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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제고와 노동윤리 정립] 통권164호
 
2020-10-30 15:41:59
첨부 : 201030_brief.pdf  

<기획시리즈3 -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 윤리>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은 기업규제 3법을, 야당은 노동법과 같이 처리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법률의 처리여부를 떠나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윤리] 관점에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Hansun Brief 통권164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오늘날 양대 노총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의 힘과 영향력을 가졌지만 사회적 책임의식은 미약하다. 오늘날 노조가 끼치는 사회적 부작용은 많은 부분이 사회적 책임의식 결여에 기인한다.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불법파업이나 정치적 데모, 공권력에 대한 대항은 자제했을 것이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합의해놓고 이를 무효화시키는 행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 취약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의식

노조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미약하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험상황에서도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행태를 보였다. 사회적 위험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모두 힘을 합쳐서 이를 극복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의료진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힘을 모으고 솔선하여 헌신하는 상황에서도 노조의 이기주의는 멈추지 않았다. 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말(침방울)에 감염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자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이에 따라 마스크 공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마스크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마스크 생산 공장이 풀가동을 해야 했다. 근로자의 야간근로(22:00-06:00)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 52시간의 연장근로(법정 주 40시간+연장 12시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려 하자 노조가 반대했다. 정부가 예외 인정을 하기는 했지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보여준 노조의 자세는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근로자의 권익은 노동관계법의 지속적인 보완?개정을 통해 상당히 보호되고 있다. 개별적인 고충(불만) 사항까지도 기업의 인적관리(HRM, Human Resources Management)와 정부의 근로 감독 강화로 예방되고 있다. 노조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제도적 장치로 해결됨으로써 노조는 미래 문제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처럼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변하고 있는 변혁의 상황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준비가 긴요하다. 예를 들면 미래를 전망하고 변혁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에게 변혁의 방향과 속도를 알려주고 동시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일 등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조는 기존 관행에 얽매여 변혁의 물결 앞에서도 대응에 소극적이다. 우선 경제 상황 인식부터 안일하다. 코로나19로 유발된 경제 충격은 공황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었을 정도이다. 1998IMF 경제 위기 시보다 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경제가 어려운 데도 급여를 제때에 받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노조는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한다. 기업이 있어야 근로자도 노조도 있다는 비상한 각오로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바로 이러한 자세가 노조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성숙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이란 먼저 자기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라는 것이다. 노조 역시 본연의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투쟁을 하는 경우에도 공공 질서나 공동체의 안전을 해쳐서는 안 된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에 나서는 것처럼, 양대 노총도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사회적 책임에 한 발 나서야 한다. 이제는 조합원의 이익 추구를 우선하면서도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공복리 활동에도 참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2. 노조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사회적 성숙의 상징

노조의 바람직한 모습은 노동계가 앞장서서 시대 변화에 부응한 변화의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념적·정치적 투쟁에서 탈피하고, 시대의 과제인 양극화 해소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배타적 분배보다는 협력업체 및 비정규직과 동반 성장하는 자세로 적정 임금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종전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력적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노조의 변화 모습과 사회적 성숙을 알리는 신호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국내외의 정치·경제·사회와 노동시장 환경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 기고문(2020. 4. 26.)에서 코로나19가 미국 사회에 4개 계급 출현과 불평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들 계급 간의 불평등 완화가 주요 과제가 될 것임을 지적했다. 1계급은 원격근무가 가능한 고급 인력으로 전문직·관리직·기술인력 등이다. 2계급은 코로나19 위험에서의 필수인력인 위생보건의료, 물류배달운송, 경찰관, 소방관, 약국 등 근로자이다. 3계급은 직장을 잃거나 임금 감소로 곤경에 처한 근로자와 원격근무를 할 수 없는 소매점·식당·접객업, 일감이 줄어든 제조업 종사자 등이다. 4계급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감옥, 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근로자 캠프, 미국 원주민 보호구역,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자이다.

 

위 전망처럼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는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 실행되고 있는 재택근무원격근무에 더하여 긱 경제(gig economy)’공유경제의 확대는 일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에서 일하던 방식에서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일하는 계약근로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일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근로자와 노조 모두에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요구한다. 향후 노동환경은 노조의 역할보다 개별 근로자의 직업윤리와 노동가치관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동관계법의 변화도 모색되어야 한다.

 

3. 시대 변화에 부응한 노동윤리 정립

시대 변화가 일터와 노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우고 있다. 사람은 일하는 존재이기에 일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일은 자아실현과 행복을 결정하는 동인이다. 일하는 사람은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고 보람과 행복을 찾으며 휴식을 통해 여가를 즐긴다. 반면에 실업자는 소득이 없어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높아지고 자아실현과 삶의 행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역설적이지만 실업자가 많은 사회에서는 일하는 것 자체가 특권이자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쉬는 것이 휴식이지만 실업자에게는 일하는 것이 휴식이다. 실업자에게 휴식은 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이고, 일터는 휴식의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사회적 거리두기‘3(밀집, 밀접, 밀폐) 방지로 만남 자체가 어렵다. 일은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만날 수가 없다 보니 자연적으로 경제활동은 축소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여기에 더하여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정도에 비례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일터와 일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일터란 매일 출퇴근하는 고정된 사무실이나 공장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노동환경의 변화는 노동 전반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노동의 중요성과 인권의 존엄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노동윤리의 정립이다.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산업구조, 일터,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부응하려면 지금부터 노사가 함께 노동윤리 정립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윤리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새롭게 창조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윤리는 오랫동안 쌓여온 것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이 시대가 요청하는 노동윤리는 오랫동안 체화된 근면?성실?정직에 제2,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추가된 직업정신과 장인정신에 더하여 제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것을 찾아서 접목하고 가미하는 것이다. 전환의 시기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의 자세가 중요하다. 노동윤리 역시 변화나 변혁을 무서워하기보다 이를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형성시키는 과정에서 체화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노조와 근로자가 함께 변화를 수용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실천해 나갈 때 시대 변화에 부응한 노동윤리도 자연스럽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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