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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정치인의 사회적 책임] 통권150호
 
2020-07-29 16:25:08
첨부 : 200729_brief.pdf  

<기획시리즈3 - 정치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

박원순 서울시장과 6.25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백선엽 장군이 이틀 사이를 두고 타계하면서 대조적인 현상이 발견됐다. 세간의 관심은 나라를 구한 군인보다 정치인에게 쏠렸다. 그 이유를 정치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5회에 걸쳐 탐색한다.


Hansun Brief 통권150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강조하지만 정치인의 사회적 책임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보면 정치인이 기업보다 훨씬 크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면 정치인에게는 더욱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정치인의 사회적 책임은 도덕성, 공정성, 책무성이 핵심이다. 도덕성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지켜야 할 규범이지만 정치인에게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 공정성 또한 중요하다. 공정하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게 되고, 사익에 눈을 팔거나 다음 선거를 의식하다보면 공정한 일처리가 어렵다. 그래서 공정성은 정치인에게 정의의 준거가 된다. 오늘날 국민은 옳고 그름보다 공정하냐 아니냐를 더욱 중요시한다. 그만큼 공정성이 시대의 정의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서 공정성은 정치인이 마땅히 져야 할 책무이다. 책무성은 공약이행은 물론 지역구와 나라를 위해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자세이다.

 

1. 정당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4+1협의체

정치인은 모두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하에서는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입법의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의 사회적 책임은 헌법에 충실한 법률 제정과 개정이다. 그래야 법제정이나 개정에 대한 정당성이 인정된다. 절차도 중요하다. 정상적인 토의를 거쳐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독단적으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했다면 관련 정당과 국회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거나 저버린 것이다.

 

그 사례가 제20대 국회에서 있었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소수의석을 가진 야당(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담합하여 만든 4+1협의체이다. 이 협의체를 이용하여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확정했다. 1야당을 배제한 4+1정당협의체에서 여당은 공수처법 제정을, 군소 야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서로 맞바꾸는 선에서 담합했다. 이것은 나라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정당 간 주고받기식의 야합행위이다. 이런 처사는 정당과 정치인의 도덕성을 물론 공정성과 책무성까지 저버린 것이다.

 

야합의 결과 탄생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세계 선거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변종이었다. 개정 선거법은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은 준연동형 비례 의석을 얻을 수 없게 됐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의석수에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여당이 4+1협의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선거법개정을 반대한 제1야당은 이미 비례정당 창당을 공언했기 때문에 여당은 더욱 마음이 불안했다. 결국 여당은 연대했던 소수의석 정당들의 눈치를 보다가 약속을 뒤집고 위성 정당을 창당해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다. 이 결과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사표방지와 다당제라는 선거법 개정 취지는 유명무실해졌다. 군소야당은 자기들이 기대했던 의석확보는 물 건너가고 여당이 목표했던 공수처법만 갖다 바친 꼴이 되어버렸다.

 

21대 총선결과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 같은 여당계열인 열린민주당이 3석을 얻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던 정의당은 5석에 그쳤고 국민의당은 겨우 3석을 건졌다. 20대 국회에서 제3당의 위상을 가졌던 민생당은 1석도 얻지 못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의 선거법 개정은 공당의 꼼수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유발했다. 정당 사상 최고의 41개 정당의 난립을 가져왔다. 이중 비례대표선거에 참여한 정당은 35개였다. 이 결과 비례대표투표용지가 48.1cm나 됐다. 결과적으로 4+1정당협의체는 국회의 책무성을 저버린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책무성을 결여한 또 다른 사례는 국회 인사청문회제도이다. 이 제도는 행정부나 사법부의 고위인사를 임명하기 전에 대상자의 자질과 업무추진능력 등을 국회가 검증하는 절차이다. 그런데 청문회를 보면 여당은 정부의 요청에 엄격하게 검증하기보다 오히려 야당의 공세에 청문대상자를 옹호했다. 대통령도 국회의 인사 청문절차를 요식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 국회의 인사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사례가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많았다. 국회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으면 대통령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 아무리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인사 청문보고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한 대통령의 인사는 인사권의 전횡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행태는 취임 당시의 내각인사에서 시작하여 조국 전)법무부 장관의 국회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조국 전)법무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범죄혐의로 기소가 확실한 상황인데도 대통령이 임명했다. 최근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176석의 거대의석을 가진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청문회 과정에서는 청문대상인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의원님이 태어나지 않은 시절”,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등 훈계조 답변으로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2. 여당의 독주와 국회의 통법부화

먼저 3권 분립 정신을 저해한 인사를 보자. 국회의장을 했던 사람이 국무총리가 된 경우이다. 현직이 아닌 전임 국회의장이라고 할지라도 이는 3권 분립정신을 약화시키는 처사이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본인의 입장에서는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5위인 국무총리를 수락한 것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3권 분립이라는 국가의 기본체계에 관한 문제이다. 헌법 규정을 보더라도 국회를 대통령과 행정부 앞인 제3장에 배치했다. 정부는 제4장에 배치하고 있다. 4장 제1절에 대통령을 제2절에 행정부를 배치한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아무리 대통령제 국가라 하더라도 국회의장을 했던 사람이 국무총리로 간 것은 그만큼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킨 일탈행위이다.

 

4.15 총선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여당은 국회운영까지 독주하고 있다. 65일 국회의장 선출에는 103석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상반기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다. 협치가 정치의 생명인데 시작부터 책무성을 저버렸다. 여당은 그동안 의석비율로 야당과 나누어 가졌던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장은 16대 국회 후반기부터 야당의 몫으로 주어져온 관행이었는데 이것까지 깨버렸다. 그동안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주었던 이유는 국회 나름의 권력 분립 정신 때문이다. 거대 여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음으로써 모든 법률검토는 물론 검찰이나 법원에 대한 영향력도 커짐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헌정사는 대통령의 권력독주에 대한 국회의 견제역할이었다. 거대 의석을 가진 여당이 정부와의 대등한 파트너로서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해 견제를 하지 못하면 국회는 자칫 대통령의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는 물론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국회의원은 정당 소속이기에 앞서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임을 자각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정당원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주어진 입법기능과 견제기능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치인 본연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실제 이런 행태가 2020년 추경예산 심의와 부동산 관련 세제 상임위원회 통과에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이라고 하지만 한 해에 3차례나 추경예산이 편성된 전례가 없다. 역대에 걸쳐 경험하지 못한 3차례 추경예산이라면 엄격한 심의가 요구되었지만 실제는 겉핥기식 심의였다. 처음에는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렸다. 행정부가 제출한 353,000억원보다 31,000억원이 늘러난 38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증액예산은 없던 것으로 하고 원래 정부 제출예산에서 2,000만원 줄인 351,000억원으로 제3차 추경예산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이 예산을 심사한 것이 아니라 여론이 심사한 것이다. 실제 추경 통과과정을 보면 운영위원회의 심사시간은 47,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회의 직무 유기다. 더구나 3차 추경안 중 3분의 2 정도는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할 예정이다. 국민에게 빚을 떠넘기면서도 미안한 기색도 없다.

 

부동산 관련세제 상임위원회 통과는 가관이다. 여당은 176석이라는 압도적 다수의석을 이용하여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6개 법률 개정을 일사천리로 국회 기재위, 국토위, 행안위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다수의석의 힘을 이용한 추경예산 심의나 법안의 일방처리는 건별로 보면 간과할 수 있지만 눈여겨보면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과연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왜 국회의원의 정치사회적 책임이 중요한지를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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