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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피로사회, 그 현상과 치유
 
2021-02-03 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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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지금 우리는 개인의 피로현상이 사회로 전이·확대되면서 사회가 피로해지는 피로사회(fatigue society) 현상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피로사회는 외적인 돌발 요인과 내적 요인이 중첩되어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물론 정상적인 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한 현상들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목격되는 피로사회의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진영논리의 정치 갈등과 정책실패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우리 일상의 변화를 강제하면서 피로현상이 누적적·다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피로현상은 개인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개인과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 코로나19가 만든 피로현상

지난해 122일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팬데믹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면 활동을 줄이고 비대면 활동을 확산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을 유발했다. 마땅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조치는 화상교육. 화상회의, 재택근무였고, 개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로 자신을 보호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전환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를 연대해 주는 끈을 약화시켰다. 이처럼 치료제의 부재와 연대의 약화는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불안감이 우울증으로, 분노로 연결되었다. 지난해 12월 백신 개발 성공과 접종 소식은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2월 말부터 접종이 가능하지만 집단면역까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의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가해왔다. 개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수칙,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모임이나 만남의 활동을 제약받았다. 이런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과 같은 정부의 방역조치로 경제활동은 위축됐고 자영업자는 물론 중소기업들의 도산과 폐업이 늘어났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일자리 감소, 빈부격차 그리고 학력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회 활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회는 활력을 잃고 집단 나약증의 현상도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시켰다.

 

- 정치가 만든 피로현상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외부영향은 우리 역량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문제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국내 문제가 사람들의 피로현상을 더 키웠다. 문재인 정부 집권초기 적폐청산은 구호와 달리 정적 제거의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았고, 이는 사회적 피로를 누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권력기관 장악과 3권 분립의 약화로 견제와 균형원칙이 흔들렸고, 국가의 역할이 시장과 개인의 삶의 영역에까지 침투하면서 사회피로현상도 높아지고 다양해졌다. 특히 진영논리와 편 가르기는 사회적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국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태가 그러했고 지난 해 1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그러했다.

 

우리 사회가 피로사회로 가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정치행태이다. 진영논리에는 네편 내편 가르기와 미움, 증오, 갈등을 악용하는 정치행태의 습속이 남아 있다. 이런 정치행태는 국민 통합보다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정직, 공정, 협동, 배려, 포용 등의 사회규범을 무너뜨리는 동인이 되었다. 진영논리에 따라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갈등이 없으면 오래된 갈등요인까지 끄집어 내 이전투구를 한다. 정의를 앞세운 적폐청산이 그러했고, 죽창가 발언 등에 의한 한일외교 갈등조장이 그러했다. 그 부작용과 사후처리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었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는 정직, 신뢰는 물론 책무성과 투명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치권에 짜증을 내고 짜증이 누적되면서 사회도 피로해졌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1년 이상 남았다. 벌써 정치권은 쉬지도 않고 피로 요인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여당의 대권 후보자들은 지지세력 확보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코로나19를 명분으로 33색의 선심성 포퓰리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양극화 해소방안으로 이익공유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전 도민에 10만원 지급, 정세균 총리는 손실보상제를 주장한다. 또한 정부여당은 대권주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코로나 3법으로 불리는 손실보상법, 이익공유제, 사회연대기금법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상황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입법으로 하기는 무리다. 재정과 경제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일을 법으로 규정하면 상황변화에 적시에 대처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3법은 막대한 재정을 수반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D1)는 정부계획대로 하더라도 2017년 말 6607,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약 1,081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3법까지 통과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채무와 후세대에게 빚더미 유산을 남김으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국력 훼손을 초래할 것이다.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포퓰리즘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금성 포퓰리즘 정책은 지난 해 4.15 총선에서 표를 얻는데 그 효력이 입증되었다. 이번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그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위정자들은 후손들에게 빚을 넘겨주면서도 미안한 기색 없이 옳은 일을 한 것처럼 당당하다.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자기 돈이 아닌데도 자기 돈처럼 인심 쓰는 이런 행태를 꾸짖고 투표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아직은 주는 현금에 마음이 기운다.

