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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이대남과 이대녀! 누가 더 억울한가?] 통권186호
 
2021-05-12 17:31:21
첨부 : 210512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86호 


손숙미 한선재단 선진여성위원회 위원장

 지난 4월 9일 실시되었던 서울시장 보선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인 이대남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72.5%로 높았던 반면 22%만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20대 여성인 이대녀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이 41%, ‘더불어민주당’ 44%였고 15%는 군소정당을 선택하여 이대남과는 사뭇 다른 표심을 보였다.


 이대남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여당에서는 정부와 민주당이 그동안 내세웠던 페미니즘에 이대남이 실망하여 등을 돌렸다고 간주하여, 군가산점제 부활과  여성징집을 거론하고 있다. 이대남은 과연 이대녀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에 여당에 등을 돌렸을까? 그렇다면 여성은 왜 강하게 여당을 지지하지 않았을까? 


 한편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이 이대남이나 이대녀의 표심에 영향을 끼친 정도는 미미하며 20대 전체가 안고 있는 일자리 문제, 부동산문제 등의 큰 그림에서 20대의 실망이 표출된 것이고 거기에 남성이 좀 더 강하게 반응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1. 한국의 페미니즘


 정치적 이슈로까지 떠오른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국의 페미니즘은 서구에 비해 역사가 짧으며 전개되어 온 양상도 사뭇 다르다. 서구의 페미니스트들은 오랫동안 격렬하게 투쟁하고 때로는 목숨을 내던지기까지 하면서 참정권을 획득했던 반면, 서구로부터 신여성의 물결을 타고 한국에 들어온 페미니즘은 대학교육을 통해 소개되었고 일종의 문화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형성되었다. 그동안 여성학계, 여성단체, 여성부, 국회 등의 부단한 노력으로 성차별금지 및 개선을 위한 많은 법이 제정되었고 제도가 개선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가부장제와 남녀차별의 근원지였던 호주제가 민법개정을 통해 2008년에 폐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호적법이 가족관계법으로 바뀌었다. 유림 등 보수적인 단체에서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정의 질서가 무너지고 파탄이 나면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릴 것처럼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호주제 폐지 후 실제로 그런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2. 과격해진 페미니즘과 이에 대응하는 이대남


 호주제 폐지 후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페미니즘은 2016년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어이없이 죽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자괴감 섞인 분노가 표출되면서 다소 과격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2018년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서는 여성이 남성모델 누드사진을 찍어 대표적인 남성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에 올렸다가 징역형을 받게 되자, 이를 편파수사로 간주한 젊은 여성들의 대규모 혜화역 시위가 발생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애초에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시작되었던 페미니즘이 여성 우월주의와 남성혐오를 나타내면서 과격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남혐 사이트의 페미니스트들과 여혐 사이트의 반 페미니스트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고, 혐오와 조롱으로 상대방을 자극해 젊은 남녀 사이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2018년 12월 국민일보에 발표된 ‘한국사회의 갈등’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의 64%가 페미니즘을 지지했던 반면 20대 남성의 75.9%가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답하여 이 시기의 페미니즘에 관한 남녀갈등이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8년 사법계의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미투사건이 예술, 정치, 학계, 스포츠 분야로 퍼지면서 일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남성이 성범죄의 잠재적인 가해자라는 인식이 퍼지자 이대남은 여기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였다.


 최근에 GS25는 급진적인 남혐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의 로고와 비슷한 디자인을 광고 포스터 이미지에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젊은 남성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았고 사과 후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논란으로 인해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군부대의 PX점에서 GS25를 퇴출시켜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면서 GS리테일 주가가 하락하는 등 회사의 이익과 재정 상태까지 영향을 받았다. 이는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이대남의 표심에 정치권까지 읍소로 반응하자,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대남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페미니즘에 대항하고 이를 응징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이대남이 주축이 된 반 페미니즘 운동은 상당한 국면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3. 이대녀에 대한 가산점과 할당제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이대녀와 이대남 사이의 갈등이 심하고 이대남이 특히 억울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대남 본인들은 정작 여성을 차별한 적이 없으며, 이대녀가 성별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교육기회의 잣대로 사용할 수 있는 대학진학률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오히려 높다는 것이다.


