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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공존·공정·능력주의] 통권192호
 
2021-07-23 14:11:35
첨부 : 210723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92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지난 6월 11일 공존과 공정경쟁을 내세운 36세의 청년이 제1야당 대표가 된 이후 우리 정치에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세대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공정과 경쟁의 장이 된 야당 대변인 공개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는 경쟁률이 141:1이 될 정도로 높은 참여를 보였다. 2030세대 표심을 잡으려는 정당의 움직임 또한 변화의 조짐이다. 청와대가 25세 대학생을 1급 비서관으로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벼락출세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분명한 것은 청년 야당 대표 등장에 영향을 받아 대응책으로 시행된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도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 자체는 기존 정당 운영방식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시도임에 틀림없다. 

1. 2030세대의 등장과 386세대에 대한 불신

  젊은 야당 대표의 등장으로 선거 때만 되면 잠시 2030세대에 관심을 보이다가 사라져버리던 정당의 관행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세대를 변혁의 주체로서 인정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시도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들을 변화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로 나갈 수 있다. 기존 정당의 이런 움직임을 현실화 시키려면 2030세대 스스로 오늘의 문제해법과 미래를 지향하는 시대정신 설정과 실행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발언에서부터 의제설정에 이르기까지 심사숙고하여 결정하는 신중한 자세와 실행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가 아닌 희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선배세대와 원로들의 지혜를 빌리고 도움을 받아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현실은 학습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여야 대표 간 논의 내용이 당내 분란으로 작용한 것이 한 사례이다. 협상내용에 대하여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당내에서 논의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외부에 노출시켜서 당내 분란을 유발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아직은 간판만 젊은 사람으로 바꾸었을 뿐 변한 것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젊은 세대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부수적 효과도 있다. 386세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표면화된 점이다. 그동안 이들은 민주화 과정에 젊음을 바쳤다는 명분으로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었다. 네 편 내 편으로 편 가르고 자기편에는 관대하지만 네 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심지어 적처럼 대했다. 이들은 자신들만이 절대선임을 암암리에 드러내면서 그들만의 성을 구축했다. 시간이 갈수록 폐쇄성을 드러내면서 시대변화에 둔감해졌다. 386에서 586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 되어 시대변화를 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인 이순병은 이 일련의 변화를 정반합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386의 좌경화가 보수적 수구세력에 대한 저항의 산물이었다면, 지금 20대는 386의 몽상적 이념과 수구적 부패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혹자는 20대가 60대와 비슷한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시대착오적 시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0대가 정(正)이라면 40대는 반(反)이고 20대는 합(合)입니다.  이 현상은 사회변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반합의 이치입니다.” 
 
2. 공정경쟁과 능력주의

  시대는 ‘공정’의 화두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의 평등·공정·정의가 허언으로 끝난 데 대한 반동이기도 하다. 내 공정만 공정이고, 네 공정은 공정이 아니라는 내로남불 형태의 선택적 공정에 대한 대안으로 공정경쟁과 공정원칙이 강조된다. 공정경쟁에서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것이 능력주의이다. 평등주의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능력주의는 약자의 보호가 아니라 강자의 논리라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평등이념에 기운 자사고 폐지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급격한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성공한 정책인가? 노동시장에서의 저성과자 해고 지침 폐기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는 2020년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 순위를 162개국 중 145위로 낮게 평가했다.

  누구도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온 선도자는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능력 있는 사람들이었음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서 능력자는 소수의 엘리트와는 다른 개념이다. 능력자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노력을 통해 자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인류의 발전은 사회 각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성취를 이룬 사람들과 소수의 엘리트 그리고 시민이 함께 노력하여 이룬 성과이다. 앞으로의 발전도 그럴 것이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능력의 차이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후천적 노력으로 능력을 키우기도 한다. 선천적 능력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그러나 후천적 능력은 노력에 의해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후천적 능력을 키우는 교육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기회의 평등 못지않게 과정의 공정도 중요하다. 기회가 주어져도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엄마찬스, 아빠찬스가 그러하고 사전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역시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사례이다. 기회와 과정이 공정해도 능력의 평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선천적 능력까지 평준화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을 통해 후천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은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능력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능력주의를 부정하기보다 누구에게나 능력을 발휘시키는 기회의 공정과 과정의 공정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는 다르다. 엘리트는 소수만 될 수 있지만 능력자는 사회 각 분야에서 노력하면 누구든지 가능하다. 능력자는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여 그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을 의미한다. 각자의 노력으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나 기술자 또는 장인이 된 사람들은 능력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노력하여 얻은 성취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사회가 되면 능력주의에 대한 반감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성공한 사람일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느 분야든지 자기 노력에 의해서 성공한 사람은 겸손, 포용, 배려의 사회적 책무를 지고 이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경쟁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정경쟁은 상호 긴장을 유발하면서 능력을 향상시킨다. 공정한 경쟁사회에서는 자유와 평등, 사익과 공익, 공동체자유주의 등의 발현과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이 없는 불공정한 사회에서는 승자독식 현상을 초래하면서 심하면 약육강식의 세상이 된다. 이렇듯 공정경쟁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지 사회 불평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불평등은 불공정 경쟁에서 유발되는 것이지 공정경쟁에서 유발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정경쟁은 정치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적용 가능한 기본 가치다.
 
 3. 공존의 조건과 조화의 지혜

문제는 당위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공정과 경쟁, 공정경쟁이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되고 생활에서 실현되는가이다. 공존과 능력주의와의 조화도 필요하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 안 될 사항은 실현 가능성이다. 정책은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현실적으로 공정경쟁원칙을 적용하기 힘든 곳이 있다. 심신 쇠약한 노인, 지체부자유자들처럼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별도의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보다 큰 수혜가 될 수 있는 존 롤스(John Rawls)의 최소극대화 기준(maximin criterion) 원칙이 작동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은 국가뿐만 아니라 시민과 공공 모두 함께 펼쳐야 한다. 사회 적응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겸손, 포용, 배려의 사회적 덕목을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공정경쟁과 능력주의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권장되어야 할 가치이다. 그 성과는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 모두가 함께 누리는 공존의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시대변화를 담보하려면 2030세대가 시대의 담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미래는 그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겸손한 자세로 선배세대의 도움을 요청하고 받아내야 한다. 선배세대는 젊은이들의 실수를 비난하고 비판하기보다 바른 길로 안내하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나아가 자신들이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를 전수해 줌으로써 젊은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한다. 이렇듯 선배세대가 젊은이들의 실수는 보듬고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공존의 지혜를 발휘할 때 대한민국은 희망의 미래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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