 

-정책실패가 만든 피로현상

정책실패에 의한 피로현상도 정치피로현상 못지않다. 경도된 이념에 바탕을 둔 정책집행이 실패의 원인이다. 좌파지향의 소득주도성장과 토지 공개념에 바탕을 둔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특히 27번의 부동산정책에도 서민의 주거안정은 공염불이 됐다. 오히려 정부의 고집스런 정책이 집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간의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키웠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집을 갖는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또한 실물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통화 과잉으로 유발된 주식시장 활황은 이 시장에 참여한 자와 하지 않은 자의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 주어진 직무에 충실한 사람과 주식시장에 매달린 사람간의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열심히 일해본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한탄이 나오는 지경이다. 발전의 동력인 근로가치까지 퇴색시키고 있다.

 

정책시행 초기부터 많은 갈등과 부작용을 노출한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강행한 것도 국민을 짜증나게 했다. 월성 1호기는 감사원 감사결과 경제성 조작이 밝혀짐으로써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신뢰에 먹칠을 했고, 현재 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교육정책은 일관성 상실도 문제였지만 신뢰의 문제가 더 컸다. 위정자의 아들?딸들은 특목고에 보내어 졸업시켰으면서 이를 폐지하겠다고 하니 믿음이 가겠는가? 여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만든 친노조정책, 포퓰리즘 복지정책 등 피로사회 요인들이 점점 더 쌓여가고 있다.

 

-피로사회의 치유

경도된 이념에 바탕을 둔 정부정책, 사회지도층의 내로남불(我是他非), 각종 이익단체의 지대추구, 정치권의 포퓰리즘 조장이 정상적 국가발전을 막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피로하게 한다. 특히 국가주도의 발상에 의한 정책들은 더 큰 해악을 초래한다.

 

피로사회는 치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통합도 되고 국가발전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의 국가주의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국가주의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 위배된다. 국가 역할 강화는 시대의 퇴보요 국력의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방역을 명분으로 계속해서 기업을 규제하고 국민생활을 통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 주도의 폭과 깊이가 심해졌다. 국민들은 독재화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이제라도 국가가 국민을 이끌어가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국민보다 낫다는 선민의식도 버려야 한다. 정치인이나 관료는 말 그대로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삶의 영역에까지 국가가 나서서는 안 된다. 이제 정치와 정부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국가는 사회질서와 사회적 네트워크 활성화로 신뢰를 높여나가는 사회적 자본형성에 기여해야지 개인이나 시장이 잘하는 일까지 간섭하고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음 정치인들은 선공후사의 자세로 피로사회현상 극복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여야는 배제와 대립의 정치를 넘어 실질적인 협치를 해야 한다. 정책은 정권을 넘어서는 지속성과 연속성을 지켜 나감으로서 신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경제사회정책은 기업규제와 포퓰리즘 대신에 교육과 직업훈련 강화와 고용을 유발하는 성장정책으로 나가야 한다. 여기에 시민운동이 함께해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로 유발된 패러다임 전환에 부응한 협동, 연대, 포용의 사회공동체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지향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에 따라 전략을 세우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시대적 가치는 자유와 기회가 늘어나고 공동체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가치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시대적 가치로 <공동체자유주의>가 적합하다. <공동체자유주의>는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이다.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 공동체도 소중히 여긴다. 여기서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절제된 자유, 타인이나 공동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유, 권력·관행·다수결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유발하는 자유이다. 다만 자유가 이기적, 배타적, 자유방임으로 흐르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 교육을 통해 공동체와 조화를 추구하는 자유여야 한다.

 

<공동체자유주의>가 시대의 가치로서 자리매김을 하면 우리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서로를 배려하고 포용하며, 정직과 신뢰의 기반위에서 형성된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제도와 규범을 준수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가 보던, 보지 않던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되고 신뢰가 형성되면 갈등은 줄어들고 협력과 양보는 늘어나면서 포용사회, 신뢰사회가 된다. 건강 사회로 가는 여정에서 피로사회 현상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면서 사람들의 얼굴에 짜증 대신 미소가 흐르게 될 것이다. 이런 사회가 바로 <공동체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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