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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un Brief [안타까운 탈북민 모자의 죽음] 통권 108호
 
2019-08-14 17:27:16
첨부 : 190814_brief.pdf  
Hansun Brief 통권108호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지난 731일 언론 기사 하나가 마음을 짓누른다. 서울시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42) 씨와 여섯 살 난 김모(6)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보도때문이다. 경찰은 월 9만원인 월세와 수도요금이 수개월째 밀리고 통장에 잔고가 한 푼도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아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더욱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단수조치로 집안에는 마실 물조차 없었고 먹다 남은 것은 냉장고에 있는 고춧가루뿐이었다는 기사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국가에서 생긴 일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탈북민 모녀가 국민소득 3만 불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쌀이 남는다고 북한에 5만 톤이나 보내려 했던 정부에서 발생했다.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한부모 가정지원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있었음에도 어느 제도로부터도 도움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국민소득도 높고 정부 곳간에는 쌀도 남아돌고 제도도 구비되어 있는데 이런 나라에서 굶어 죽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놀고먹는 청년들까지 수당을 주고 있는 마당에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그 많은 금액을 풀은 현금복지도 이 모녀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던가? 가슴이 멍멍하다. 자유를 찾아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사선을 넘어 자유대한민국을 찾아왔는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이승을 이별하다니 이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는가?

 

그동안 탈북민은 미리 온 작은 통일이라고 했던 말이 말로만 끝난 것인가? ‘앞서온 통일’, 앞서온 미래라고 반갑게 맞이하던 사람들 특히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그녀는 남에서도 북에서도 마음 놓고 편안하게 살지 못하고 경계인(境界人)으로 맴돌다 버림받고 이승을 하직한 것이다. 돈이 떨어지고 돌봐주는 그 누구도 없는 곳에서 모자가 죽은 것이다. 탈북민 모자의 죽음은 우리사회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헛된 생각이지만 이웃사촌의 우리 이웃은 누구인가? 두 모자가 살던 아파트 주민도 그 집에 사람이 사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사람들은 인사는 없이 지내더라도 같이 사는 주민이라는 것은 아는데 이를 몰랐다면 외출도 별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이면 당연히 보호해야 할 경찰 신변보호관이나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 등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낯 설은 곳에서 외롭게 세상을 하직한 것이다.

행정은 무엇을 했나? 한 가정이 위험에 처한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수도요금이 밀려 단수를 했다는데 그 때만이라도 현장을 방문해서 사유를 파악했으면 이런 슬픈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도사업소는 요금이 밀리자 기계적으로 단수조치를 한 것이다. 공급자 위주의 관리이다. 수요자가 어떤 일이 발생해서 체납을 했는지를 알아보려고만 했어도 이런 불상사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의 행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동별로 통과 반별 담당 공무원이 있었다, 이들은 동네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누가 이사 가고 이사 오는 것은 물론 동네의 대소사를 비롯한 어디가 취약한지를 손바닥 보듯 알았다. 그만큼 지역주민과 친하게 지냈다. 그래서 위험 징후가 발생하면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기계적 행정으로 돌아서면서 현장대신 서류중심의 행정이 많아졌다. 작금에는 현장보다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서류만 뒤적이는 책상물림 공무원들이 많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자치센터에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도 있다. 또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리 조직과 제도를 갖추어도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 진정성이 담긴 주민행정을 펼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현장 중심의 주민행정과 자립의식 고취

행정이 주민 모두를 파악하고 일일이 도와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기술적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는 전기나 수도계량기에 센서(Sensor)를 달아서 점검하는 방법이 있다. 수도나 전기는 매일 같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루만 사용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나가서 사유를 파악하면 예기치 못한 불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긴급한 경우에는 긴급호출 버튼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미 설치한 곳도 많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적극적 활용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공유가 중요하다. 수도, 전기, 가스 등은 사용량을 점검하기 위하여 관계사 직원들이 집을 방문한다. 이들과 정보공유를 함으로써 주민들의 문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사용량 점검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시차를 두어서 점검이 이루어지도록 서울 시 차원에서 관계회사와 협의를 해서 시행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서울시 차원에서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유화적 대북정책에 매몰된 나머지 탈북민 지원을 줄이거나 활동을 제약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나아가 탈북민의 인권과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행정을 펼쳐야 한다. 인권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니만큼 남·북을 가리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은 이번 탈북민 모자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오히려 탈북자 방지를 위한 내부선전에 이용하려할 것이다. 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탈북민들도 서로 힘을 합하여 슬픔을 이겨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의 책임이나 남한 사회의 무관심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서로 돕는 협의체를 만들어 이런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나아가 스스로 일어서는 자립운동을 펼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처한 탈북민들에게 삶의 희망이 솟아나게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공동체운동도 펼쳐야 한다. 서로 아픔을 달래주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불상사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마을 공동체라는 말도 잊혀진지 오래이다. 하지만 이런 불행한 일을 당한 이웃의 마음은 어떠할까? 모두 마음이 아플 것이다. 공동체 복원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자율적 운동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이웃사촌 공동체운동부터 펼쳐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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