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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이건희 기념 국립미술박물관』이면 된다.] 통권190호
 
2021-06-28 16:41:15
첨부 : 210628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90호 


박광무 한반도선진화재단 문화관광정책연구회장, 성균관대 초빙교수


1. 사업보국, 문화보은의 실천

 

호암 이병철 삼성상회 창립자는 20세기를 살았지만 그의 생각과 비전은 21세기적이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반도체산업을 일군 일이었다. 미래산업의 핵심 동인이 반도체라는 점을 직시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다. 아울러 일찍부터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점도 문화시대가 열릴 것을 꿰뚫어본 혜안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미래지향적인 통찰과 문화사랑이 이건희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호암(湖巖)의 기업가 정신의 바탕에 사업보국(事業報國)이 깔려 있었다면 이건희 회장은 이를 이건희 컬렉션 국가기증을 통하여 문화보은(文化報恩)으로 실천한 셈이다.

이건희는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시 기업 목표로 초일류를 선포한 이래 기업경영은 물론이요 예술품의 컬렉션과 전시에서도 초일류를 구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 양에서 질로, 모든 것을 바꾼다.1993년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계기로 치열하게 1등 기업을 향한 신 경영을 실천해갔다. 이건희 컬렉션도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최고의 명품으로 축적되어갔다. 그리고 용인의 호암미술관에 이어 서울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을 통하여 최고의 컬렉션에 걸맞은 세계 정상급의 전시기술도 함께 구현해왔다.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모두 11,023건에 23천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유물이 고미술품 21,693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93.58%에 이른다. 여기엔 국보 보물 60, 중량급석조물 834점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위한 지자체 간의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이 같은 현상이 적절한가 여부를 떠나서 기증자의 유훈을 살리고 중앙정부의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결정, 국제적인 박물관 정신 및 박물관학 차원에서의 검토는 필수적이다. 문화기반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의 중요성과 문화기반시설의 명칭, 성격규정 및 장소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이에 대하여 이건희 컬렉션의 소장 및 전시공간의 성격규정과 명칭 및 장소 선정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이건희 컬렉션 보존전시시설의 명칭에 관하여

 

국제박물관협회(ICOM)에서는 박물관의 정의를 세계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연구 보존 지속 가능케 하며 소통케 하는 공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의 박물관은 당연히 미술관을 포함한다. 다만 한국 문화계의 역사적 관행과 이 분야의 사정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분하여 명칭을 부르고 있으나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문화예술정책실의 문화기반과에서 문화기반시설로 일원화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로써 좀 더 국제박물관협회의 정의에 한 발짝 다가간 상태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유형과 수량을 보면 다음 표와 같다. 전체 기증품 수량이 미술품으로 분류되지만 기증처별로 볼 때 압도적으로 고미술품이 많고 근현대미술품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모두 이 같은 기증은 역대 최대 규모이다.

 

<>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처 별 수량

구분(기증처 별)

분류 및 건수

기증 점수

비고

국립중앙박물관

고미술품 9,797

21,693(93.58%)

관리방안은 시설건립방향과 결과에 따라 변동여지가 있음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품 포함 1,226

1,488(6.42%)

11,023

23,181

[출처]이건희 컬렉션 관련 전문가 설문조사, 월간 아트인컬처, 2021.6.8.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운동을 보면 하나같이 이건희 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시설명칭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적으로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으로 불림이 원칙이다. 영어의 Art Museum 또는 Museum of art가 그것이다. 이 명칭이 한국에서만 미술관으로 불린다. 가령 세계적인 미술박물관인 뉴욕의 MOMA를 한국에서는 근대미술관 혹은 그냥 MOMA로 부른다. 그 영문 명칭의 뜻은 정확히 근대예술박물관 혹은 근대미술박물관이라고 함이 타당하다. 이것은 역사박물관(history museum),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 등의 명칭과 같은 이치이다.

한국 박물관과 미술관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계 현상으로서 명칭을 달리하면서 두 분야가 협력하며 공존하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그러면서 미술관계는 나름의 독자성을 지니고자 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공식 국가 대표단체인 한국박물관협회에 국내 주요 미술관이 대부분 포함되어있고 미술관 분야 주요인사가 한국박물관협회의 주요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존전시공간을 마련한다면 이 부분에 관하여 일정한 의견수렴의 기회로 삼길 바라는 바이다.

즉 가칭 이건희 기념 국립 미술박물관으로 하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ICOM의 정의 규정에도 부합하고 이번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자의 의도대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분할 기증한 의미를 살리면서 미술품 중심의 박물관이라는 성격에도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명칭 부여는 나중에 국립 박물관 미술관이 법인화하는 경우에도 큰 문제가 없다. 미국의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이 1846년 제임스 스미손(James Smithson)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박물관이지만 그 안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역사기술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 국립동물원 등을 비롯해 19개의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모든 분야의 자료를 소장한 종합박물관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명칭에서도 스미소니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집적효과와 종합성, 그리고 각 분야별 전문박물관의 총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확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규모와 연간 관객 수와 소장유물의 양()과 질()에서 세계 7위를 넘나드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다. 이에 이건희 컬렉션이 더해지고 그 기념 미술박물관이 추가로 건립된다면 자연사박물관추진과 함께 대한민국도 세계적인 국립복합박물관 보유국으로서 그 명과 실이 더욱 상부(名實相符)해 질 것이다.

