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Hansun Brief [COVID-19 그리고 백신] 통권185호
 
2021-04-29 11:07:10
첨부 : 210429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85호 


박종훈 한선재단 보건의료정책연구회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인류사를 보면 인간은 종종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무지하다. 똑똑하고 약은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는 모순투성이다. 오래된 과거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보면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COVID-19 확진자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백화점을 이틀 동안 전면 폐쇄한 적이 있다. 그저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COVID-19는 공기 감염이 아니라 비말 감염인데도 당시에는 그랬다. 공포가 이성을 압도한 것이다. 확진환자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거대한 병원이 통째로 2주간 폐쇄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없다. 확진자가 지나갔다고 해서 예전처럼 공간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일도 아니고 불과 1년 전에 했던 일들이 지금은 없는 일이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1년 사이에 COVID-19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의외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돌아가기보다는 루머에 가까운 말들에 의해서 돌아가곤 한다. 상황이 무섭고 경험을 하지 못했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현행 방역수칙에 따르면, 식당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상관없고 아는 사람끼리는 5인 이상 함께 식사하면 안 된다. 차라리 아는 사람끼리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 4인은 모여서 식사해도 되고 5인은 안 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물론 나름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가급적 모이지 말라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니 백번 양보해도 코미디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전문가 그 누구도 이 제도의 근간이 된 근거를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했겠지. 모이면 안 되는 것 아니야?라고.

 

백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바이러스는 인류와 더불어 지구상에 늘 만연해 있었다.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인류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상대해왔을까? COVID-19처럼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종종 치명적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인류에게 해악만 끼친 것은 아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간여함으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한 면도 있다. 심하게 말하면 건강한 인류만을 남기려는 이상한 작업에도 동원된 것 같다.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에 와서야 바이러스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인류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바이러스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라고 하는 균종들이 세포 밖에서 활동하는 것과 달리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 안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독자적으로 존립하지 않고 반드시 숙주의 세포 안에서 기생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인간 세포를 죽여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치료제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이런 태생적인 문제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그런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면 어쩌지? 참 신기하게도 조물주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염두에 둔 것인지 인간 스스로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능력을 주셨으니 그것은 바로 항체 생성이라는 것이다.

 

항체 생성은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인체 내로 침입해 들어오는 바이러스(항원)에 대해 인간 스스로 항체라는 것을 만들어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능력을 갖게 한다.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보면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문제는 누구나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종종 바이러스에 되치기 당하기도 하고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의 경우는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앗아가곤 한다. 이게 문제다. 공격당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결국 승리해도 어느 정도의 손실은 있는, 그러한 전쟁이 인간과 바이러스 간에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신은 무엇일까? 자연에서는 강력한 바이러스의 공격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항체를, 공격력이 없는 안전한 짝퉁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주입함으로써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것에 착안한 것이 바로 백신인 것이다. 개개의 인간이 자연적으로 항체 생성을 통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에는 대가가 너무도 크기에 백신을 만든 것이다. 인체에서는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특히 껍데기)를 인식해서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바이러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의 구조물을 안전한 전달체에 탑재해서 인간에게 주입하는 것이 기본적인 백신 원리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각종 백신들도 전달체는 다르지만 대부분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앞서 안전한 방식으로 전달한다고는 했지만 진짜 바이러스처럼 바이러스 자체의 공격력은 없다 해도 인간 기준에서는 이물질로 인식하기 때문에 백신으로 인한 인간의 면역반응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백신 개발 후 충분한 관찰과 경험이 없는 경우 예상치 못한 백신 부작용이 날 수 있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백신들은 결국은 이런 문제들에 기인된 것이다. 백신 투여 후 고열이나 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백신에 따른 면역반응의 효과들이다. 아마도 혈전 문제도 그런 것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치료제는 무엇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러스를 살상하는 치료제 개념은 아니다. 이미 감염된 인간이 만들어 낸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투여하거나 또는 감염된 환자가 수월하게 앓고 지나가는 것을 돕는 그런 약제들에 불과한 것이다.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한 궁극의 방식은 결국 항체 생성이다. 다시 말해 COVID-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백신을 통한 면역력 확보가 답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명료한 일이 왜 복잡하게 꼬인 것일까?

 

백신 확보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국격(?)에 걸맞지 않게 대한민국은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일까? COVID-19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백신 부분만을 따로 떼서 조사한 바도 없고 이에 대해 속 시원하게 설명하는 당국자가 없으니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짐작 가는 바는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되어 현 상황이 빚어졌을 텐데 알려진 단편적인 사실들만을 조합해보면 우선 당국자들이 백신의 가치와 공급의 절박함에 대해 실기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COVID-19 이전의 메르스 사태 때 백신 수급 관련해서 당국자들이 곤혹을 치른 적이 있었다. 바로 적정 백신 가격의 문제였다.

