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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문화는 외교안보의 종속변수인가?] 통권249호
 
2023-03-31 10:22:37
첨부 : 230331_brief.pdf  
Hansun Brief 통권249호 

박광무 한반도선진화재단 문화관광정책연구회장


1.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 교체 이유

 

블랙핑크의 위력은 대단했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며칠 만에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최고정책참모를 갈아치우게 만들었다. 죄과는 블랙핑크의 가치와 영향력을 몰랐던 데서 출발한다. 블랙핑크가 누구인가?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네 사람으로 구성된 케이팝(K-pop)을 대표하는 글로벌 걸그룹을 지칭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힘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방탄소년단(BTS)을 통하여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면서 오늘날 한류의 거대한 영향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블랙핑크는 그 흐름을 이어받아 현재 한국발 세계 팝 음악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이다.

 

이번에 경질된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정책담당자들은 5월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가 블랙핑크와 현재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예술가(팝아티스트)인 레이디가가와의 공동 공연을 제안한 것을 우리 대통령에게 무려 일곱 차례나 보고를 빠뜨렸다고 했다. 그 이유와 보고누락 과정이 어떠한지도 별도로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당대에 세계적인 문화콘텐츠와 그 주체인 문화예술인의 위상과 가치와 영향력을 모르는 데서 출발한다.


2. 문화가치가 인류발전의 원동력


세계적인 정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일찍이 문화적 가치가 인류발전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그는 23년 전에 이미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기여하는 문화적 가치를 모르면 이는 가장 중요한 역사발전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의 저서 문화가 중요하다의 서문에서 헌팅턴은 1960년대에 최빈국의 위치에 있던 한국이 30년 뒤에 세계 1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산업강국으로 발전한 결정적인 요인이 문화라고 간파하였다. 이때 그가 말한 문화의 실체는 한국인의 검약 투자 근면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 가치관에 기반한 정신 문화의 영역을 꼽았다.


3. 도전과 신바람의 한국인 문화 원형질


한국문화의 특징은 이에 더하여 신바람과 의 문화가 있다. 한국인들은 마음이 통하고 의기투합하면 밤새는 줄 모르고 일하고 성과를 내는 점이 그러하다. 나아가 창의와 융합, 도전과 진취적인 정신이 치열한 경쟁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세련되고 단단하게 빛나는 구조로 발전해갔다. 그것이 문화예술계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고정되고 정형화된 행동체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나아가 미지의 세계로 전진하는 문화유전자가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달려왔고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사회발전과 국가발전으로 이어졌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적인 원형질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그 진가를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통하여 일거에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4. 한류의 세계적 공감성 확산과 글로벌 문화선도


나아가 문화의 창의성은 다양성과 자율성이 더해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한류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그 영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공감성을 확산하면서 글로벌 문화의 흐름을 선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영애가 열연한 드라마 <대장금>이 아랍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대자동차의 중동국가 수출이 급증하였고, 중국을 휩쓴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가 직간접 1조 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왔다.


BTS가 보이그룹 활동의 정점을 찍고 지금은 군 복무를 하게 되면서 개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세계 팬덤인 아미의 국내회원수는 152만명, 글로벌 플랫폼인 위버스의 BTS팬은 745만 명, 연간 경제효과는 55천억 원으로 분석했다. 쉬지 않고 멈추지 않는 한국문화의 흐름을 이어받은 걸그룹이 블랙핑크이다.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블랙핑크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리사 등 멤버 개개인의 팔로워 수는 6천만 명에서 83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블랙핑크의 위력에 정치인들이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질 바이든 영부인의 제안으로 미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실 간 논의가 진행되었고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는 서로의 음악을 듣고 팬이 된 사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관계성에서 문화예술인의 활동이 한미간에 정상회담의 중요한 매개변수가 된 셈이다.


5. 문화영향력 파악이 외교안보의 조화 요체


문화는 더 이상 정치나 경제의 종속변수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문화가 어느 순간 독립변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이번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교체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문화는 원래 물 흐르듯이 높은 문화의 품격이 다양하게 국경을 넘어서 세계로 퍼져나가고 스며들고 인식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블랙핑크는 더 이상 일개 가수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세계각처의 무대 위와 사이버공간과 무대 밖에서 공히 가사로 외모로 행동으로 소통으로 예술적 기량으로 이미 세계 최고의 현재진행형 팝아티스트가 되어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지식과 박제된 상식에 갇혀있어서는 미래가 없다. 지식과 정보와 예술 행동이 빛의 속도로 확산되는 초연결시대의 특성을 간과한다면 외교도 안보도 순식간에 망가질 수도 있음을 이번 외교 안보라인 경질에서 보여주었다.


6. 거버넌스의 일상화로 조직문화의 혁신을 기해야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조직문화의 혁명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대의 문화현상과 세계적인 문화트렌드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이를 적극 누리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정부 조직 또는 정책환경과의 관계에서 거버넌스의 과제를 빠르게 조직 구성원과 정책 이해관계 집단 간에 신속하고도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일상화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정책과정에의 참여를 뜻한다. 조직내 정책과정에서 관계 당사자들의 참여와 공유, 그 가운데 긴밀한 협력과 조율과 집단지성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첨예한 외교 상황에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조직과 국민 및 기업 간 거버넌스의 구현도 필수적이다. 이를 간과하면 대한민국 외교와 정책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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