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un Brief 통권334호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문제 때문에 촉발된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했다. 시위 학생들은 기물을 파손하고 학교 시설물에 래커 스프레이 등으로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남녀공학 결사반대’ 같은 구호를 새기며 저항했다, 동덕여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테러가 지나간 것처럼 흉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학교 당국은 남녀공학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학생들은 수업 재개에 동의했다. 동덕여대 사태는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의 본관 점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동덕여대는 이번 사태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렇다면 동덕여대에 폭력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1. 학교 측과 학생들 간의 소통 부재
학교 측은 ‘대학혁신비전추진단(이하 추진단)’에서 남녀공학을 일부 단과대학에 한정해 시도해 보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했을 뿐이라고 한다. 즉 남녀공학 문제를 교무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정식으로 논의한 적이 없으며 학생들이 과민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벌써 약 한 달 전부터 일부 교수들이 수업 시간에 남녀공학 전환을 언급하여 학생들이 불안이 커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대화를 요청했는데도 무응답이었고 처장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에도 학교 당국은 무성의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녀공학 전환 같은 대학의 학칙 개정은 관련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교무회의 및 대학평의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총장이 공포하게 된다. 교무회의는 대학의 학사 운영과 행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중추 기구이다. 대학평의원회는 교내뿐 아니라 교외 인사와 학생 대표까지도 참여하는 대학 최고의 심의·의결 기구이다. 동덕여대의 추진단은 일종의 위원회 성격으로 보이며 대학에서는 하나의 사업단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처럼 대학 진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점에서 각 대학은 다양한 혁신 방안을 내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 혁신 방안 중 하나가 신입생 모집에 보다 더 유리해 보이는 남녀공학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필자의 대학 재직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아이디어는 교무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기도 전에 추진단에 참석했던 교수들을 통해 동료 교수들이나 학생들에게 퍼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소문으로 퍼지며 더욱 부풀려져서 마치 기정사실 인양 전달된다. 이를 전해 듣는 이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뭔가 밀실에서 일을 꾸미고 결정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불안감은 학생들 커뮤니티에서 확대·재생산되어 한층 증폭된 불안과 공포라는 집단사고를 형성하게 된다.
2. 학생들의 폭력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동덕여대 학생회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과격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학교 측이 학생들과 논의 없이 비밀스럽게 남녀공학을 추진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안이 극도로 커졌고, 소통하지 않으려는 대학의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불안과 분노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폭력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시위대 중 누군가가 그 분노를 파괴적인 증오로 바꾸는 선동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위대가 소리를 지르고 기물을 파손하며 래커 칠하는 행위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일어나며 보통 급진적인 일부 세력이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러한 폭력 사태에 외부 세력인 ‘여성의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여성폭력대책본부장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당’은 한국 최초의 여성 의제 정당이며, ‘여성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시작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여성의 당’은 강한 페미니즘적 색채를 띠고 있다. 모든 당직자들은 여성으로 구성되고 남성에게는 평당원만 허용된다. ‘여성의 당’은 이번 동덕여대 사태에 ‘모든 여대 학우분들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보통 정치권에서 일하는 시위 전력이 많은 활동가들은 군중심리를 활용하여 시위대의 감정에 불을 지르며 광기를 끌어내는 데는 베테랑들이다. 그들은 시위대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며 스스로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상대는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이번 시위에는 동덕여대의 급진페미니즘 동아리인 ‘사이렌’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급진 페미니즘 운동은 남성 혐오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영 페미니스트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임신이나 출산을 남성의 생리적 심리적 폭력으로 간주하여 이를 거부할 뿐 아니라, 연애와 섹스까지도 거부하는 극단의 4B 운동을 펼친다. 그들은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이 되면 남성 성범죄자들이 넘쳐나 결국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어 그대로 소멸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껴, 평소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파괴적인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학생시위대들은 기업체가 마련한 취업박람회까지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결국 그 박람회는 열리지도 못했다. 아마 학교도 유망한 기업체 섭외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또 취업을 원하는 졸업예정자들은 그 박람회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취업에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을 수도 있다. 그들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중한 취업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극도로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흥분한 시위대는 다른 학생들의 시위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이 정의이며 자신의 편이 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한다. 다른 사람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본인들의 목적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3. 남녀공학을 반대하는 구차한 명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남녀공학 반대 이유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동덕여대의 고유성과 모교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 또 여대에서 기를 수 있는 여성 리더십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우리 사회에 여성을 타켓으로 하는 혐오범죄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남녀공학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남성을 일종의 잠재적 성범죄자로 본다는 것이며 남녀공학이 되면 여성 혐오범죄가 많아져 대학이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다수의 남녀공학 대학이 성범죄의 온상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또 학생회 회장은 “동덕여대의 설립 이념이 ‘여성의 교육권 증진’이고 남녀공학은 이러한 설립 이념에 반하는 개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대로 있어야만 여성의 교육권이 증진되고 남녀공학이면 여성의 교육권이 무너지는가?
여대가 설립되었던 구한 말이나 일제 강점기 때는 가부장적 사고로 인해 남녀 차별이 심했고 특히 여성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가 제한되었다. 집안에서는 주로 아들(특히 장남)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고, 딸은 남자 형제를 뒷바라지 하거나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외국 선교사나 당시 깨어 있던 여성 운동가들은 한국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여학교를 세웠다. 초창기에는 남녀가 유별하다는 당시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대는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이미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해 여성의 교육권 증진을 위한 여대의 필요성은 차츰 빛을 잃게 되었다.
4. 동덕여대의 미래에 대한 염려
동덕여대 시위 학생들의 폭력성을 매스컴들이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이번 사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기업박람회를 주최했던 곳은 3억이 넘는 손해배상액을 학교 측에 청구했다고 한다. 학교 측도 시위 학생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력시위로 인해 동덕여대의 이미지가 나빠져 졸업생의 취업뿐 아니라 당장 2025년도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여대를 중심으로 급진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면서 기업체의 인사담당자들이 여대 출신을 꺼려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여대 출신들이 남녀가 섞여 경쟁하는 직장문화에 잘 적응 못하고 빨리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성들도 여대를 별 선호하지 않아 여대의 인기가 옛날만큼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은 이제라도 자기 파괴적인 시위에서 벗어나 모교의 발전을 위한 토론의 장에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