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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검찰총장에 바란다
 
2019-06-24 14:03:51

◆한반도선진화재단 경제선진화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인 양준모 연세대 교수의 서울경제 칼럼입니다. 


갑질논란 불거진 기업수사 등
원칙보다 여론에 좌우 안될말
檢 공정성은 법치주의 성패 결정
국민의 오해·혼란 해소 급선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씨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후보자가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12년 그의 결혼식장은 수많은 하객들로 붐볐다. 인맥이 대단한 것도 한몫했을 듯하다. 지난 정권에서 댓글수사로 유명해졌으나 윤 후보자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그가 일갈한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깡패”라는 말도 논란의 대상이다. 
 
검찰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죄로 규정해 어느 수준에서 처벌하느냐를 결정한다. 또 법에 규정된 내용을 수사와 기소로 구체화해 국민에게 알린다. 검찰의 공정성은 법치주의의 성패를 좌우한다. 검찰이 죄를 묻더라도 공평하지 않으면 국민은 이에 수긍할 수 없다. 같은 행동이 어제는 합법, 오늘은 불법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마음 놓고 살겠는가. 국민이 법 집행 기준을 수긍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면 법치가 무너진다. 
 
윤 후보자에 대해 계란 두 개로 협박 방송을 했다는 유튜버가 구속됐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그 유튜버의 행동이 과연 협박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보복의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현 정부에서 화염병을 던지면 징역 2년까지의 처벌을 받는다. 1980년대보다 엄격한 처벌이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공공기관을 점거한 사람들에 대한 법적 처벌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 처벌 기준이 죄를 지은 사람에 따라 다르면 법치가 아니다.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사건은 보복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변모 검사와 정모 변호사가 자살을 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몰라도 목숨을 버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조사받고 나온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기업에 대한 수사는 도를 넘었다. 기업 경영과 관련 없는 문제로 여론이 형성됐다. 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보도가 나간 지 8일 만에 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집행됐다. 여론에 의한 수사는 법치가 아니다. 사회주의에서 법치주의는 인민대중의 뜻에 따른 법 집행을 의미할지 몰라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공평하고 엄격한 법 적용을 의미한다.
 
기업 경영자의 집은 종종 회사일의 연장에서 사용된다. 많은 사람이 방문해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다. 기업 경영자의 집은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결정하기도 한다. 경영자의 집수리에 회삿돈을 쓰면 횡령으로 처벌받는다. 공관시설은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수리한다. 공관에서 손자까지 키우면서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 예산을 집행할 이유가 없다. 지인들끼리 모여 자신의 정치력을 확장하는 데만 공관을 사용하는 것도 사익 추구 행위다.
 
수많은 압수수색으로 경영인들을 죄악시하는 수사는 정당화될 수 없다. 교통사고로 사건이 접수되면 이를 이유로 사건 연루자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사는 집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교통사고 증거가 아니라 컴퓨터에 저장된 사적인 동영상을 폐기하면 증거인멸인가. 쫓기는 자가 도둑인지 쫓는 자가 강도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건의 수사를 전문성도 없는 검찰이 잘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과거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회계부정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이 무엇을 위해 수사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수사해야 할 대상은 증선위가 주장한 분식회계 여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감독당국도 세 번이나 의견을 변경했다. 더욱이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압수한 경영 관련 내부문건을 이용해 여론을 형성하려는 행위는 부적절하다.  
 
‘검찰이 말한 공소사실의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검찰은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검찰총장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국민의 오해와 혼란을 해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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