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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새 대입제도, 교육개혁 성과의 시발점 돼야
 
2023-10-27 17:04:35
◆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미래교육혁신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늘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적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 경제와 한국 사회가 이제는 퇴로가 없는 절체절명의 선택 순간에 놓여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맥킨지는 인구 감소, 성장 정체, 교육비용 급증으로 ‘반쯤 익은 개구리’ 상태로 한국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란 최후통첩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노동·연구 3대 개혁 중 하나인 2028 대입제도 시안이 10일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 문제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고, 조국 사태로 인한 ‘입시 비리’, ‘불공정 논란’에서 보듯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게 된 밑거름이 될 정도로 휘발성이 큰 교육 현안이다. 때론 입시 개혁이 밑져야 본전이라 할 정도로 찬반이 나뉘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이지만 지금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교육부터 역동성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갈 때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수능 선택과목 유불리 해소, 고교 절대평가 혼란 방지, 수능 사교육 카르텔 철폐가 핵심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과 2025년 고교학점제 확대에 따라 4년 전에 미리 예고하도록 되어 있는 일정에 따라 발표가 된 것이다. 그동안 최종 개편안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수능 절대평가 확대나 서술형 수능 도입, 수능 2회 실시 등 백가쟁명식으로 가중된 혼란을 해소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지금의 수능은 국어와 수학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유불리가 확연히 드러나는 불공정 수능이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국어 ‘화법과 작문’과 수학 ‘확률과 통계’에서 만점을 맞아도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국어 ‘언어와 매체’와 수학 ‘미적분’ 표준점수에서 각각 4점과 3점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 똑같이 만점을 맞아도 국어와 수학 선택과목에 따라서 벌어지는 7점의 차이는 1점에도 주요 대학의 합격이 결정되는 입시 현실에서 학생에게 엄청난 불공정을 강요한 제도였다. 이번에 모든 학생이 선택과목 없이 동일한 수능을 치르도록 한 것은 만점을 맞아도 같은 만점이 아닌, 최소한 어른이 만든 불공정한 ‘사기 수능’을 ‘공정 수능’으로 바꾸었단 점에서 바람직한 부분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 확대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 발표되면서, 고교 내신제도도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은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내신평가의 이중적 구조의 부작용이 지적되었다. 특히 대입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내신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고1 학생들은 엄청난 내신 사교육 경쟁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고, 원하는 내신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학교를 자퇴하거나 수능 준비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고2·3 때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예전에 팽배했던 내신 부풀리기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번 내신 개편안에서 모든 학년에 동일하게 5등급 상대평가 도입은 9등급 평가와 절대평가란 혼란스러운 이중적인 내신제도로 인해 예상되는 학교 교육 붕괴와 교실 붕괴, 그리고 잠자는 교실이란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대입제도는 늘 새롭게 바뀌면 학교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때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곤 한다. 사교육은 수능 ‘킬러문항’ 논란에서 보듯이 학원과 교사 간 카르텔을 통해 조그만 틈새에도 의대 쏠림 유도와 불안 마케팅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파고들곤 하기 때문에 정부는 부작용 차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입제도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다. 이번 시안은 그나마 그동안 문제되었던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이과 프리미엄으로 인한 문과 침공 난맥상을 해소하고 내신 절대평가의 전면 확대로 인한 학교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최악 상황을 피한 절충의 묘미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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