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issue & focus 2월호
-<핵무력 정책법>의 주요 내용
군의 임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 즉, 국방(國防)이다. 잘못될 경우 국가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는 국방을 최우선시하고 대통령이나 수상이 국군통수권자를 겸한다. 그리고 국방부, 합참, 각 군 본부, 각 군사령부, 각 군부대,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부대 등 다양한 국방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은‘북핵(北核)’이다. 핵전쟁은 국가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고 군은 당연히 이에 최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친북정책과 외교적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추진되면서 군은 북핵을 북핵으로 부르지 못한 채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는 영어로 표현하였고, 그에 대한 대응책도 제대로 강구하지 않았다. 북한은 무섭게 핵무력을 증강하는 동안에 한국군의 대비태세는 그에 맞추어 대응해나가지 않았고, 결국 위협과 대응태세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발생하고 말았다. 북핵 위협 대응에 관한 한 국방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 심각해진 북핵 위협
국민들에게 체감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핵 위협은 너무나 심각해진 상태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의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상태에서 이제는 한국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위협하여 한국에 대해 약속한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다음 핵과 재래식 무기로 한국을 공격함으로써 6·25전쟁을 통하여 달성하지 못했던 ‘전 한반도 공산화’를 재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김정은은 미국 핵우산의 차단을 ‘제1의 사명’ 그리고 한국에 대한 공격을 ‘제2의 사명’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이 거의 불가능하여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북한은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20-60개 정도로 숫자를 말하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는 추측일 뿐이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량을 계산하여 판단한 자료 중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2021년 4월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북한은 2020년에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제조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매년 12~18개를 생산할 수 있고, 2027년에는 151-242개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일부 연구자는 북한이 200~4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이 핵무기들을 탑재하여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화성-15, 16, 17등의 대륙간탄도탄(ICBM)과 북극성-3, 4, 5등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만들었고 계속 개량해 나가고 있다.
북한은 2013년 핵무기를 개발한 직후부터 한국에 대한 공격계획을 작성하였고 그것을 ‘7일 전쟁 계획’이라고 불렀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결합하여 일주일 만에 한국을 석권한다는 복안이다. 위 아산과 랜드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전쟁 초기에 40-60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KN-23, 24, 25와 저고도 대형 방사포 등을 개발하여 배치한 상태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9-10월 대남 핵공격 임무를 부여받은 미사일부대의 훈련을 직접 지도하였고, 그중 한 발이 울릉도 가까이에 낙하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에 서울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의 목적이 기습공격을 위한 정보수집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군의 반성이 선행되어야
지난 5년 동안 군은 정치의 시녀로서의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서 요구한다는 이유로 북핵 대비를 등한시했고 군의 전투준비태세보다는 장병들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고자 노력했으며 훈련도 대폭 축소시켰다. 진급도 지침을 받아서 시행했다. 정치권에서 기대하는 이상으로 무조건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북핵대비임을 알면서도 정치권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군은 다른 추상적인 일에 몰두했다. 미래지향적 군 발전이 중요하다면서 ‘국방개혁4.0’ 등 엉뚱한 일을 만들었다. 열심히 노력하기는 했지만, 실상은 비생산적인 토론에만 매달린 채 시간을 보낸 것이다.
북핵 대응과 관련하여 군은 2013년 수립된 ‘한국형 3축 체계’ 즉, 선제타격(Kill Chain), 미사일방어(KAMD), 대규모 응징보복(KMPR)만 되뇌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고체연료 개발로 선제타격을 위한 시간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목표 직전에서 상승기동을 함에 따라 미사일 방어가 어려워진 현실을 극복할 노력은 별로 없었다. 재래식이지만 응징보복력이라도 강화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인 참수작전 부대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군은 북핵대응을 위한 전략도 정립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북핵을 담당하는 조직을 제대로 구축하지도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방부에는 과 단위의 북핵 대응 조직이 신설되고 합참에는 국 단위의 ‘북핵 대응 센터’가 편성되었는데 이 말은 문재인 정부 동안에는 제대로 된 대응조직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국방의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다면 북핵에 관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 대응전략의 개발과 정립, 이에 근거한 전력증강 계획, 작전계획, 훈련방향의 전면 수정, 그리고 핵위협 상황에 부합되는 인사, 군수, 동원 분야의 변화가 자동적으로 추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이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된 것이 없다. 북핵은 폭발적으로 증강되는데 한국군은 방관한 결과가 되었다.
