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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껍데기 뿐 인 ‘이익공유제’] 통권137호
 
2020-05-18 16:48:23
첨부 : 200518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37호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이익공유제는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1호 공약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에서 온 매우 선진적인 제도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익공유제 담론에 명분을 주었지만, 들여다보면 엄연히 내용은 다르다. 힐러리 클린턴 1호 공약의 정확한 표현은 이익배당제이다. 기업의 이익을 해당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접 배분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주주의 몫을 노동자들에게 배려하고, 이것이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게 하자(Win-Win)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야기 되는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한 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을 때, 초과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 및 협력사와 나누자는 것이 핵심이다. 동반성장과 재벌개혁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익공유제라는 수단을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원가절감이나 기술개발 성과를 배분하는 성과공유제(소극적 의미의 이익공유제)부터 기업 전체 이익을 전체 협력사를 대상으로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적극적 의미의 이익공유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현실정책으로 풀어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목표 판매액이나 이익을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면 계약에 따라 각자 기여분을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이익공유제 법제화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대기업 이익을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에 공유하기 위한 분명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본인 임기 내 핵심과제로 추진할 의지를 보인만큼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개헌 드라이브와 함께, 법에 명문화 하겠다고 한 만큼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무게감만큼 이익공유제로 인한 후과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본격적인 공론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4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이익공유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장경제 원리를 배반하는 것이다.

 

헌법 제 119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해 시장경제 체제가 국가 운영의 기본 원리임을 밝히고 있다. 동반성장과 재벌개혁이라는 아무리 그럴싸할 명분을 가져다 붙여도 이익 배분의 법적 강제는 시장의 재산권 보호라는 기본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동기는 위축될 것이고, 효율성 제고, 신제품 개발과 같은 혁신과 투자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다른 나라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없다.

 

2.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깊숙이 편입된 한국 기업과 산업은 더 이상 한국만의 법과 제도로 묶어낼 수 없다. 코로나19를 통해서도 확인했듯 세계 모든 기업들은 각 나라의 상황과 환경, 대외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곳곳의 기업, 산업, 나라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익공유라는 또 다른 이름의 규제는 우리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이익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해외 협력업체를 찾아 나서게 될 것이고, 여의치 않으면 해외로의 생산기지 이전까지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과 협력업체가 입게 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3주년을 맞아 제안한 리쇼어링(해외 진출한 자국기업의 유턴) 정책도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세제혜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익공유제는 반시장 반기업적인 또 하나의 규제이다. 대기업 이윤 공유 자체를 명문화 하려는 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것이다.

 

3.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진다.

 

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이라는 목적과 다른 정 반대의 결과를 낼 수 있다. 정책은 선의나 당위성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어떤 결과와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20% 정도에 불과한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에만 혜택이 부여되는 것이다. 상황이 가장 나은 중소기업에 편익이 집중되는 것이다. 혜택을 받지 못한 기업에게는 오히려 혁신의 장벽을 쌓는 일이다. 더 높아진 문턱으로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과 업체들은 대기업과 협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낼 것이다. 극소수 (대기업, 공공부문)비정규직이 정규직 성문 안으로 들어갔으나, 그보다 못한 소위 하위 비정규직,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상황은 더 나빠졌고, 도약할 기회조차 빼앗아 버렸다.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익공유제도 필연적으로 중소기업 간 이중구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최근 제품 가격은 디자인·마케팅을 비롯한 브랜딩과 기획, 혁신기술 등 유·무형적 요소에 의해 정해진다. 협력업체의 기여도 산정, 이윤협상 등을 대체 어떤 기준과 지표로 할 수 있을까. 갈수록 다양해지는 산업시장의 변화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너무도 취약해 보인다. 기업판 최저임금 정책이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정책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경제성장 등의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실제로 효과를 내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구체적 정책수단 없이 일단 올리고 본 것이고, 이는 시장의 혼란을 부추겨 취약계층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익공유제 또한 선의와 당위성만 갖고 정책을 설계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기업은 실패할 수 있지만, 국가정책은 실패해서는 안 된다.

 

대표노조들은 원청 대기업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려고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기업경영에 간섭하려 들 것이다. 이미 과대 대표된 그들이 산업현장에 기득권을 더 가져오기 위한 정치행위를 할 것이다. 산업생태계를 헤집어 놓을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새로운 정치공방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결국 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 재벌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만 보인다. 경제 활성화, 일자리 마련,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우리 앞에 놓인 당면과제들을 나열 했을 때, 대체 껍데기뿐인 이익공유제로 무얼 해결할 수 있을까. 정권 하반기, 21대 국회 시작의 첫 핵심과제로 꼽힐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눈높이에서 판단한 것일까,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할 것일까. 국민의 주머니를, 기업과 시장의 파이를 1mm라도 키울 수 있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결국 원론적인 정치적 구호를 법제화 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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