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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실패한 대북정책 '징비'가 필요하다
 
2023-12-21 13:03:30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기고한 칼럼입니다.

연말마다 우리는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한다. ‘되돌아본다’는 단어에는 ‘잘못을 뉘우치고 후환을 경계한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징비(懲毖·지난 잘못을 경계하여 삼가함)로 후환을 없앤다’는 뜻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징비는 필수다. 대북 통일정책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10일 독일 집권여당 독일사회민주당(SPD)이 160주년 기념 전당대회에서 대(對)러시아 정책이 ‘명백한 잘못’이라고 반성했다. 사민당은 ‘격변하는 세계에 대한 사회민주주의적 해답’이라는 결의를 통해 잘못도 고백했다. 또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러시아가 민주화할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이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생각을 과소평가했다’고 자성했다. 이처럼 과거 전략적 오류를 반성하고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려는 결의문은 사민당판 징비록이다. 이런 자성의 모습에서 독일의 저력이 엿보인다. 우리 정치와 비교하면 부럽고 놀라운 풍경이다.

동방정책은 ‘교류(접촉)를 통한 동독(사회주의 체제)의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가져온다’는 구상이 그 출발점이다. 이 구상의 근저에는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런 기대를 안고 서독의 동방정책을 한반도에 이식한 것이 우리의 햇볕정책(포용정책)이다. 햇볕정책도 남북교류 협력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이 기대는 ‘같은 민족’과의 교류협력이라는 점에서 일견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는 이질적 체제 때문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우리는 햇볕정책이 건강하고 진정한 평화가 구축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은 햇볕정책 뒤에 숨어 북한의 시간표대로 핵·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우리를 위협했다. 특히 2011년 말 김정은의 권력 장악은 위협 수위를 높이고 강도를 강화하는 분기점이었다. 김정은 집권 후 네 차례의 핵실험과 수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에서 확인된다. 올해에만 네 차례 ICBM을 발사한 데 이어 지난 18일 또다시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했다. 이는 경제교류 협력의 대가가 핵위협으로 되돌아왔다는 방증이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햇볕정책의 상징물이다. 그러나 2020년 6월 북한은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사무소 폭파는 ‘햇볕정책에 대한 기대가 환상이자 파탄 났다’는 의미다. 대북전단이 체제 위협 요인이라는 사실을 김정은이 시인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폭파의 다의적 함의를 외면한 채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패착을 뒀다. 이는 철 지난 햇볕정책에 매달리는 무책임 정치의 극단이다.

햇볕정책이 교류·협력을 통한 북한 변화를 유인하고 추동하려는 것처럼, 대북전단은 북한 정보화의 수단으로 북한 변화에 적합한 정책으로 입증됐다. 특히 북한 정보화는 북한 주민에게 체제에 대한 합리적 판단의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햇볕정책 이상의 가치가 있다. 북한 정보화는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고, 이는 북한에서 공유지식을 형성해 북한판 공동지식으로 진화할 동인이다. 결국 북한 정보화는 북한판 공동지식을 구축하는 정신적 지원이며, 북한 정보화로 구축된 공동지식이 주민의 사상 해방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파탄 난 햇볕정책을 복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준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선(先) 북한 정보화, 후(後) 남북한 경제교류·협력 기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정부, 특히 민주당의 징비를 통한 기조 전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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