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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상읽기] 우리 아이들의 대한민국
 
2019-06-20 15:14:21
◆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더 이상 미래를 말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 대한 성찰은 미래에 대한 교훈을 찾고자 함일 터인데, 지나치게 과거에 함몰되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더 이상 희망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 장차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 우리 국민 각자가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 누구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은 청년대로,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미래가 없다고 한다. 많은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입에 달고 살고,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대학에 대한 평가도 장기적인 지성의 발전이 아니라 단기적인 지표에 매달리고 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한 편의 대작을 쓰기보다는 잘게 쪼갠 논문을 매년 게재하여 건수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10년째 시행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제도도 당장은 달콤한 사탕이지만 대학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주주자본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관심이 쏠리고 장기적인 기업 발전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냉소적 표현이 말해주듯, 단기 성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짐을 싸야 하는 임원들에게 기업의 장기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정치의 중심, 국회도 마찬가지다. 꽤 길 것 같은 4년이라는 임기가 금방 다가온다는 걸 눈치챈 국회의원들은 이 나라 대한민국의 20년, 30년 뒤를 준비하기보다는 당장의 선거에 던져질 표 계산에 더 바쁘다. 그러다 보니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지역 경조사에 얼굴을 내미는 게 먼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을 한꺼번에 만나려면 지역 대형 병원의 장례식장에 가면 된다는 말도 있다.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5년 임기 중 거의 매년 치러야 하는 선거 때마다 장기 국정과제는 잊히고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가 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책임지고 추진하던 관료집단도 이제는 정치에 예속되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미리 엎드린다"는 자조적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다.

24조원에 달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은 당장은 지역의 숙원 사업을 풀어주어 선거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가의 재원 배분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정부와 공공 부문에서 81만명을 더 뽑겠다는 대통령의 공약도 당장은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의 지지를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세금을 걷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 대한 신뢰도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2018년 OECD 신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정부는 11점 만점에 4점, 국회는 3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가 말한 것처럼, 국가는 "생존한 이들의 파트너십일 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 또 미래에 태어날 이들 사이의 파트너십"이다. 과거를 청산하는 일도 중요하고 현재를 사는 우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잘살고 편안한 나라가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나라는 달랐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보릿고개 없는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고 공장에서, 사막에서, 탄광에서 피와 땀을 흘렸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는 나라를 만들어보겠다고 온 국민이 아스팔트 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거를 파헤치고 싸움을 벌이느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에 대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왜 정치를 하고, 왜 공무원을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에서 살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지금처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우리 아이들의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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