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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서울은 금융 허브 홍콩을 대체할 수 있을까?] 통권138호
 
2020-06-09 16:14:04
첨부 : 200609_brief.pdf  

<기획시리즈 - 새로운 시각, 청년의 눈>


Hansun Brief 통권138호 


함동수 내일을위한오늘 정책연구위원장

마블의 히어로 영화 중 2016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 외부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세 곳의 생텀(성지)은 뉴욕, 런던, 그리고 홍콩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 도시가 전 세계의 3대 금융허브 도시로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마법사가 금융을 지키는 것이 곧 지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분명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립된 자본주의 질서에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홍콩은 전 세계 금융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이다.


1. 금융산업 번영의 토양은 자유


 불과 700만 명의 인구 밖에 없는 작은 국가지만, 은행과 증권 및 보험사 그리고 자산관리 및 운용회사 등 업계의 규모와 수는 대한민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이다. 홍콩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이는 글로벌 금융기업들을 빠르게 흡수하였다. 작은 국가에서 이런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유”라는 가치를 팔아 금융사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자유가 강조되는 국가는 유동성(Liquidity)과 유연성(Flexibility)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며 이는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기여하고 구조적 및 기능적으로 금융의 자율 경쟁 제도를 유리하게 만든다.


홍콩의 경우가 그러했다. 대한민국에서 매우 당연한 세금인 상속세, 증여세, 이자소득세가 홍콩에는 없으며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 또한 비교적 적기 때문에 금융산업에 유리한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부자들의 안식처처럼 들려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세금천국’(Tax Heaven)이라고 불리는 것이 역설적으로 글로벌 금융기업들을 빨아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홍콩은 달러와 연동되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선택하고 있다. 홍콩에 들어온 외국 은행 등이 환율을 걱정하지 않고 파생상품 등의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그라운드를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홍콩은 이제 3대 금융허브의 타이틀을 넘겨줘야 한다. 절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제도가 전복되었다. 중국은 1997년도 당시 홍콩을 영국에게서 넘겨받으며 제조업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홍콩의 금융시스템을 십분 활용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자체적으로 충분한 금융시스템을 갖추었고 홍콩의 금융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사안들이 생겨버렸다.


2020년 중국 양회는 "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의 보호를 위한 법률제도 및 기구 제도를 만들고 완전하게 하기 위한 결정 초안
"을 통과시켰다. ‘홍콩국가안전법’으로도 불리우는 이 법안의 핵심 쟁점은 다음 7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1. 홍콩에 국가안전을 지키는 법률과 체제를 만들어 국가안전을 해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하고 제지하며 처벌한다.

  2. 외국 또는 해외 세력이 홍콩을 이용해 분열, 전복, 침투, 파괴 활동을 예방, 제지, 처벌한다.

  3. 홍콩은 조속히 국가안전을 지키는 법을 만들고 홍콩의 행정, 입법, 사법기관은 이 법에 따라 국가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예방, 제지, 처벌한다.

  4. 홍콩에 기구를 설치해 국가안전을 지킨다.

  5. 홍콩에 국가안전교육을 실시한다.

  6.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 권한을 부여해 국가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등의 행위를 예방하고 제지하며 처벌하도록 한다.

  7. 본 결정은 공표일부터 시행한다.


2. 세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종언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전인대 의제로 채택되었다는 뉴스를 접하자 곧바로 항의 시위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홍콩의 시위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하였고 영국의 보리스 총리는 화웨이 설비를 35%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며 항의를 표시하였다. 하지만 중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시위를 강경 진압하였다. 홍콩의 반중 언론인 리즈잉(黎智英)은 “홍콩 시민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이민 가든지 끝까지 싸우든지. 나는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하였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젠 이민이라는 선택만이 남았다. 홍콩 시민들뿐만 아니라 3대 금융허브 지위도 어디론가 이민 가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헥시트(Hexit)[1]가 다가왔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6월 홍콩 내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 부자들과 외국인들은 약 50조 원(400억 달러) 예금을 홍콩에서 인출해 나갔다고 보고했고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李嘉誠) 전 청쿵(長江)홀딩스 회장은 총 재산 중 절반 이상인 17조 원을 홍콩에서 빼내 영국·캐나다 등지로 옮겨놓은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홍콩의 아파트 가격은 전년보다 40% 이상 하락하였으며 인력 유출 또한 영국의 시민권 제공 검토로 가시화되고 있다.[2]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을 대한민국이 꾼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으로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고 2007년 말에는 ‘금융 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가 상설화되었고, 2009 1월에는 서울과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됐다. 서울을 홍콩·싱가포르와 맞먹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고,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지역본부를 유치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하지만 싱가포르·상하이·도쿄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서울은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 세계금융지수 33위 도시에 그치고 있다.[3]


3. 한국이 홍콩의 금융허브 자리를 이어받으려면?


한국이 홍콩의 금융허브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선 “자유”라는 가치 장사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기존의 먹거리를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은 절대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을 금융과 서비스업 중심의 체제로 재편하지 않으면 금융허브의 지위를 유지하기 매우 힘들다. 제조업은 곧 수출을 의미하며 이는 자국 통화의 가치가 낮아야 유리하다. 기획재정부의 주요 국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한국이 27.8%로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높고 미국(11.6%)·영국(9.6%)과는 격차가 매우 크다. 이미 언급했듯이 홍콩의 고정환율제는 금융허브로 거듭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이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고 경제 체질개선을 해내기 위해선 국가적 규모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세금 제도는 금융업에 불리하게 설정되어있다. 상속세는 한국이 50% OECD 평균세율인 25.2%보다 2배가량 높다. 증여세, 양도세, 이자소득세 등 또한 매우 높다. 세금 뿐만아니라 홍콩의 높은 이자율의 보장, 합리적인 배당제도, 계약자나 수익자를 제한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구조 등은 유동성과 유연성을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한국의 현 상황은 정반대이다. 금융에 불리한 현 상황은 금융회사들이 한국을 고려할 일말의 여지도 주고 있지 않다.


홍콩으로부터 금융허브 지위를 가져오기엔 개선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와 가치관 문제 등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재미있게도 중국의 실수로 비롯된 기회에 중국 덩샤오핑의 정책이 떠오른다. 덩샤오핑은 미국과 1979년 수교 직후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말로 현재의 중국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제 개발 모델을 시험할 경제특구 네 군데를 지정하여 시행하였으며 이는 정치이념을 고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정책을 도입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이 금융허브의 지위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한국의 홍콩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과 부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금융허브 특구를 지정하여 세제 혜택을 주고 유연성과 유동성이 보장되는 도시를 지정하여 글로벌 금융기업들에 “자유”라는 가치를 팔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존 가치 및 경제 체질과 최소한으로 부딪치도록 특별도시를 지정하여 육성하지 않는 한, 금융허브의 지위는 싱가포르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과 GE(General Electric) 등의 기업이 본사 이전을 계획하면 각 도시에서 여러가지 혜택과 구상안이 담긴 제안서를 보내고 시장과 주지사 등이 일종의 ‘영업’을 한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갈 곳을 잃은 현 시점에, 우리나라도 “자유”를 보장해주겠다고 나서서 발로 뛰어야 할 때가 아닐까?



[1] 홍콩(Hong Kong)과 엑시트(exit)의 합성어로 해외 투자 자금의 홍콩 대이탈을 뜻한다. 최근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미국의 홍콩 특별 지위 박탈 조치 등으로 홍콩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헥시트 우려가 커져, 세계 금융 중심지였던 홍콩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2]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1/2020060100104.html?related_all

[3]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1/2020060100108.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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