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국의 반도체 보조금 경쟁
미국 정부는 미국 내에 반도체 첨단 공장을 세우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9조 원)의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인 2나노급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으로 총 527억 달러(약 68조 원)를 편성했다. 생산 설비 지원 390억 달러에, R&D 및 인력양성 110억 달러 등을 포함한다. 이뿐 아니라 장비구매ㆍ설비투자에 25% 세액공제까지 제공한다. 삼성이 미국 공장 건설을 계획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인텔(85억 달러), TSMC(66억 달러)에게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뿌린다.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다. 삼성전자가 64억 달러를 지급받는 것은 당초의 ‘170억 달러 투자’계획보다 규모를 2배 이상 늘려 ‘10년간 400억 달러(약 55조 원) 이상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한 보상 성격이 짙다.
보조금 지급은 미국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EU도 430억 유로(약 62조 원)를 편성했다. 일본도 2020년부터 매년 1~3조 엔(약 30조 원) 내외의 기금을 조성해 왔고, 2024년부터는 법인세를 최대 20% 감면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제1공장 건설에 4760억 엔(약 4조 2400억 원)을 지원했고, 제2공장 건설에도 최대 7320억 엔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10년 전 일본 닛케이 지수는 2만 이하에서 맴돌았다. 일본이 2015년 일본재흥전략(日本再興戰略)을 수립해 반기업 규제를 꾸준히 걷어내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임원들에게 공격적 경영을 장려하여 주식보상제도를 활성화했으며, 끝내는 일본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2024년 3월 닛케이 지수가 4만을 뚫었다.
중국은 한발 더 나간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중앙ㆍ지방정부 합산 8,469억 위안(약 162조 원)의 기금 설립했다. 최대 10년간 법인세 면제 및 5년 추가 감세를 보장하며, 2030년까지 반도체 소재ㆍ장비에 대한 관세를 면제한다.
<표: 각국 반도체 지원 현황>
국가 | 보조금 지급 | 세제 혜택 |
미국 | ·527억달러(약 68조원) 편성 (생산 설비 지원 390억달러, ·설비투자의 최대 15% * 글로벌파운드리 15억달러('24),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1.6억달러('24) | ·장비구매/설비투자 25% |
EU
| ·430억유로(약 62조원) 편성 * 인텔 투자 33%(100억유로), TSMC 투자 50%(50억유로) 보조 獨 의회 승인('23) | - |
일본 | ·매년 1~3조엔(약 30조원) 내외 기금 조성 '20년 2조엔, '21년 7,010억엔, ·투자금의 최대 50% * TSMC 1/2 fab 투자 40%(1.2조엔), 라피더스 초기 투자 50%(1조엔) 보조 | ·법인세 최대 20% 감면 ('24년부터 적용 예정) |
대만 | - | ·연구개발 25%, 설비투자 5% ·법인세 5년 면제 ·설비 투자를 위한 장비 등 수입 관세 면제 |
중국 | ·8,469억위안(약 162조원) 기금 설립 * SMIC 19.5억위안 | ·최대 10년 법인세 면제 및 ·반도체 소재/장비 관세 면제 |
인도 | ·7,600억루피(약 13.5조원) 편성 ·투자금의 최대 50% | - |
2. 비정상적 한국 반도체 정책의 정상화
거창한 계획은 한국도 갖고 있다. 정부는 2043년까지 총 622조 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현금성 지원은 기업 투자액의 15% 세액 공제가 전부다. 이것도 올 연말로 시효가 끝난다. 보조금 지급은 고질적인 ‘대기업 특혜’프레임에 갇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처럼 총력체제로 보조금을 지급해 반도체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은 너무 안일하지 않나? 일본 구마모토 TSMC공장이 착공 20개월만에 가동을 시작했는데, 용인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이 5년째 지지부진이다. 한국의 현재 상황은 과연 정상인가? 그런데도 야당은 지금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상당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약 13조 원)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부담 완화(약 1조 원) △저금리 대환대출 2배 확대 같은 돈 풀 궁리나 하고 있다. 약 13조 원을 국민 용돈으로 뿌리자는 것이다. 돈풀기 공약으로 선거에 이긴 답례품으로 지급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그러면서도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지정학적 면에서 안전하고 수익도 확고해질 수 있다. 만약 한국의 열악한 기업환경을 피해 반도체 생산 주력기지를 점차 미국으로 옮긴다면 한국 정부는 이를 말릴 수 있나? 미국이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마련해 세계로부터 인력을 빨아들이고 보조금까지 지급하는데, 한국처럼 기업과 기업인의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에는 세계의 반도체 전쟁이 너무 치열하지 않은가. 돈과 인재는 자유를 따라 흘러간다.
아울러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게 보조금을 퍼붓는 이유는 대중(對中) 반도체 기술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전략은, ① 수출규제 강화, ② 미국 내 혁신 및 제조 역량 강화, ③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 견제가 골자다. 특히 ③ 동맹강화는 기술 동맹 강화를 의미하며,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부문에서 한국, 대만 등 반도체 강국과의 동맹 강화 및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은 양국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은 기술ㆍ산업적 이슈뿐 아니라, 외교ㆍ통상ㆍ안보가 복잡다단하게 얽힌 문제이다.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기업으로부터 청취, 이의 해결을 위해 정부의 외교통상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미중 갈등에 대한 대응 방향성을 같이 하고, 이에 기반한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본고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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