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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통권 114호
 
2019-11-26 16:12:12
첨부 : 191126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14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12월 3일 이후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 처리를 앞두고 ‘준연동형비례제도’라는 생소한 선거제도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공수처 법안 상정을 위한 여당과 의석 확대를 노린 군소정당 간 담합의 결과물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검찰개혁법 통과에 협조하는 대신  선거법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개정하려는 야합의 산물이다. 처음에 의도했던 제도는 ‘연동형비례대표제’였다. 그러다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국회의원수를 늘리는 제도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반대하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선회했다. 다분히 국회의원 수 증원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여론 우회 전략으로 정치권은 이상하고 복잡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라는 선거제도를 고안해냈다.

 제안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수는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이다. 투표의 비례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비례대표의 수를 늘렸다. 그리고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현행처럼 비례대표 선거에서 유효득표의 3% 이상을 획득하거나 지역구에서 5명 이상 당선될 경우로 제한했다. 또한 비례대표 배분은 6개 권역별로 나누어 비례대표 후보자명부 중 2개 순위 이내를 석패율 적용순위로 지정할 수 있고, 낙선자 중 석패율(낙선자득표수/당선자득표수)이 가장 높은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아주 복잡한 제도이다.


  국민들이 이런 복잡한 제도를 왜 만드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와중에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심상정 정의당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발언이었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10% 늘린 330명까지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군소정당이 동조했다. 이런 행태는 패스트 트랙을 통과시킬 때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지키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시도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국민들의 요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반발이 일자 유보됐다. 그러다가 문희상 국회의장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을 12월 3일 이후에 상정?처리하겠다는 날이 다가오면서 국회의원 수 증원에 대한 논의가 재연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관련된 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구를 24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60석으로 변경하자는 안, 지역구를 25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50석으로 조정하자는 안, 국회의원 정수 확대안 등이다.


  제도를 바꾸려면 국민들에게 현행 제도를 왜 바꿔야 하는지를 취지와 주요 내용을 명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바꾸려는 선거제도는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국회의원들 자신의 이해관계가 큰 국회의원 정수만 가지고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국민의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치인 마음대로 하겠다는 발상이다. 국민들은 알기도 어려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개정안을 읽어봐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용어조차 생소한 세계에서도 유일한 제도이다. 원래 ‘연동형비례대표제’ 자체가 독일과 뉴질랜드 정도가 사용할 정도로 세계에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아주 예외적인 제도이다.  이처럼 아주 예외적인 제도에 다시 ‘준’자를 붙여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를 고안해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제도를 왜 만들려고 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의석수 계산방식도 아주 복잡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후에 이를 20대 총선 득표율과 지역구 당선의석수를 적용하여 계산해보고 변화된 내용을 분석해본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주요 내용


  지난 4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2019.4.24).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심상정 의원과 각 당의 원내대표와 정개특위 간사 및 위원들 명의로 제출됐다. 이 개정안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빠진 상태에서 여야4당이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조정과 함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으로 지정했다.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심상정 의원 등 17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국회의원당선인수란 득표율 3% 미만 또는 지역구 의석수 5인 미만 정당의 지역당선 의석수


복잡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누구를 위한 선거제도개혁인가?


위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계산 방식과 절차는 더 복잡하다. 이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의원도 100% 이해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본 의원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법은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법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참으로 복잡하고 보면 볼수록 더 어렵다. 법의 정신은 숨어버리고 당리당략에 의한 개정이라는 의문이 든다. 내용을 정확히 알려면 실제 계산을 해봐야 한다. 실제 법에 따라서 계산을 해봐도 정확하게 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다. 논문을 읽어봐도 복잡하다. 석패율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7단계를 거쳐야 의석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여튼 복잡한 산식에 따라서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득표율을 이 개정안에 적용한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대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당선의석과 비례의석을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그대로 적용했을 경우 제1당과 2당이 손해를 보고 대신 제3당 이하인 소수 정당은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 20대 국회의원 의석과 정당득표율을 제안된 법률안에 적용할 경우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석이 줄어 제2당이 되고 자유한국당은 13석이 감소하나 제1당으로 올라선다. 반면 제3당인 국민의당은 38석에서 59석으로 21석이 늘고 정의당은 6석에서 배 이상 늘어난 14석으로 증가한다. 비율로는 국민의당이 55%, 정의당이 133% 늘어난다.


   이 결과를 기초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연계를 보면 비례성은 개선된 듯 하지만 권역별 비례성까지 고려하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권역별 비례대표 1개 의석당 평균 인구를 보면 제1권역 서울은 약 52만8,000명이고 제3권역인 대구?경북은 약 86만5,000명으로 무려 33만7,000명의 차이가 난다. 비례성에 의문이 드는 내용이다. 특히 석패율 제도는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자중 득표가 높은 사람이 당선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당선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의 취지에 부응한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당의 대표성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리 깊은 정당이 없다. 정당이 이합집산을 통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은 제도로써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제 국가에 맞지 않는 ‘준연동형비례제도’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당제를 유발한다. 다당제는 의원내각제에 맞는 제도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과반수 넘는 의석을 얻은 정당이 없을 때 개별정당과 연합하여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뒤에 정권을 잡게 된다. 연립정부가 깨졌을 때에는 타당과 연합하거나 최악의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선거로 국민의 뜻을 물으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제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준연동형비례제도’는 대통령제 국가에 부합되는 선거제도가 될 수 없다. 대통령제하에서는 군소정당이 아무리 여당에 협조한다고 해도 각료로 일부 참여할 수 있어도 자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다. 정부의 정책이 연립정당의 입장과 다를 때에는 의원내각제보다 정국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선거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서는 이런 방식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구는 현재 253석에서 28석을 줄인 225석을 맞추기 위한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석당 평균 인구수 23만3400명이 기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지역구 28석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구 미달 지역구 26곳의 통폐합과 분구가 되어야 하는  2곳의 지역구 그리고 인근 지역구 조정까지 포함하면 최소한 60여 개의 지역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렇게 복잡하고 예민한 지역구 조정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선거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자칫 개악이 될 수 있다. 선거법은 경기규칙과 같아서 공정성이 핵심이다. 모든 참여자가 이 규칙에 동의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찬성하는 정당끼리 그것도 야합의 성격이 짙은 상태에서 선거법을 고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특히 제1야당이 동의하지 않은 선거제도를 가지고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윤리에도 맞지 않는다. 규칙이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올바른 경기가 될 수 없다. 불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놓고 시합(선거)를 하자고 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제도 개편이 꼭 필요하다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회가 처리할 것이 아니라 다음 국회 임기 초에 시간을 갖고 연구해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향은 현행 선거제도가 갖고 있는 소선거구제의 폐해와 다수의 사표발생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는 꼼수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맞게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방향에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준연동형비례대표제’처럼 국민이 알 수 없는 어렵고 예외적인 제도가 아니라 국민 다수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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