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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노동가치의 재인식] 통권163호
 
2020-10-23 15:30:51
첨부 : 201023_brief.pdf  

<기획시리즈2 -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 윤리>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은 기업규제 3법을, 야당은 노동법과 같이 처리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법률의 처리여부를 떠나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윤리] 관점에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Hansun Brief 통권163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익숙했던 대면(콘택트) 경제활동과 익숙하지 않았던 비대면(언택트) 경제활동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삶의 행태 변화뿐만 아니라 기존의 산업구조와 경제 시스템까지 바꾸고 있다. 노동조합(이하 노조로 기술)의 거점 역할을 했던 제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변혁이다. 노조도 노동자도 이 변혁의 물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시대의 물결에 함께 올라타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1. 양대 노조의 세력 다툼과 부작용

한국의 노조는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양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노총이 제1 노조 역할을 하여 왔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주노총의 노조원 가입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한국노총과 버금가거나 더 많은 노조원을 거느리게 됐다. 2018년 말 현재 노조조직률은 11.8%이다. 민주노총은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노조가 회원이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들은 이미 사회적으로도 기득권층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실적에 관계없이 매년 임금투쟁을 관행처럼 한. 이들에게 경영악화는 자기 탓이 아니고 경영자 탓이고 정책 탓이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점점 악화되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노동시장 역시 고용절벽, 노조?비노조 이중구조와 양극화 등의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 이기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는 노조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인사와 경영 참여 요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불법행위로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가 지속되다보니 경영상 불가피한 업무 외주화나 신기술도입 등 회사경영 사항에도 노조의 동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 노조의 힘이 커지면서 고용세습을 비롯한 채용 비리 등의 부작용도 노정되고 있다. 노조끼리 분쟁하는 노노 갈등도 적지 않다.

 

노조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과 부당행위1)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점거와 주총회의장에 난입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기업의 임직원을 비롯하여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 심지어 경찰관을 조롱하고 폭행하는 일까지 있었다. 협력과 경쟁 관계인 양대 노총 간에도 일자리 문제에서는 양보가 없다. 건설 현장의 일용직 일자리에 자기 노조 소속 근로자 채용을 강제하기 위하여 비노조나 다른 노조 소속 노동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용세습, 채용 비리, 정규직 불법 전환 사례도 발생했다.

 

노조의 부당?불법행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더 심해졌다. 친노조 정책을 펼친 결과이다. 현 여당은 2017 대통령 선거 때에는 민주노총과 2020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했다. 양대 노총과 정책연대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노조를 감싸는 친노조 정책을 펼쳐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친노동 정책을 세력 확대 기회로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폭력과 불법도 마지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엄격한 법 적용 대신 관용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법치까지 흔드는 무소불위의 집단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2. 노조의 사회적 책임 회피 의식

변혁의 시대에서는 노조의 역할도 변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현재와 같은 노조 운영은 힘들어질 것이다. 대규모 산업, 대규모 공장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전투적 집단이기주의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노조가 생존하려면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기 이익만을 위한 전투적 노동운동은 사회적 자본을 확충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채를 유발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사회적 책무에 앞장서는 노조만이 생존력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양대 노조는 변혁에 대응하는 노력보다 기득권 유지?강화를 위한 세력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조직과 규모가 크면 클수록 책임감도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권리는 강하게 주장하지만 책임은 회피한다. 책무성이 약하다 보니 걸핏하면 시위와 파업을 일삼는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집회에 나선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의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감염확산을 우려하지만 이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시위와 파업은 노동법상 인정된 권리이지만 사회적 위기상황에서는 자제하는 것이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책무이다. 적법한 행위라도 때가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주의하고 사회적 활동을 자제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조합도 자제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다.

 

노조 활동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호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작금의 행태를 보면 노조는 노동자 보호라는 본연의 책무보다 정치 세력화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노조원들이 노조에게 위임한 것은 근로조건 향상과 임금안정이다. 정치활동은 노조원들이 노조에게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다. 정부는 노조의 위법행위나 권한을 일탈한 행위에 대해서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조합의 이런 행태까지 관용한다. 이런 정부의 자세가 노조의 잘못된 행동까지 정당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공정한 법 적용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이유이다.

 

3. 시대에 부응한 노동의 가치

사회적 책임에서는 노동조합도 노조원도 예외일 수 없다. 모두 함께 사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행태는 변한 것이 없다. 권리는 강하게 주장하지만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회지도층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주장한다. 사회의 주도 세력이 된 오늘날에도 자기들은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보면 노조는 막강한 힘에 더하여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심리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조원들 역시 정규직에다 고연봉을 받는 사회의 기득권층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에서는 영세사업장의 근로자인 양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책임의 당사자라는 생각보다 사회적 보호 대상자라는 생각을 갖는다.

 

노조가 이런 의식구조를 갖다 보니 변혁의 물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득권에 매몰되는 행태를 보인다. 이에 대해 누구도 경보를 울리지 않고 있다. 변화를 인지하고 있어도 다른 노동조합이나 노조원을 의식하여 주저하는 경향도 있다. 전환기 사회에서는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알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변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변혁의 물결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변혁의 시대에는 기득권에 안주하기보다 그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양식과 용기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올곧은 행동을 하고 잘못된 노동 관행을 바로 잡는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오늘날처럼 변혁에 대한 공감이 어느 정도 인식된 상황에서는 어려운 과제라도 선도자가 나서서 이끌어 가면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기 쉽다. 선도자는 노동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노동윤리에 충실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노동을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소명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은 자긍심의 원천이다. 노동의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는다.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 노동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문명 전환의 시기에는 올바른 노동 가치로 무장한 사람들이 앞장서야 한다. 노동의 가치를 깨우친 자는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 이들은 배움에도 적극적이다. 변혁은 기존의 것들과 다른 새로움이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려면 배움이 필요하다. 배움을 즐거워하는 자는 변혁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을 즐긴다. 이들이 나서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노조와 노조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 시대변화에 부응한 노동철학과 노동 가치를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_______________

1) 구체적 사례는 [도태우. 민주노총의 법치 파괴-문 정부 2년간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진영 시국특별대토론회-민노총의 귀족노조, 그 실태와 대안. 2.19.6.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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