을 뿌리 뽑아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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