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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쥴리 벽화의 인권침해 문제와 여성계의 역할] 통권193호
 
2021-08-03 15: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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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193호 

손숙미 한선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최근 쥴리 벽화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쥴리란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X 파일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씨를 지칭하는 예명이다. 벽화에는 서양 여성처럼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여성이 등장하며, 옆에는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또 하트처럼 보이는 그림 옆에는 음모론적 루머에 등장하는 김씨와 관련된 남성들이 열거되었다. 이렇게 남성들을 줄줄이 열거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벽화는 김씨에게 망신을 주면서 사실은 영부인 꿈을 깨라는 조롱을 하고 있는 것이다.

 

1. 여성혐오와 인권침해를 유발한 벽화정치

 

쥴리 벽화는 대통령 후보 본인이 아닌 배우자의 사생활, 그것도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의혹에 가득 찬 결혼 전의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띄워, 은연중에 김씨가 사생활이 복잡하고 정숙하지 못했던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흠집을 냄으로써 윤석열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김씨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 다소 엄격한 잣대로 영부인을 바라보는 유권자들, 특히 육영수 여사를 통해 국모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보수유권자들을 실망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정작 이 벽화를 의뢰했던 건물주인 여씨는 벽이 너무 어둡고 침침하여 밝게 꾸미고 싶어 벽화를 그렸다고 했다. 그림이 완성될 무렵 그라피티 문화의 일환으로 재미있는 풍자적인 문구를 넣고 싶었고, 그러던 차에 당시 X파일에서 논란이 되었던 쥴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본인은 특정 정당 지지자도 아니며 그냥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업가에 불과하고 뒷 배경은 전혀 없다고 했다.

 

여씨가 이렇게 단순한 동기에서 재미를 위해 벽화를 그리고 문구를 넣었다고는 하나, 그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쥴리라는 사람이 누구를 뜻하는 지가 너무나 명백한 현시점에서 한 여성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여성 혐오이며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그림과 언어를 통해 만인들 앞에서 입증되지 않은 사실로 여성에게 모욕을 주는 것은 일종의 성폭력에 가깝다. 당사자로 지목된 여성이 세간의 가십거리로 전락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여씨가 안다면 그냥 재미로 벽화를 그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당사자가 만약 본인의 가족이라면 재미로 이런 식의 막장에 가까운 문구를 넣을 수가 있겠는가? 당사자인 김씨는 본인이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의혹과 루머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잘 먹지도 못하여 체중이 많이 줄었다고 전해진다. 온 국민이 본인을 알아보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기가 힘들고, 아마 마트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여씨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대통령 후보 부인의 결혼 전 과거까지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결혼 전 사생활까지 들추는 건 여성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닌가?등으로 파장이 커 지면서 모욕죄 같은 법적인 고소까지도 예상되자 하얀 페인트로 해당 문구와 벽화를 다 지웠다. 또 자신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였음을 강조하기 위해 벽화가 그려져 있는 벽을 통곡의 벽이라고 지칭하면서 마음껏 표현의 자유를 누리셔도 된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벽화는 지워졌지만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이 SNS와 언론을 통해 이미 다 퍼져버린 상태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과거 김대업 사건처럼 선거캠프가 직접 나서서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지지자들을 동원해서 감성에 호소하는 헛소문이 퍼지도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선거문화가 업그레이드 되기는커녕 더 저급해지고 교묘해지는 측면이 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로 나왔던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서울시장의 역량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1억짜리 피부과로 계속 공격을 당했다. 나 전 의원에게는 피부에 그렇게 거금을 쓰는 부자 공주의 이미지를 만들어 씌웠고, 서민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1억 피부과 비용은 유권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지독한 괴리감을 맛보게 했다. 선거 후 재판에서 1억 피부과는 모두 근거 없음이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는 패배로 끝난 상태였다.

 

그동안 여권은 쥴리 논란에 대해 사실상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듯한 역할을 했다. 여당 대표는 초기에 어떻게 쥴리란 분을 영부인으로 모실 수 있나?라고 하면서 쥴리라는 사람이 김씨라는 걸 기정사실화 했다. 또 어떤 대선후보는 조금 민망하고 말씀드리기 거북하다고 했다. 그러다 논란이 커지면서 오히려 역풍이 불 기미가 보이자 말을 조금씩 바꾸어서 금도를 넘었다고 했고, 여성인 국회부의장은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공개 장소에 제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개인 자격으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2. 진보성향의 여성단체 입장은 무엇인가?

 

요즘 해체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마지못해 올림픽 출전선수로 페미논란을 빚었던 안산과 쥴리 문제를 두루뭉실 섞어서 스포츠계와 정치영역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한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단문형식으로 원론적인 입장을 기자들에게 보냈을 뿐이다. 오히려 보수 성향을 띄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여성 전문인 단체인 한국여성변호인협회에서 공식적인 입장문을 냈다.

 

우리나라 여성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진보성향의 여성단체나 여성 정치인들은 쥴리 벽화 논란에 관해 여전히 침묵하면서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성계는 여성의 권익증진과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한다고 하면서도, 광역단체장의 성추행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선택적 분노를 했으며 피해호소인이란 이름으로 피해자인 여성을 오히려 2차 가해하는 역할을 했다. 한 여성단체는 박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사과하는데도 7개월이 결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국의 이른바 여성계는 여성을 오히려 가해하고, 가해자도 건재하는 곳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여성계가 여성 운동을 정계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고, 일단 국회로 진출한 여성 국회의원은 여성 문제에 대해 진영의 논리에 의해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이렇게 하니 진정 여성을 위한 여성단체는 어디 있느냐는 말을 듣는 것이다. 어느 유튜버가 줄리 벽화 위에 적었던 페미, 여성단체 다 어디 갔나라는 문구가 이를 방증한다.

 

여태까지 한국의 여성 운동과 여성 정책들은 진보성향 여성단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우파성향 여성단체들은 숫자도 많지 않고, 뚜렷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체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곳도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보수우파 여성단체들이 낙태문제, 성폭력 문제, 동성애 문제 등에 관해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과 대조된다. 이제는 권력화되고 성역화되어 버린 여성단체들보다는, 보수우파 여성들에 의해 여성을 한 인간으로서, 가족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사는 것에 도움을 주는 진정성 있는 정책들이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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