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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유연성과 역지사지 절실한 尹·韓 관계
 
2024-09-26 14:12:34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했지만 ‘3무(無)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첫째, 의대 정원 증원,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시급한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전무 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7개월에 접어들었는데, 정부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의료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한다. 한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도 진전이 없다. 이렇다 보니 ‘무능하고 오만한 정부’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판이다.

둘째, 대통령과의 독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 대표가 인사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친윤계는 독대 무산 이유로 한 대표 측의 ‘대통령 흠집내기 목적’의 언론 플레이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독대 요청→거절→독대 재요청→묵묵부답’의 과정에서 보여준 집권 세력의 이해하기 어려운 퇴행적 행태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셋째, 만찬에서 ‘체코 원전 성과’ 이야기로만 채워졌을 뿐 정작 민생을 살리기 위한 논의가 없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금’자도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당정 화합을 위한 만찬이 오히려 불화를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지금 여권은 대통령과 당 대표 간의 불편한 감정싸움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국정·당대표·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윤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독대는 대통령이 주는 시혜가 아니다. 더구나 집권당 지도부는 대통령 격려의 대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한 대표와 만나 시급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 갈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은 자신의 업적이므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타협 없는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24일 만찬 때 “한동훈 대표 외롭게 만들지 마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협량의 정치’를 보이면 협력적 당정 관계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원외 집권당 대표가 어떻게 거대 야당을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일회성 독대(獨對)를 넘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회동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두 사람 간의 관계가 깊어지고, 상호 이해도가 높아지며, 감정적 연대감이 커질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민생과 개혁 정책을 깊이 있게 추진할 수 있다.

한 대표도 소통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의 전략적 차별화에만 집중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아무런 교감도 없이 ‘제3자 방식 채상병특검법 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김 여사 의혹 해결”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무(無)오류성’에 대한 확신에서 벗어나 민감한 현안일수록 역지사지 자세로 대통령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의하면서 정서적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소통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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