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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바이든 행정부의 과학기술 혁신정책과 시사점] 통권180호
 
2021-02-16 16:24:51
첨부 : 210216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80호


<신년 기획시리즈6 - 바이든시대, 대한민국의 방향>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추어 주요 분야별로 한미관계를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6회에 걸쳐 싣는다.



임기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 한선재단 기술혁신연구회 회장



바이든 행정부는 COVID-19 팬데믹상황에서 미·중 패권주의 경쟁이라는 국제정치 흐름과 트럼프의 선거 결과 불복이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속에 출범하였다. 이처럼 불안한 정권교체는 정책 수립의 정당성과 추진 과정의 일관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진국들의 최근 과학기술정책에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축적이라는 과학 본연의 목표는 물론 기술혁신을 거쳐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기대감까지 담고 있다. ‘혁신(Innovation)’에 이르는 지식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 추세는 최근 노벨상 선정 기준에도 투영되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년 전부터 총리실의 과학기술회의과학기술혁신회의로 개칭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1. 바이든 행정부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주요 변화와 배경

 

트럼프 행정부는 2020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계의 비난을 받을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하였다. 연구개발 예산의 축소, 백악관 내 과학기술정책실(OSTP) 권한의 약화와 자문 기능의 축소, COVID-19 대응과 같은 주요 정책 결정 시 과학적 근거의 배제, 규제 강화와 이민 및 비자 발급 제한 등이다. 이에 대한 불만은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과학기술 관련 전문 저널의 공식적인 절차나 비판적 기고문을 통해 표면화되었다. 바이든은 과학기술계의 이러한 불만과 요구를 공약에 담아냈으며 하나씩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1) 과학기술 혁신정책 행정체제의 재정비와 인사를 통한 리더십 강화

바이든 행정부는 먼저 OSTP(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위상을 내각의 부처 수준으로 높임과 동시에 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자문 기능을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도록 행정체제를 재편하였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의 공동의장을 역임했던 MIT의 유전학자인 에릭 랜더(Eriv Lander) 교수를 OSTP의 장관급 실장에 임명하면서 바이오 분야를 비롯한 과학기술을 중시하겠다는 정책 기조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향후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PCAST의 공동의장직에는 최초로 두 명의 여성 과학자인 프랜시스 아놀드(Frances Arnold)와 마리아 주버(Maria Zuber) 박사를 지명한 것도 전문성 중시와 함께 이목을 끄는 인사이다. 아놀드 박사는 미국 최초의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고, 주버 박사는 NASA에서 우주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우주 과학자이다. 국립보건연구원(NIH) 원장으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부터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프랜시스 콜린스(Frances Collins) 박사를 유임시킴으로써 COVID-19의 대응과 관리의 연속성을 중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 전문가 단체의 제언 수용

미국의 대중 과학기술잡지인 Scientific American은 대선 직전에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저명한 과학기술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네이처(Nature)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비판적 여론과 제언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기술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 과학기술 활동의 독립성 부여와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과학기술인의 보호와 함께 자문 기능의 확대, 연구 활동의 국제협력과 다양성 강화 등을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중 패권 경쟁과 연계된 혁신주도형 산업정책


바이든은 대선 과정에서 앞으로 추진할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정책을 담은 6대 키워드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Made in All of America”라는 슬로건으로 압축된 정책 기조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물씬 풍기는 키워드들로 이어진다. 미국의 제조업 육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500만 개를 창출하는 게 골자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정책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구매에 관한 독려로 시작된다. 한마디로 미국 내에서 제조된(Make It in America)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자는(Buy American)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제조업의 재활성화를 지원하며, 청정에너지와 그 인프라 구축 계획과 함께 새로운 국내 수요를 증진하는 것이 정책의 근간이다

두 번째는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이다. 전기차와 경량소재, 5G,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며(Innovate in America) 정부조달, 연구개발, 인프라, 교육 훈련 등과 중소기업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Invest in All of America) 구상이다.

세 번째는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를 위해 공정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Stand up for America)와 함께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의도(Supply America)를 천명한 것이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지속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전략이다.


3. 바이든 행정부 과학기술정책의 5대 키워드

 

바이든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다섯 가지 핵심 이슈로 요약되며,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는 이들 키워드의 머릿글자를 연결하여 ‘NICHE’로 재해석하였다. 이를 중심으로 정책의 특징을 논의해보고 시사점을 전망하는 토대로 삼고자 한다.