- 군 수뇌부에 의한 북핵 생태계 구축
군은 상명하복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수뇌부가 북핵대응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수뇌부들은 그동안 북핵 대응이 부실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교정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내부는 물론이고, 선배들이나 민간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경청 및 수렴해야 한다. 그들의 지혜를 총동원하여 북핵대응을 위한 방향을 정립하며 이를 바탕으로 군을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북핵 대응생태계 강화를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그를 담당하는 조직의 강화이다. 조직이 구축되어야 부여된 업무가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수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 편성한 국방부의 과(課)와 합참의 국(局) 단위 조직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각 군 본부는 물론이고, 주요 사령부에도 북핵 전담 조직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전담조직들은 워낙 부실한 북핵대응태세를 단기간에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최선의 상태는 군의 모든 조직이 북핵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업무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임시적인 조치로 북핵대응 생태계를 조성한 다음에는 그것을 전 군적 차원에서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갖추어지면 북핵대응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요원들을 선발하고 이들로 하여금 부여된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요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계급과 상관없이 전문성을 중시하여 편성할 필요가 있다. 계급 위주로 편성해도 문제없을 만큼 북핵에 대한 간부들의 지식과 안목을 증대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군 수뇌부들은 북핵에 관한 간부들의 학습과 토론을 강조해야 한다. 북핵억제에 관한 이론을 모든 군사학교에서 교육하도록 하고, 군사교육을 우수하게 이수한 요원을 발탁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간부들이 모이면 북핵문제를 논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진급에서도 북핵관련 전문성을 높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계급마다 자격시험을 실시하여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만 진급심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화할 수도 있다.
군 수뇌부들은 장병들의 무형전력 또는 정신 력의 강화에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군의 정신전력이 너무나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군 수뇌부부터 국토방위를 위한 소명의식을 가짐으로써 모든 장병들이 따르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 북핵대응 긴급 과제
북핵대응 생태계를 강화하면서도 북핵 위협의 감소와 대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등한시할 수 없다. 북한이 언제 핵 위협을 가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사항보다 군은 북핵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하나의 대응전략이 존재해야 한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연합 정밀억제전략’을 제안했는데 이러한 내용을 군 수뇌가 중심이 되어 고민하고 집중적인 토론을 통하여 하나로 정립해야 한다.
대응전략이 수립되면 군 전체 또는 각 부대별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토론하여 세부적인 과제들을 도출하고 이것을 이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에는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이고 각 군 본부와 각 군 작전사령부, 그리고 예하부대들이 모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전투부대에서는 핵상황하에서의 군사작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제들을 토론하고 결정하여 실행해 나가야 한다.
북핵대응을 위한 과제 중에서 두 번째로 노력해야 할 사항은 ‘4축+α’구축이다. 기존의 3축 체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4’축으로서 북한의 핵지휘통제체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사이버 및 전자전 능력을 구비해 나가고 추가적으로 북한 민주화 또는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구축해온 3축의 경우에도 보강소요가 적지 않다. 1축인 선제타격의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발견한 이후 수 분 내에 선제타격이 가능하도록 ‘킬 체인’의 시간을 단축하면서 결심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야 한다. 2축인 미사일방어의 경우L-SAM이나 M-SAM 등 자체 요격미사일을 조기에 개발 및 전력화하면서 한미 양국 군의 미사일방어체제를 통합해야 한다. 3축인 재래식 응징보복의 경우 북한 지도부의 동선을 실시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역량을 강화하고 첨단의 참수작전 무기들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핵대응을 위한 세 번째의 핵심적인 과제는 미국의 핵우산이 약속대로 이행되도록 한미 양국 군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입장을 지레짐작하여 필요한 요구사항을 축소하거나 회의에서 미군이 제시한 사항을 필기하여 그것을 금과옥조로 인식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핵우산 강화를 위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도출하여 그것을 미국에 “고집스럽게” 요구하여 구현시킨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군의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개혁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군이 미래지향적으로 변화되어야 북핵을 포함한 제반임무를 효과적 및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전반적인 구조, 교리, 훈련, 문화 등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북핵 위협 대응과 군의 장기적인 발전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예산, 시간, 관심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 정부와 국민의 감독
헌법 제66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라는 책무를 부여받고 있고,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군통수권자’의 직위를 부여하고 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북핵대응 생태계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식이 미흡하면 전문적인 자문을 받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잘하는 측면은 격려하면서도 미흡함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질책하면서 군을 지도 및 감독해야 한다. 국방부, 합참, 한미연합사, 야전부대들을 수시로 방문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침을 내리고 건의를 받으면 조치해 주어야 한다.
국민들도 군의 변화를 압박해야 한다. 스스로부터 철저한 안보의식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충분한 북핵대응태세를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질책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여야(與野)나 좌우(左右)를 기준으로 입장이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각 국가의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갖게 되듯이, 군대의 질도 국민 수준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
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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