 

3. 이건희 컬렉션 시설의 성격규정

 

이건희 기념 국립 미술박물관으로 규정할 경우 그 성격상 장점은 이건희 컬렉션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데 있다. 기증자의 문화예술 사랑이 고대·근대·현대를 망라한 예술[미술]품의 수집으로 이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최고의 전문가적 안목으로 발전하면서 방대한 소장품을 지니게 되었다. 컬렉션의 과정도 감동적이지만 컬렉션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컬렉션의 대부분을 국가에 기증한 것은 대한민국 문화자산의 풍성함과 경쟁력 확보 계기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건희 기념 국립미술박물관으로 규정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부의 문화기반시설 정책의도를 십분 살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미 박물관 미술관을 밀접한 문화기반시설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또 미술관으로 호칭함으로써 미술관 명칭부여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둘째로, 국제적인 통념에도 부합한다. 전 세계 ICOM 모든 회원국이 미술박물관(art museum)으로 호칭한다. 그 주된 소장품에 따라 근대(modern) 혹은 현대(contemporary) 등 접두어가 추가될 따름이다. 셋째로, 기증자의 의도와 이건희 컬렉션의 내용과 성격으로 볼 때도 미술박물관이 맞다. 즉 그의 컬렉션이 고대로부터 근대와 현대미술품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국립중앙박물관과 현대미술관에 기증하였는데 이것을 다시 통합공간에 보존 전시한다고 해도 결국 대부분의 기증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성격이 되기 때문이다. 넷째로, 앞으로 추가적인 기증이나 다른 전시 등을 기획하거나 연구할 때에도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운영상 전시·연구·소장 교류 차원의 장점이 있다. 즉 집적효과를 낼 수 있으며 확장성도 열어두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다섯째로, 대통령의 일원화 관리 방안 검토 지시에도 부합한다. 국립으로 함으로써 그 취지를 살리며 이건희 기념이라는 독특한 의미를 이어갈 수 있고 향후 후속기증에 대한 모델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4. 건립 장소에 대하여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이 1990년대에 전국적으로 문화계의 뜨거운 이슈로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부지로 신청한 지방자치단체가 광역 9개 시도에서 모두 38개 지역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당시 문화체육부는 여러 가지 사유로 끝내 자연사박물관 부지 결정을 하지 못하였고 건립자체도 이후 30년이 다 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희 컬렉션 전시공간 마련은 국가 문화정책당국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박물관정책의 실현차원에서 결단하면 된다. 그 기본은 박물관학의 차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즉 박물관의 구성과 성격과 유물의 내용과 보존·연구·전시·교육·교류 등 박물관 고유기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세계적인 복합박물관이 된 실체적인 내역과 뉴욕 근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설립과 운영을 참고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유수한 국립박물관이나 공립박물관이 수도나 대도시에 위치하면서 집적효과를 발휘하고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경기 수도권과 대구 혹은 부산 등 유수한 도시들이 유치경쟁을 하고 있다. 그들을 정치적으로 고려하면 또다시 자연사박물관 부지선정의 실패를 되풀이 하게 된다. 일반적인 박물관 입지의 고려사항을 박물관학차원에서 검토하면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 기증자의 의도와 유물의 성격과 그 내용의 연구·전시·교류·학습 및 미래 확장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부지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건립 장소 결정을 미루는 경우 시간은 그냥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국가문화기반 구축의 정책기회를 놓치는 결과가 됨을 의미한다. 또한 정치적 고려가 과도하게 주어진다면 문화의 정치종속을 유발하는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최적의 정책결정이 아닌 최악의 결정이 되지 않길 바란다.

 

5. 이건희 기념 국립미술박물관 건립, 성공적인 거버넌스 모델로 남겨야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건립비를 정부재정으로 부담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것은 서울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부지제공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의 경우도 모범적인 민관 협력체계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박물관이 만일 이처럼 된다면 기증자 기업인, 부지제공 지자체, 건립운영 국가의 3자간 거버넌스적 협력의 최고의 성공모델로서 역사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유수한 문화국가들을 보면 박물관 클러스터나 복합박물관단지를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그러하다. 대한민국이 이건희 컬렉션을 계기로 국립박물관 복합단지(National Museum complex)를 이루면 좋겠다. 그것은 문화가치의 전면적인 전진배치가 될 것이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문화기반 형성에서 중요한 실적을 남길 수 있는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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