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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두 아이의 엄마 VS 토리 엄마] 통권198호
 
2021-11-22 16:56:18
첨부 : 211122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98호 

손숙미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여당의 대선후보 수행 실장이 SNS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의 출산 여부를 영부인의 품격을 나타내는 잣대로 삼은 것이다. 이에 출산하지 못한 여성은 출산한 여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인가 하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또 보수 성향의 한 여성 단체는 이 SNS 글이 출산의 유무로 여성을 갈라치는 언사이며, 출산한 여성과 출산하지 않은 여성을 갈등 관계로 몰고 간다라고 항변했다. 여성은 출산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은 출산 도구가 아니다.

 

글을 올렸던 수행 실장은 이러한 여론에 떠밀려 표현과정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불편함을 느꼈거나 상처받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라고 했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아마 과잉충성심에서 우리 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부인은 이렇게 자녀를 둘이나 키웠는데, 야당인 윤석열 후보 부인은 아이가 없어 강아지(토리)를 키우고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 김혜경 씨가 더 영부인으로 품격이 있는 거지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김혜경 씨는 은근슬쩍 띄워주고, 김건희 씨는 깎아내리면서 마치 영부인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조롱하고 있다. 무자녀는 영부인이 가져야 할 품격을 심각하게 손상한다는 것인가? 자녀가 없으면 영부인이 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나이가 적령기에 이르면 결혼하고 출산하여 가족을 이루는 것을 당연한 관습으로 삼아왔다. 가족의 가치는 보수우파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하며, 인간의 종족 보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나라는 결혼과 출산이 모두 힘든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OECD국가 중에서도 꼴찌에 해당하는 합계 출산율 0.84를 보여, 국가 소멸 위기까지도 점쳐지는 상황에 와 있다. 이러한 낮은 출산율은 일자리 부족과 치솟은 집값, 높은 양육과 교육비,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적지 않은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고 싶은데도 난임과 불임으로 인해 고통받는 부부들도 많다. 아기를 갖기 위해 병원에 다니고 시술을 받는 것도 힘들지만, 주변의 싸늘한 시선이나 무언의 압력으로 인한 심적 고통은 말할 수도 없이 크다. 더구나 김건희 씨의 경우는 늦게 결혼하여 어렵게 임신을 했다가, 국정원 댓글 수사 파문으로 충격을 받아 유산 경험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아픔을 가진 여성이, 자신을 자녀 있는 여성과 빗대어 비하하는 듯한 글을 보았을 때 마음이 어땠을까? 아마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윤 후보는 김건희 씨가 임신을 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업고 출근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뻐했다고 하니, 유산 후의 그 실망감은 말할 수도 없이 컸을 것이다.

 

자녀가 없었던 일본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2016년 한 일본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다. 결혼 후 힘들었던 불임 치료 과정과 주변으로부터 받았던 압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듯 자녀가 없는 여성들은 무자녀 혹은 불임이라 단어를 쳐다만 보아도, 듣기만 해도 그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불임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했다. 한때 여당 대표는, 야당이 자체 유력 대선후보를 생산하지 못하고 용병으로 데려왔다고 하면서, 야당을 불임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이를 불임부부에 대한 인권침해로 보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적도 있다. 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도 2014년 유럽회의에서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유럽의 대응에 대해 충고하면서, 유럽이 이제 더는 임신도 못하고 활기도 잃은 할머니가 되었다라고 비유했다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제국 성립 이후 최초의 여성 연방 총리직에 올라 16년을 재임했다. 퇴임 당시에도 국민 75%의 지지와 신임을 받았다. 그도 무자녀였지만 독일 사람들은 메르켈 총리를 무티(엄마)라고 불렀다. 엄마처럼 친숙한 지도자라는 뜻이다. 꼭 자녀가 있어야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메르켈은 엄마 같은 포용적 리더십으로 아프간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고, 아프리카에 애초 물량의 2배에 이르는 코로나 백신을 제공했다.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도 비록 본인은 아이를 갖지 못했지만, 열악한 상황에 있는 많은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한다.

 

2. 다양한 가족 형태 존중되어야

 

이제는 가족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2인 이하 가족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족보다 비율이 더 높다. 물론 자식의 존재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자발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 부부도 있다. 그렇지만 자녀가 없는 가정은 대부분, 환경적인 여건이나 생리적인 이유로 인해 자녀를 가지지 못한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다. 국가와 사회는 각종 법과 제도 마련으로,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주변의 사람들도 싸늘한 시선이나 무언의 압박 대신 심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출산을 하면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출산에 대한 그들의 선택도 존중되어야 한다. 자발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든, 혹은 비자발적으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갖지 못하든, 그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진보 성향의 여성 단체는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펼쳐왔다. 그렇지만 출산으로 영부인의 자격을 따지는, 막말에 가까운 여당 의원의 글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선택적인 분노만 하는 것일까?


자녀의 유무가 여성의 자격이나 품격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아무리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할지라도, 성인지적 감수성이 없는 말을 함부로 던져, 자녀 없는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자녀가 있건 없건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은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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