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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국가의 사명과 군인의 본분
 
2020-10-07 14: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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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국가의 사명은 무엇인가?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 자유와 재산 그리고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헌법상 대통령과 정부에 부여한 책무이다. 헌법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10)”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가와 국가를 대리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 한 사람의 생명까지도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근거이다. 정부는 위험에 빠진 국민의 생명에 대해서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이 시대의 대중음악 아티스트 나훈아가 KBS 추석공연에서 신곡테스형을 노래하면서 읊은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한탄하는 말이나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는 말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이유이다. 위정자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이를 남용하지 말고 그 직분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말일테다.

 

사명과 본분의 중요성

922일 저녁 조난당한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서해바다에서 북한군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과정에서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북한군은 대한민국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바다에 방치한 채 조사했다고 한다. 북한군의 반인륜적 야만적 행태에 대해서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인가? 국민이 죽어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자친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대한민국에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도 망망 바다에서 북한군에 노출된 국민의 생명을 구출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정부가 사람이 먼저다라고 할 수 있는가? 국민의 죽음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하면서 종전을 얘기하고 평화를 얘기한들 누가 믿겠는가?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군인의 본분은 위국헌신(爲國獻身)이다. 국민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는 국가의 사명과 다르지 않다. 헌법(52)에서도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건을 파악하고서도 아무런 대처 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군인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어쩌다 군까지 정치인의 눈치만 살피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국민의 생명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한 것인가? 국민이 바다에서 죽어가는 상황을 국군통수권자가 몰랐더라도 이를 목도한 군이 먼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구출하는 노력을 하고 사후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군은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군은 늦었지만 군인의 본분을 찾아서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사실 그대로 실상을 밝혀야 한다. 우선 사건 발생에 대한 대한민국 군이 발표한 피살내용과 북한 통일전선부의 통지문에서 나타난 차이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북한은 총살을 인정하면서도 부유물만 태우고 시신은 소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 사실은 하나이다. 군은 정치에 흔들리지 말고 사실 그대로 밝혀야 한다. 조난자는 조류에 휩쓸려 기진맥진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해경은 중간수사과정을 발표하면서 월북자로 규정하여 낙인찍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어느 말이 맞는지 알 수 없다. 당시 상황정보를 갖고 있는 군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

 

- 격식도 맞지 않고 진정성도 없는 북한 통지문

북한은 통지문에서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내용과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에 진심을 담은 것인가?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본심이 드러났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한민국 해역에서 해군의 시신 수습활동을 트집 잡아서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고 위협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였다. 나아가 북한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분계선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꼼수까지 드러냈다. 사과를 했으면 시신 회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지 오히려 협박을 하다니 말이 되는가? 애초부터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다. 반인륜적 만행을 벌이고 나서 한다는 말이 고작 미안하다는 말로 얼버무린 것은 유엔과 국제적 비판을 벗어나려는 고육책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이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쓰여진 책임회피와 세계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공허한 말에 불과했다.

 

북한이 보낸 통지문은 내용뿐만 아니라 격식도 예의에 벗어났다. 통지문의 발신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이다. 그렇다면 그 상대인 통일부로 해야 했다. 그런데 수신인을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로 했다. 수신처가 청와대라면 발신자는 북한 국무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격에 맞지 않은 통지문을 사과라고 할 수 있는가? 호칭도 격에 맞지 않는다. 청와대 귀하가 아니라 청와 대 이라고 적혀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칭은 상식이다. 일반시민들도 편지나 서한문에는 이 아니라 귀하라는 존칭어를 쓴다. 북한의 조선로동당 1개 조직인 통일전선부가 청와대를 상대로 통지문을 발송한 것도 예의에 벗어난 것이지만 청와대 앞이라고 쓴 것은 북한 당국이 생각하는 청와대의 위상이 어느 수준인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무시당하고도 여당은 살해당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면서 당파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 친여 인사들은 모여서 한다는 것이 김정은을 계몽군주”, “전화위복의 계기”, ‘남북 관계 변화의 전기라고 하는 등 통지문 하나에 반색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자존심도 없단 말인가? 기만적인 내용의 통지문을 사과라고 호들갑 떠는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정부도 당초의 설명과 통지문 이후의 설명이 다른 것에 대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여당 국회의원과 친여 인사들의 통지문에 대한 찬사일색의 발언도 따져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차디찬 바다에서 죽어갔는데도 북한의 통일전선부의 한쪽짜리 통지문 가지고 그렇게 요란을 피워도 되는 것인가? 죽어간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사건에 대한 실체적 접근보다 오히려 이를 왜곡하거나 축소하려고 했다. 죽음 앞에서도 정파적 입장이 우선이고 심지어 이를 이용해 남북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공무원이 사살된 직후인 922일 유엔총회 연설과 925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종전선언평화를 강조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사망 사건에 말이 없다가 사망한지 6일 만에야 언급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했지만 북한의 만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엔 각별한 의미라고 했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면 북한 규탄 결의안부터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외교통일위원회가 지난 928일에 대북 규탄 결의안 대신 종전선언과 관광재개 결의안을 상정했다. 이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인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자국민이 무참히 살해당한 상황에서 종전선언과 관광을 재개하자는 결의안을 상정할 수 있는가? 국민이 뽑은 정치인인가를 의심케 한다.

 

사건의 본질에 충실한 응징과 대북정책의 기조 전환

재삼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피살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사건 본질에 맞추어 대응해야 한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이 죽은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정확한 정보 분석을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요구 등 이에 대응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는 물론 유족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사법적 조치에도 협조해야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야만적 살인행위에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피살 사건은 비무장 민간인의 죽음과 관련된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더욱 큰 것이다. 이번 사건만은 유야무야 상태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재산을 폭파해도 대한민국의 국민을 살해해도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도 계속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뿐만 아니라 우리를 더욱 깔보며 농락하려 들 것이다. 이런 무도한 짓을 막기 위해서도 철저하게 분석하고 강도 높은 제재가 따라야 한다. 다시는 허튼 짓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국민이 받은 충격과 불안을 해소하는 진정성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대북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김형준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이 어느 짓을 해도 대응하지 않는 무대응 원칙, 우리가 기다리면 북한도 변할 것이라는 포용적 인내, 북한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내재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향후 대북정책은 북한당국과 북한동포를 구분하고 북한이 국제규범을 지키는 정상화의 길로 가도록 유도해야한다.

 

차제에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잘못됐다면 새롭게 구축해야한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죽어가는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지만 누구하나 국민의 생명을 구하려고 나선 곳이 없다. 모두가 구경꾼이거나 남의 일처럼 얘기했다. 심지어 북의 통지문에 반색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와해된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군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군은 국방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혼탁해도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군까지 정치화되면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험에 빠진다. 나라의 안위가 어려울수록 군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군은 이번 불상사를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후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 본분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군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불의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일부 고위직의 기회주의적 언행보다 국민과 국가에 충성하는 국군의 늠름한  모습에 기대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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