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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한미 행정부의 대북 인권정책 조율 과제] 통권178호
 
2021-02-05 16: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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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통권178호


<신년 기획시리즈5 - 바이든시대, 대한민국의 방향>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2021.1.20)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추어 주요 분야별로 한미관계를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인권은 자유권, 평등권, 행복추구권과 같은 국민의 기본권인 동시에 자유민주국가의 보편적 가치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헌법은 인권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고 인권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적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인권정책은 사람이 먼저다.”로 대변된다. “사람이 먼저라는 내용에는 인권을 비롯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는 뜻과 특히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있다. 서울과 부산의 양대 시장 성추행 사건처리 과정이나 각종 시위에 대처하는 공권력 행사를 보면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내 사람이 먼저였다는 생각이 든다.

 

I. 문재인 정부의 인권의식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와 현직 국회의원으로부터 유출된 과정이나 그 이후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은 피해자의 인권보호보다 가해자 보호가 우선이었다. 사건이 알려진 후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름으로써 2차 가해 논란을 유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나 여성인권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유는 같은 진영에서 일했다는 진영논리를 피해자의 인권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 6개월이 지나서야 성희롱으로 결론을 냈다.

 

시위는 표현의 한 방법이다. 동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인권문제가 되기도 한다. 시위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받았을 때 저항하거나, 그 결정을 고치기 위해 자기주장을 알리는 행위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위에서도 누가 하였는가에 따라 공권력에 의한 대처가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개천절과 한글날 광화문 시민시위는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차벽을 세워서 원천 차단했지만 코로나 제3차 유행이 시작되는 시기의 민주노총 시위는 허용했다. 광화문 시위에 대해서 당시 비서실장은 국회 국감에서 시위 주도자들을 ‘살인자라고까지 몰아붙였다.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과 공직자가 이렇게 차별적인 행태를 보였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피의자나 범죄자에게도 인권은 중요하다. 특히 감염병에 취약한 곳의 방역은 더욱 철저해야 한다. 동부구치소는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교도소는 특성상 밀폐시설이다. 이런 시설에 기준을 초과하는 인원을 수용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까지 이들에게 마스크 배포는 물론 진단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가시설인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인권의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016년 구의역 사고로 외주업체 직원인 한 젊은이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은 21조로 하게 되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혼자 작업하고 있었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관리소홀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문제였다. 그런데도 당시 서울도시공사 사장은 회의석상에서 걔가 조금만 주의했어도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시스템과 관리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돌려버렸다. 그 말을 한 사람이 2020년 말에 국토교통부 장관에 취임했다. “사람이 먼저라는 현 정부의 인권의식이 엿보인다.

 

II.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파장

정부의 인권의식은 북한당국 앞에서는 약해진다. 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인식이 명확해진다. 201911월에 귀순을 시도한 북한 선원의 강제 북송,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계기가 된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사무조사, 북한해역에서 해수부 공무원 피살 등이다. 정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도 북한인권문제만 나오면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2020년 말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서는 공동제안국에서 스스로 빠졌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2년째이다.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인권후진국으로 전락할까 걱정된다.

 

20201214일 국회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대여당 단독으로 개정했다. 이법은 20206월 대북전단 살포를 비방한 김여정 발언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불린다. 개정 핵심내용은 북한에 전단, 물품, 금전 등을 보내거나, 군사분계선에서 확성기를 틀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벌칙 규정이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는 자유민주국가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에게 자유의 가치와 자유세계 시민들의 생활상을 알림으로써 외부정보에 대한 관심유발과 인권신장에 기여해왔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단체가 국내단체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유입 사업을 지원하는 이유도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날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이런 활동을 할 수 없다. 대북전단 살포금지는 고립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정보를 접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때문에 누구라도 인권을 억압하거나 유린해서는 안 된다.

 

재삼 강조하지만 사람은 진실을 알리고 진실을 전할 권리가 있다. 이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인 동시에 자유민주국가의 보편적 가치이다.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반대한 이유도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 자유세계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국제적인 우려에 대해 타국가가 왈가왈부하는 것을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가 공감을 얻지 못하자 통일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지만 이 법이 제3국에서의 전단 살포까지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잃어버린 강변에 그치고 말았다.

 

대북전단금지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주민의 인권유린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 북한독재정권의 요구에 굴복하는 인상을 주게 된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좌관인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Tomas Ojea Quintana)는 이법의 개정 재고를 요청한 바 있다. 유엔, 국제기구, 해외 한반도 전문가,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 국제인권단체가 모두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비난한 바 있다. 한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22일 유엔 홈페이지에 북한 정권의 구금·고문·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상황을 열거한 북한 책임규명보고서를 공개하고 북한 정권의 반()인권 범죄에 대한 책임을 국제사법체계에 회부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부가 새삼 고려해야 할 것은 경험적 사례이다. 대북전단금지는 흔히 말하는 국제사회에서 정의와 평화를 맞바꾸는’(trade justice for peace) 전술과 유사하다. 이 전술은 결과적으로 정의도 잃고 평화도 잃는 전술적 패착으로 귀결되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금까지 평화를 내세우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눈을 감는 각종 화해정책을 펼쳤지만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판문점 연락사무소 폭파였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평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평화와 인권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되새겨야 한다.

 

III. ?미인권정책의 조율 과제사점?미 인권정책의 조율 과제

120일 취임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유세과정에서부터 인권정책을 중요 정책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블링컨은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의향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인 미국의 대북인권정책은 선거로 야기된 분열과 갈등을 추스르는 국민통합, 코로나19 팬데믹 대처 등 국내의 시급한 과제들이 어느 정도 처리된 뒤에 외교정책을 구상하면서 밝혀질 것이다.

 

분명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은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대선유세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대북압박 견지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마이클 커비(Michael Kirby)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미국 새 행정부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미국의 소리(VOA, 2020.12.16)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대북전단금지법은 한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초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5년마다 북한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미 행정부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연장된 2018북한인권법재승인법은 대북활동에서 기존의 라디오 방송에 더하여 USB(휴대용저장장치)와 소형 SD카드, 유무선인터넷 등의 적극 활용을 권고했다. 이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조금도 200만 달러(2004)년에서 300만 달러로 증액했다. 금년 초,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유엔이 정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을 준수해 왔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시기는 곧 개최될 하원외교위원회가 열린 뒤에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인권정책은 한미 간 이견노출은 물론 세계의 흐름과도 차이가 있다. 이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계속 밀고나간다면 세계 외교에서 고립과 인권후진국이라는 멍에를 쓰게 될지로 모른다. 대한민국은 인권에 있어서도 국력의 위상에 맞는 인권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재개정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국제규범에의 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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