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Brief 통권335호
1.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시장원리 회복부터
2. 공급부족을 야기하는 규제
3. 탈규제가 주택공급을 늘린다
4. 한국의 분양가상한제와 전혀 다른 미국의 표용주택정책
5. 공급을 막는 모든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1.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시장원리 회복부터
사람들은 종종 양극화 해소와 시장주의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만이 양극화 해법의 열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미국은 시장주의를 실현해 가며 부의 원천을 크게 만든 다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며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해 나간다.
미국은 중산층 이하 계층들이 자기 소득으로 구매 가능한 집이 사라져간다는 판단이 들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 인센티브 제도를 기획한다. 일리노이주에는 일리노이 저렴 주택 계획 및 항소법(The Illinois Affordable Housing Planning and Appeal Act)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저렴한 주택이 전체 주택 중 10% 미만으로 줄어들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주택건설비용을 낮추기 위해 용도지역 개혁이 포함된다. 이런 주택정책을 포용주택(INCLUSIONARY HOUSING) 정책이라고 부른다.
이런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포용주택 정책을 실시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가격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공급 의지를 꺾는다.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어야 기업이 생산활동을 늘리고, 시장에 더 많은 재화가 공급되어야 가격이 치솟지 않을 수 있다. 가격을 통제하는 시장에서는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없다. 공급량이 많아져야 가격이 내려가는데, 공급을 막는 규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니 가격의 신축적인 조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2. 공급부족을 야기하는 규제
분양가상한제는 종종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해주니 참으로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찬양받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찔끔찔끔 공급되는 너무나 작은 규모의 세대수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가격 폭등만 야기하게 된다.
“공급의 법칙”은 경제학 원론에서 가르치는 첫 번째 시장원리이다. 이 공급의 법칙은 낮은 가격에는 누구도 공급하고 싶어 하지 않아 공급이 감소하고, 높은 가격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공급하고 싶어 해 공급량이 증가한다는 원리이다. 사람들은 자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집값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럴수록 공급자인 건설사의 공급 의지는 꺾인다. 손해를 보면서 공급하고 싶은 건설사는 없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어들면 그 재화는 희소해지고, 그 희소성 때문에 결국은 가격이 상승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처음 실시할 때는 대중들에게 환호를 받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더 상승한다. 무주택자들을 위해, 호의로 시작된 분양가 상한 정책은 결국은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든다. 분양가상한제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더 많은 집들이 공급되어 150세대가 아니라 1500세대가 공급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누군가가 정의 실현의 배트맨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보려는 욕심에 주택은 만성적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3. 탈규제가 주택공급을 늘린다
그와는 반대로 미국은 기업 공급의지를 자극할 경제 원리에 주목한다. 시장가격으로 공급하게 내버려두니 개발업체나 건설사는 공급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 용적률 인센티브로 유혹하고 과도한 주차 요건 완화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허가 및 검토 절차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윤 극대화 차원에서 접근하게 된다. 이윤을 손해 보지 않는다면, 전체 주택의 10%, 20%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공급은 늘어난다. 고가 주택이 늘어나지만 저렴한 주택도 함께 늘어난다.
4. 한국의 분양가상한제와 전혀 다른 미국의 포용주택정책
중산층의 소득으로 구매 가능한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포용주택 정책은 낮은 가격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분양가 상한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개념이다.
첫째,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단지를 개발할 때 모든 주택에 동일하게 낮은 규제 가격을 적용한다. 그러나 포용주택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포용주택 제도는 주택 단지를 개발할 때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중 10%~20%의 주택만 낮은 가격으로 중위소득의 120% 이하 중산층에게 판매한다.
둘째, 분양가상한제는 규제지만, 포용주택은 인센티브 제도다. 한국의 건설사는 분양가 규제로정상이윤조차 보장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건설에 참여를 꺼린다. 공급은 줄어든다. 그러나 미국의 포용주택정책은 기본적으로 건설사의 가격설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5000세대를 건설하고 그것을 시세대로 공급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다만 추가로 1천 세대를 더 지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 중의 절반은 싼 가격으로 지역의 중산층에게 공급해보지 않겠느냐고 당근을 제시한다.
5. 공급을 막는 모든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더 많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떠올려보라. 가격을 규제하면 공급은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건설에 참여할 기업은 없다. 분양가 규제로 인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느니 차라리 공급하지 않으려는 건설사들로 인해 공급은 늘 부족해진다.
공급이 적을수록 주택의 희소성은 높아지고, 서민친화 규제정책들을 보며 맨 처음 당황했던 집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뒤늦은 최후의 승자로서 미소를 짓게 된다. 무주택자들은 가격규제를 정의롭다 환호했지만, 그 환호성 뒤 눈에 띄게 감소하는 저렴주택들과 급상승하는 가격을 보며 또다시 절망하게 된다. 정의로운 규제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규제가 있는 상태에서는 또 다른 규제가 될 뿐이다. 오로지 민간기업들이 자유로운 기업활동 속에서 더 많은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추가공급에 뛰어들 수 있게 인센티브로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포용주택과 같이, 중산층 이하 계층을 위한 주택이 공급되려면 일단은 주택시장에 경제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가격규제가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시도들이 성공할 수 있다. 바로 하반기 정책기조가 시장주의의 강건한 회복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