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civil society)는 본래가 정부(state)와 시장(market) 사이에 있는 중간영역입니다. 제3부문인 셈이지요. 정부는 공공목적의 실현을 위한 [수직적 명령적] 조직이고, 시장은 사적 이익추구를 위한 [수평적 계약적] 질서이지요. 반면 시민사회는 공공가치를 추구하는 [수평적 자발적] 조직입니다.

목적가치로 구분하여 본다면 정부는 정의(justice)를 추구하고, 시장은 자유(freedom)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정의와 자유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이 바로 박애(fraternity) 내지 연대(solidarity)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동체자유주의는 시민사회 내지 시민운동이 다음의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입니다. 예컨대 소수자의 권리보호, 즉 외국인, 여성, 장애인 등의 권리실현을 주장하는 일입니다. 또한 정치인과 정치과정의 투명성, 책무성 제고를 요구하는 운동, 부정부패 고발운동, 공명선거운동 등등, [민주주의의 실질화(實質化)]에 기여하는, 환언하면 [민본적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는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시장주의를 보완하는 기능입니다. 시민사회는 경제활동의 단순한 시장화(市場化)보다 인간화(人間化)를 주장해야 합니다. 경제활동의 시장화가 가져올 여러 부작용?격차?차별?소외 등?에 대하여 이를 시정하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세계화되면서 시장의 힘?예컨대, 대기업의 힘?이 커지고 정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약화의 경향을 시민사회가 반드시 보완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사회가 되어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셋째는 시민사회 자체의 성숙을 위한 기능입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공공정신과 공공윤리?직업윤리 등을 제고 하는 노력입니다. 한마디로 [작은 선비정신]을 확산시키는 노력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예의범절, 공중도덕,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 사적욕심의 자제와 공적 가치의 우선 등의 태도를 확산시켜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기적?소아적(小我的) 개인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적?대아적(大我的) 개인주의]의 기풍과 의식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요즈음 유행하는 사회적 신뢰자본(social capital)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민사회란 공적가치를 추구하는 [가치조직]입니다. 특정 그룹의 이익을 주장하는 [이익조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공동체자유주의는 다음의 세가지를 주장합니다.

첫째로 시민사회 내지 시민운동은 개인적 혹은 집단적 사적이익을 추구해선 안 됩니다. 그래야 시민사회?시민운동의 도덕적 우월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운동은 정치적으로 비(非)정파적이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정신과 자원봉사정신에 기초한 운동이어야 합니다.

둘째 시민운동이 성공하려면 그것이 환경운동이든 사회적 약자 보호운동이든 아니면 부정부패 고발운동이든 반드시 중립적인 전문가, 교수, 학자들의 자문과 도움을 받는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하는 비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시민운동의 주장의 질과 격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시민운동이 그 시대 그 사회의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중립적인 전문가들에 의하여 걸러지지 않은 주장은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셋째 시민운동은 반드시 [내부(內部) 민주주의(internal democracy)]를 실현해야 합니다. 운동의 지도자와 운동 참여자 사이의 관계가 반드시 민주주의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민운동의 투명성과 책무성 그리고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민주주의 없는 시민운동],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될 위험, 운동 간부들만의 잔치로 추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면 시민사회는 타락하고 결국 실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