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피로·분노 키우는 권력자의 SNS 과잉
- 운영자
- 2026-10-14 19:17:00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사회관계망(SNS) 정치가 소통보다 논란을 키운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얼마나 자주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듣고 어떻게 국정에 반영하느냐다. 대통령의 말이 늘수록 갈등이 커진다면 소통 방식부터 돌아봐야 한다.
게시물과 조회의 수는 관심의 지표일 뿐, 신뢰의 증거는 아니다. 소통은 설명과 경청, 그리고 수정이 함께 작동하는 과정이다. 정부의 판단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반론을 들으며, 타당한 지적에 따라 정책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SNS 소통 정치의 치명적인 한계는 이것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품격 없다, 권위 없다 비난하겠지만’ ‘SNS 소통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속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소통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인사·정책에 비판적인 여권 내 강경파를 겨냥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 요구하고, 내부 공격을 한다’는 발언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비판자의 동기를 먼저 의심하면 그 내용은 사라지고 양측 간 갈등만 남는다.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확대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이기는 소통’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다. 이 대통령은 소통의 목적을 승리로 설정한다. “좌아하게 주장하고 설득하며 지적하는 것이 진짜로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소통을 승패의 틀로 바라보면 국민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주권자보다 논쟁을 판정하는 관객으로 밀려날 수 있다. 대통령의 책무는 반대편을 패배시키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국민을 함께 이끄는 데 있다.
소통은 승부가 아니라 경청이다. 이 대통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제게 소통과 그 수단인 SNS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발언은 대통령의 말에 요구되는 책임을 보여준다. 정의당은 “자신의 SNS 소통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 미화”라고 비판했다. 국민과 교감하겠다는 메시지에서 정작 피해자의 고통이 빠졌다면 더는 소통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권력자가 생각 없이 내뱉는 발언에 보지도 생각지도 못한 서민의 삶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지도자의 공감 능력은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따뜻하게 기억하는가보다 권력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의 상처를 얼마나 헤아리는가에서 드러난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고착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9월 7∼8일) 결과,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람이 28.4%였다. 400만 명 이상이 이탈한 셈이다. SNS 논란이 지지율 하락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논쟁이 반복되면 갈등 조정 능력에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이 국정 신뢰를 약화시키며 지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민생 해결을 기대하는 중도·서민층에 끊임없는 SNS 공방은 피로와 분노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진정 국민과 소통하려면 자기 과시적 SNS 과잉에서 벗어나야 한다. SNS 발언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신뢰의 깊이를 키워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SNS에서의 존재감이 아니라, 국정에서 성과를 내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SNS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만큼 경청과 검토, 잘못된 발언을 바로잡는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 칼럼 원문은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