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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아프간 사태의 교훈
 
2021-09-01 09:26:18

Hansun issue & focus 9월호 


<아프간 사태의 교훈>

박휘락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

미군이 핵심기지인 바그람 기지에서 철수한 후 겨우 1개월 남짓 만에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였다. 아프간 대통령은 도주했고, 정부는 붕괴되었으며, 군대 또한 도주 또는 항복하기 바빴다. 세계의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삽시간에 하나의 정부가 붕괴된 것이다. 그동안 지상과 카불 공항을 통하여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자유를 향하여 탈출하였으나, 나머지 아프가니스탄인들은 탈레반의 통치 하에서 살아가야 한다.

 

6.25전쟁은 물론이고, 수많은 무장공비 침투, 1983년 버마 아웅산 폭파 사건,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등 끔찍한 도발로 위협해온 북한과 대처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유사한 사태가 한반도에서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북한은 최근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고 있어서 더욱 위협적으로 변모하였다. 이웃집에 강도가 들면 우리 집 울타리를 살펴보듯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예방 노력을 강구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아프간 사태의 한반도 발생 가능성

대부분이 잊고 있지만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뻔했다. 1949년 미군이 철수하자 1년도 되지 않아서 북한은 전면 남침을 감행했고, 1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낙동강 지역만 남겨둔 채 모든 지역이 북한군에게 점령되었다. 점령된 지역에서 다양한 처형과 불법행위가 있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미군이 재개입하여 낙동강 방어에 성공한 후 인천상륙작전을 통하여 남한을 수복했다. 미군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한국은 공산화되었을 것이다.


이번 아프간 사태, 1975년의 베트남, 1949년의 한국 상황을 초래한 결정적인 요소는 미군의 일방적 철수이다. 대부분 한국인은 아프가니스탄과 다르고, 주한미군도 쉽게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실제로 닉슨 및 카터 대통령 시절에 일방적 철군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의 어느 도시를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이 불가피한 철수를 결정해야 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확고한 의지와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외교적 비핵화라는 허망한 목표를 세워둔 채 북핵을 회피하고 있고, 국민들은 포퓰리즘에 빠져서 안보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모두들 미국이 우리를 대신하여 북핵을 없애주고, 유사시 핵우산으로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우리 군대는 아프간 군대와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첨단 무기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정신력은 매우 해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군대의 군 기강 이완, 훈련 축소, 상하 간의 불신, 성범죄와 그에 대한 처리부실 등을 보면 걱정된다. 6.25전쟁에서도 우리 군이 무책임하게 도망친 사례는 적지 않다. 현재의 한국군이 북한군에게 죽음으로 저항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탈레반에 비해서 북한은 엄청나게 강하다는 사실이다. 북한군은 128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이고, 공산당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조직되어 있다. 대량의 야포와 전차를 장비하고 있고,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주요 도시에 핵무기 몇 발을 투하하여 초토화시킨 후 항복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휴전선으로부터 대규모 기습남침을 할 수도 있다.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은 달라”,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거야”, “북한은 절대로 공격하지 않을 거야!”라고 장담하면서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환상

미군의 일방적 철수가 현 아프간 사태를 촉발했다는 생각으로 일부 정치인들은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를 서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자주국방 의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진단과 처방은 잘못되었다. 아프간 사태의 악화와 현재의 패배는 작전통제권을 통합하지 못하여 미군과 긴밀한 작전 협조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아프간 군대와 지휘 일원화(unity of command: 한 사람의 지휘관이 지휘하는 상태)를 이룩하지 못한 채 따로 군사작전을 수행하였다. 아프간 군대의 작전통제권은 아프가니스탄이 가지고 있었고, 미군은 미군 작전만 통제했다. 그 결과 군사작전의 목표나 작전계획을 상호 조정하지 못했고, 대규모 작전을 직접적으로 통제해본 적이 없는 아프간 지휘관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군대를 붕괴시키고 말았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통합적으로 행사하여 축차적인 방어나 지연전을 전개하였다면 실제처럼 급속하게 붕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군사주권의 회복이라면서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다양한 주체에 의한 군사작전들을 하나의 목표로 통합하기 위한 편의로서 모든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수 국가의 군대들의 연합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나의 최고사령부를 구성하고, 그 사령관에게 군사작전을 시행하는 목표와 계획을 조정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작전통제권이다. 당연히 인사, 군수, 사법, 군기 등 주권에 관한 사항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부 지식인들의 반미팔이가 이것을 주권문제로 둔갑시킨 것이다.

 

-평화협정의 허구성

아프간 사태를 통하여 또 한 가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교훈은 평화협정의 허구성이다. 탈레반은 20202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모든 위협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미군이 철수 기미를 보이자 바로 공격을 개시하였다. 1973년에도 북베트남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미국 및 남베트남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미군이 철수하자 바로 남베트남을 병합하였다. 평화협정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공격해도 좋다는 허가증임 셈이었다. 전쟁하지 않으려는 국가야말로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아직도 평화협정 또는 종전선언이 평화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면서 이의 체결을 요구하는 사이비 평화주의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 말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북한이 공격해오면 책임질 수 있는가? 선의만으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면 이 세계에서 전쟁이 훨씬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먼저 북한에게 공격적 군사태세를 방어적으로 수정하고, 핵무기를 폐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보고도 또다시 평화협정 운운한다면 그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곡절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동맹과 자강이 정답

아프간 사태가 재연되지 않기 위하여 한국이 최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할 사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다각적인 협조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하고 있고, 핵잠수함(SSBN)도 건조 중에 있다. 북한은 이것으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미동맹과 핵우산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위기 시에 문제가 없도록 평소부터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당연히 우리 국군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첨단의 무기와 장비를 제공하는 것보다 군기, 사기, 단결을 높은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군대를 철저히 훈련시켜서 평소에 준비한 대로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대의 규모도 북핵 위협 상황을 감안하여 지나치게 감소되지 않도록 하고, 병영 민주화의 수준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선제타격, 미사일 방어, 응징보복으로 구성된 ’3축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 지도자의 공적 의식과 안보에 관한 적극적인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위층이 부정부패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의 고위층부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맞서 싸우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정치지도자들을 선출할 때, 인기보다 능력, 능력보다는 애국심과 희생정신, 그리고 안보에 관한 의지와 상식을 더욱 중요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결국 국민이다. 국민들이 안보의 소중함을 모를 경우 정부나 군대도 안보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설마라면서 안일에 젖을 것이 아니라 북핵을 포함하는 현 안보상황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인식하고, 정부와 군대에게 철저한 방어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을 선출할 때 국가안보에 대한 의식과 상식 여부를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아프간 사태도 아프간 국민들의 낮은 안보의식이 근본적인 원인이고, 우리의 안보태세도 국민들의 안보의식 수준에 좌우된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면 당연히 국가안보는 주인이 책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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