 

COVID-19 백신 관련해서 최초 논의가 되던 시점은 다행히 확진자가 상당히 감소하고 있던 시기였다. 물론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재유행에 대한 경고를 했고 백신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지만 분위기상 당국자들이 적정 가격을 무시하고도 백신 공급을 확약 받을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에 K-방역이다 뭐다 하면서 우리식의 방역에 자신감을 잔뜩 갖고 있었고 전 세계가 백신에 올인 할 때 우리는 치료제로 가자라는 희한한 주장들이 정치권에까지 솔깃하게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 정황들로 인해 백신 공급 제약사들과의 관계에서 적정 가격 내고를 하느라 구매 시기를 놓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해 본다. 그사이 불행하게도 COVID-19이라는 산불은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정부는 백신 공급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고 며칠 전 발표를 보면 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공급은 원활할 것이라고 한다. 혹자는 속된 말로 백신이 와야 오는 것이지 정부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하는데 믿을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앞서 백신 수급의 문제를 조심스레 추측해 보았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결국 방역 관련해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종종 무시되는 다시 말해서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습관이 빚어낸 것이라 할 것이다. 사령탑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그 가운데 위험이 큰 것들에 집중해야 할 텐데 정부는 번번이 쉽게 가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안전 불감증이다. 백신 그리 중요한 문제 아니라고 한 사람을 중용하는 최근의 정부 행태를 보면 백신을 정말 제때에 공급받기는 할까?라는 의심을 국민들이 하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관건은 백신이다.

 

백신 관련 또 하나의 문제는 부작용이다. 정부는 COVID-19 백신 투여 후 사망하는 경우 3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천명했다. 전 국민이 빠른 시간 내에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나온 정책일 것이다. 수억 원의 보상금을 준다고 해서 백신 접종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백신 접종 후 백신 접종으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수많은 사례에서 정부는 단 한 건도 백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기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상당수의 국민이 백신 접종에 동참해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음이 자명한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정부는 전향적으로 백신 접종과는 확실하게 무관한 사망 사건(예를 들면 교통사고라든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선 인정을 해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국민이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100%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에 기저 질환의 기여도가 70%쯤 되고 백신이 30%쯤 기여했다면 이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현재는 아닌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서 과학적으로 백신과 연관된 여러 가지 사례가 밝혀진다면 향후 유사한 재난에서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지 않을까? COVID-19 백신 이외에도 많은 백신을 관장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COVID-19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주저할 수는 있으나 지금은 준전시 상황이니 예외적인 상황이라 보고 대응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어찌 되었건 간에 부작용이 있더라도 많은 국민이 접종하는 것이 확실히 득이 되기 때문이다.

 

우왕좌왕. COVID-19가 보여준 인류의 모습은 그렇다. 그 어느 나라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주 적절하게 잘 하고 있는 곳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COVID-19라는 바이러스 자체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 탓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선제적인 백신 공급이 최우선이라는 것과 결국 믿고 의지할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더 실기를 한다면 그때는 국민들이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다.

  목록  
댓글  총0
덧글 입력박스
덧글모듈
0 / 250 bytes
번호
제목
날짜
259 Hansun Brief [자아실현공동체 경영이 삶에 주는 의미] 통권256호 23-05-11
258 Hansun Brief [반도체 산업 육성 성과와 과제] 통권255호 23-05-10
257 Hansun Brief [한·미 정상회담과 중국의 우려] 통권254호 23-05-09
256 Hansun Brief [위기관리와 규제완화 - 주거복지를 중심으로 -] 통권253호 23-05-08
255 Hansun Brief [위기관리와 규제완화 - 주거복지를 중심으로 -] 통권252호 23-05-04
254 Hansun Brief [“워싱턴 선언”의 평가와 향후 조치 방향] 통권251호 23-05-02
253 Hansun Brief [여성은 밥을 남길 권리가 있다] 통권250호 23-04-07
252 Hansun Brief [문화는 외교안보의 종속변수인가?] 통권249호 [1027] 23-03-31
251 Hansun Brief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블랙홀이 되고 있다] 통권248호 23-03-13
250 Hansun Brief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강제징용 해법과 전략외교] 통권247호 23-03-10
249 Hansun Brief [과한 사교육비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통권246호 23-03-09
248 Hansun Brief [4·3 사건, 역사해석의 독점을 거부한다] 통권245호 23-02-24
247 Hansun Brief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 원인과 대책] 통권244호 23-02-03
246 Hansun Brief [김건희 여사를 향한 여성 혐오 이젠 멈추어야] 통권243호 22-11-22
245 Hansun Brief [21세기 한국 대중사회와 참사 후 참사] 통권242호 22-11-10
244 Hansun Brief [중국 20차 당대회 이후 우리의 대중 외교 과제] 통권241호 22-11-01
243 Hansun Brief [이태원 압사사고 경제-문화-안전의 '가위바위보 원리'로 극복하길] 통권240호 22-10-31
242 Hansun Brief ['2022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 시안'은 잘못된 설계도] 통권239호 22-09-27
241 Hansun Brief [시민사회단체의 발전 방향] 통권238호 22-09-13
240 Hansun Brief [시민사회단체의 과대 대표성 시정해야] 통권237호 22-08-29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