 이대남은 각종 시험과 고시에서 약진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대학 졸업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군복무를 한 남성보다 더 오랜 기간 준비한 이대녀를 취업 시장에서의 버거운 경쟁상대로 본다. 코로나 19로 인해 실업률이 증가하고 일자리 시장이 팍팍해진 탓에 이대남은 힘든 군 복무 후 취업하기도 쉽지 않은데 문재인 정부에서 남녀평등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여성들에게 가산점과 할당제를 주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대남은 “남녀차별은 기성세대가 했는데 왜 우리가 교정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반문한다.


4. 이대남의 높은 결혼 비용


 이대남이 또 하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데이트비용과 결혼 시 집 마련 문제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 전체 결혼 비용 중 주택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81.6%였으며 남녀 부담비율이 각각 67%, 33%로 나타났다(듀오웨드 2021). 이대남의 경우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값 상승과 LH 직원의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서 이대녀보다 더 큰 분노로 지난 보선에서 여당을 응징했다고 본다. 이대녀는 결혼 시 집 마련에 남성이 더 큰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대남이 보기에는 평소에 남녀펑등을 외치는 여성들이 집 문제만큼은 그들의 생각을 멈추고 전통적인 관습에 따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며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남자들이 데이트비용을 지불하고 거주할 집을 마련하는 관습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되기도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짝짓기는 남녀간의 협력이 아니라 일종의 경쟁관계로 보았다. 남성의 작고 흔한 정자에 비해 여성은 크고 귀한 난자를 가졌으며, 임신이나 양육부담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어 이 기간 동안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여성은 짝짓기를 할 때 남성이 가정을 꾸려나갈 능력이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 수렵시대에는 사냥을 잘 하는 키가 크고 강한 근육을 가진 남성을 원했다면 요즘은 남성들의 능력을 데이트비용 지불과 집 마련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성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대남은 이와 같은 진화생물학적인 접근방식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이 결혼 전이기 때문에 이대녀가 결혼 후 겪어야 할 임신, 육아의 힘든 정도와 책임문제를 실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대남은 오히려 남성이 집 마련에 지게 되는 높은 비용부담을 고쳐져야 할 관습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전통사회와는 달리 며느리가 시집에 와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동등하게 만나 독립된 가정을 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평등 지수가 높은 서구에서는 결혼이나 동거 시에 남자의 집 마련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 이대녀는 억울하지 않은가?


 이대남이 억울하다고 느낀다면 상대적으로 이대녀는 별 억울하지도 않고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까? 이대녀가 일부 영역(이공계 장학금, 창업경진대회 등)에서 실시하는 할당제와 가산점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취업 전선에서도 군 복무를 하고 온 이대남에 비해 어떠한 이점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여성의 비율이 높은 대민 서비스직이나 교육직종이 큰 타격을 받아 신규채용이 많지 않고, 채용이 이루어지는 4차산업 관련 분야는 대부분 전기, 전자 등 이공계 분야로써 이대녀는 응시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성의 78.2%는 구직활동 중 차별을 느낀 적이 있으며, 면접 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결혼계획이 있는지’와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지’였다고 답하고 있다(벼룩시장 구인구직, 2018).


 이 밖에도 이대녀는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일어나는 데이트폭력, 성희롱, 성폭력범죄 등에 잠정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낀다. 결혼 후에는 출산, 육아를 거치는 동안 사회와 가정에 아직도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미흡한 제도로 인해 경력단절 여성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결혼이 가져오는 이점보다는 페널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대남, 이대녀 모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을 약자 혹은 피해자로 보고 배려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과 제도, 관습에 이대남은 억울해하고 역차별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남을 달래기 위해 위헌판정을 받은 군가산점제나 여성 징집문제를 꺼내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이제는 남녀를 갈라치기 하고 젠더 간 혐오를 조장하는 과격한 페미니즘과 반 페미니즘보다는 양성평등으로 가야 한다. 사회와 기업들은 남녀 간의 갈등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어느 한 편이 분노를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양성평등 사회와 가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대녀와 이대남의 억울함과 고민에 귀 기울여주고, 일자리와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 보육에 관한 제도개선 등 세심하고 합당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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