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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대북정책의 틀을 바꿔라!] 통권126호
 
2020-03-18 16:44:02
첨부 : 200318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26호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1. “---북한3·1절 기념사

 

3·1101주년 기념식은 예년과 달랐다. ‘우한 코로나의 여파로 극소수 인원만 참석해 치루어진 조촐한 기념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적 단합을 통해 우한 코로나의 국난(國難)을 극복하자고 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독립의 완성이라고도 했다. 기념사의 전체 맥락은 우한 코로나극복에 초점을 두었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접근이지만 정책실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없었다. 방역 실패로 인해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어서 아쉬웠고 실망이었다. 더욱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북한의 막말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북한이 재연(再演)되었다. ‘우한 코로나방역을 매개로 보건 분야에서 남북한이 공동협력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 분야 협력을 제안하면 북한이 우호적 반응을 보여 남북관계의 소강국면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이 녹아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수선과(善樹善果: 선한 제안이 선한 결과를 가져온다)에 입각한 제안은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하루 만에 확인되었다. 다음날(3.2) 김정은은 강원도 원산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올해 첫 미사일 발사로 관계개선을 위해 내민 손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보실은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다음 날(3.3) 저녁 백두혈통의 2인자 김여정이 우리 정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 “완벽한 바보”, “겁먹은 개등 악담을 쏟아냈다. 통일부는 따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말씀드리겠다면서 꼬리를 내렸다. 다음날(3.4) 김정은의 우한 코로나 사태를 위로하는 친서가 청와대에 도착했다. 물론 청와대는 김정은 친서를 고맙다며 반겼다. 그러나 북한은 친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미사일을 다시 쏘아 올렸다(3.9).

 

특히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Hanoi no-deal) 이후 우리의 선의에 대해 막말과 조롱으로 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로 조롱당했고,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 하늘을 보고 크게 웃다)로 폄훼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의 막말과 조롱에도 눈을 감고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마치 청와대가 북한에 무슨 치명적 약점(?)이 잡혀 북한의 무례한 행동에도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재연해 왔다. 또한 청와대가 스스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행태이자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부가 북한에 대해 비상식적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북한 전체주의 폭정(暴政)을 연장하는데 부역해 주는, 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심히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잘못된 정책이다.

 

2. ‘선수선과(善樹善果)는 환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교역(또는 대화?협력)을 통해 평화를 가져온다는 평화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이론은 체제 또는 이념이 다른 경우 적용될 공간이 희박하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특히 극단적 이념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이론의 적용 가능성은 없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외면한 채 선수선과(善樹善果)의 환상에 빠진 대북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지난 1우한 코로나의 확산세가 빨라지자 북중, 북러 접경지역을 통해 우한 코로나감염원 유입이 몰고 올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악한 방역 및 의료체계를 감안할 때 역병(疫病)확산이 체제유지에 치명적 위협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국경봉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국경봉쇄가 밀무역도 봉쇄해 민생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연일 자력갱생과 전면전 돌파구호 반복은 밀무역 봉쇄의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고백이다. 국경을 봉쇄하자니 민생경제가 치명상을 입고 국경을 열어두자니 역병 확산이 두렵다. 이런 딜레마의 상황에서 김정은은 우한 코로나확산이 3대 세습체제에 더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한 결과가 국경봉쇄다. 따라서 김정은의 국경봉쇄 카드는 체제에 더 위협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선택에 불과하다. 결단코 국경봉쇄는 북한 주민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경봉쇄로 북한경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2017년 말부터 북한경제는 타격을 받고 있었다. 외화조달 창구였던 석탄 철광석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해외 파견된 모든 노동자도 송환되었다. 2017년 대북 경제제재 조치 이후 매년 20억 달러 정도 감소해 금년 말쯤 달러기근 현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한국은행이 추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봉쇄는 장마당 중심의 민생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간 국경봉쇄가 이어지면 2의 고난의 행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2의 고난의 행군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과는 훨씬 더 체제에 위협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우한 코로나의 확산이 가중된다면 김정은은 통제 불능의 복합위협의 상태에 빠질 것이다. 물론 북한은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봉쇄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각급의 학교는 방학을 연장했고 격리조치(자택격리로 추정)7,300여 명이라는 전언이 있다. 또한 김정은은 감염이 무서워 동해안으로 피신했다고 한다. , 확진자 발생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북한의 통제 불능 상태는 우리에게는 북한 정상화를 위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협상의 abc 중의 하나는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해 협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아직도 정부는 선수선과(善樹善果)의 환상에 빠져 김정은 체제가 연명할 수 있는 긴급수혈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 3일 통일부는 선제적 제재면제’, ‘개별 관광 추진’, ‘교류협력의 다변화?다각화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북제재 해제가 북한 주민의 몫은 거의 없고 백두혈통의 사치품 구매에 부역할 뿐이라는 점이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공개한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선과(善樹善果)의 환상에 기반한 ---북한의 대북정책은 폐기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우리가 다급하게 온갖 제안으로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킬 것이 아니라 초조한 북한이 머리를 조아릴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도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회담을 하지 않는 것이 회담을 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북한의 대북정책의 기조를 버리고 플랜 B를 준비하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북한의 다급함과 초조함을 활용해 대북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북한체제의 정상화와 북한 주민의 해방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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