(1) N: 넥스트 코로나 시대(Next COVID-19)

코로나 19’ 이후 글로벌 사회는 이미 새로운 질서 재편에 들어선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낯설고 멀기만 했던 원격의료, 원격수업, 온라인 유통 등 비대면 접촉(untact)이 확산 일로에 들어선 것이다. 재택경제(在宅經濟)의 일상화에 따른 유연한 재택근무는 경제활동은 물론 사회 전반의 의식구조에도 변화를 넘어 혁명으로 그 지평을 넓히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 대응과 극복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함에 따라 보건 의료 분야의 혁신을 위한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 활동도 활발해지고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바이든 행정부의 특기할 만한 정책으로는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청(BARDA)을 통한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 사이의 산??연 파트너십 확대이다. 아울러 국립보건연구원(NIH)을 통한 보건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고위험이 따르는 도전적 연구의 고도화를 위한 기구로 DARPA(미국 국방부의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를 본뜬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 for Health)의 설립도 예고된 상태다.



(2) I: 산업혁신(Industrial Innovation)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정책 의제를 설정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산업 관련 규제도 강화하는 투트랙 정책 기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에 대한 규제와 함께 국내로 U-턴하는 리쇼어링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붕괴된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재편하여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일자리 확보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3) C : ?중 기술패권 경쟁(Competition between US-China)

?중 패권 경쟁의 단초는 2015년 중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천명한 제조업 굴기(?起) 전략 “Made in China 2025”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오·5G·AI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의 증대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재확인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의도를 표명하였다. 특히 앞에서 밝혔듯이 백악관의 OSTP 실장을 유전학자로 임명한 것은 COVID-19의 조기 극복과 함께 중국과의 바이오 분야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화보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분명히 밝힌 대목으로 파악된다.


(4) H : 과학기술 인재 확보(Human Resources)


고립주의 이민정책으로 해외의 고급 인재 확보를 가로막았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대조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 제한을 완화함으로써 고숙련 인재의 미국 유입을 허용하는 시스템과 제도의 현대화 계획을 밝혔다. 미국 내 첨단 벤처기업을 비롯해 대학교수와 연구원 임용에도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와 함께 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의 등장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계의 인재를 비롯하여 여성 과학자들의 약진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리라 기대된다.


(5) E : 환경,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Environment, Energy & Climate Change)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공약에서부터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를 국가 의제(agenda)로 내세우면서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그가 취임 즉시 파리협정 복귀를 천명하면서 청정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획기적인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인 ARPA-C의 신설 계획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Net-Zero) 달성을 위한 화석연료 규제와 함께 관련 산업들도 재편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산업의 밸류체인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관련 인프라의 확충을 비롯한 새로운 산업의 부상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관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대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도 예상된다


4. 정책 시사점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비롯된 패러다임이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으면서 비대면 경제는 익숙한 일상으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앞서 논의했듯 미국의 과학기술 혁신정책 중시와 컨트롤타워 강화 기조에 담긴 시사점은 자못 크다.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는 자연재해와 팬데믹에 적극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이며 과학기술을 토대로 합리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덧붙여 국가 연구개발사업 투자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공공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연구개발 투자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제안해본다.


 첫째, 과학기술 혁신 관련 행정체제의 재정비와 강화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현재의 과학기술 혁신과 관련된 컨트롤타워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행태는 역대 정부를 통틀어 최악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에 대한 자문 기능과 구조가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토대로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


 둘째, 공공 연구개발 체제의 핵심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자율성 확대를 기반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를 정치 논리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적 간섭에서 혁신 생태계의 자율과 함께 독립시킬 때 비로소 경제는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핵심 인재를 확보하려면 대학 운영의 자율권 부여가 필수이므로 정부지원금으로 발목을 잡는 간섭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교육 정책에도 평준화와 평등을 넘어서는 창의성을 살리는 획기적인 조치가 선행되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대응 전략으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대세다. 무엇보다 기업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 핵심은 이 정부 들어 기업의 경영과 혁신을 저해하거나 가로막는 숱한 규제들을 입법화하는 행태를 지양하는 것이다. 이는 안정된 공급망 확보의 선결 조건이므로 정부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에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산업의 해외 진출 등은 미국 내 산업의 밸류체인은 물론 글로벌 밸류체인에 편입하는 전략으로서 크게 주목받을 일이다.

요컨대 기술경쟁력을 둘러싼 미·중 패권시대에 대응하려면 국제정치의 기류와 외교적 행보를 통찰한 책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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