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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2024-09-20 13:55:15
◆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위기다. 각종 민심 지표가 최악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추석 연휴 전 9월 둘째 주(10~12일) 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0%에 불과한 반면,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무려 70%나 됐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 70대 이상 연령층, 영남 지역에서 등을 돌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에서 부정(53%)이 긍정(38%)보다 훨씬 높았고, 70대 이상에서도 긍정 평가는 37%인 반면 부정 평가는 48%였다. 이 연령층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60%(8월4주), 50%(8월5주), 45%(9월1주) 등 몇 주 사이 급속하게 나빠졌다.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TK와 PK에서 긍정은 각각 35%와 22%인 반면, 부정 평가는 각각 57%와 68%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의대 정원 확대'(18%)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역대 최저치 지지도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신뢰도도 심각한 수준이다. 시사IN?한국갤럽 신뢰도 조사 결과(8월25~27일), 윤 대통령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2.82점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말 신뢰도(3.91점)를 집권 3년 차가 되도록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신뢰도 ‘0점’을 준 응답자가 44.6%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윤석열 대통령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가히 ‘심리적 탄핵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할 정도다. 심각한 것은 지난 8월 29일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과 기자 회견을 가진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친일 논란, 김건희 여사 수사, 채 상병 특검, 당정관계, 영수회담 등에 관해 설명했지만 국민들은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해, 지지율 하락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이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성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지표조사(NBS)(8월 19일-21일)에서 확인되었듯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성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는 응답은 30%인 반면,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은 62%로 두 배 이상 많았다.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잘못된 방향’이 ‘올바른 방향’보다 더 많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밖에 윤석열 정부의 핵심으로 내세운 가치에 대한 호응도가 너무 낮은 것도 무시 못 할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그런데 NBS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 정도(6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NBS 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안정되고 좋아지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응답은 22%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74%였다. 정부가 추구하려는 가치도 실현하지 못하고 경제도 나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 거부 등에서 보여 준 불통 이미지와 인사 실패가 민심 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여당이 지난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윤 대통령은 4·10총선 참패 이후에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제가 국정운영해 온 것에 대해서 국민들의 평가가 ‘좀 많이 부족했다’ 이런 것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역대 처음으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을 마주한 대통령이 되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급락하면 국정 운영을 쇄신하고 통치 방식을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이런 조치들이 보이지 않는다.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식물 정부로 전락한다. 어떤 개혁도 추진하지 못하고, 민생을 챙기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일상화되고, 집권당에서 비난과 공격이 빈번해진다. 급기야 탈당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이 집요하게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될 수 도 있다. 이런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방향이 옳으면 방식이 거칠고 투박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대 증원에 대해 동의하는 국민들은 많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대책 없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선 실망하고 불안해한다.

지난 2월 의대 정원을 기존 3천 명에서 5천 명으로 늘린다는 정부 발표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76%가 긍정적으로 봤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강경 대치했고, 4월 2주(16~18일) 조사에서는 ‘정부안대로 2천 명 정원 확대 추진’ 41%, ‘규모·시기 조정 중재안 마련’ 47%, ‘증원 철회’ 7%로 유권자 절반가량이 양측 타협을 바랐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와 의료 공백 등에 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 21%, ‘잘못하고 있다’ 64%, 의견 유보 15%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 이미 발표한 의대 입시 요강에 따라 내년에는 의대 신입생을 약 4500명 선발하되, 내후년에는 기존 수준인 3000여 명만 뽑고 이후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안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48%가 찬성, 36%가 반대했다. 이 방안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공감을 표시했지만, 윤 대통령은 원안 고수 의지를 밝혔다. 의대 증원 확대와 정부의 대응에 대한 민심의 변화 추이를 본다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의료 개혁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것이다.

총선 이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16차례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단 한 차례도 30%를 넘지 못했다. 대통령이 지지율에 무감하면 ‘정치 실종 시대’가 도래한다.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이번 추석 민심이 주는 함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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