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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재수 권하는 대입 제도 뒤바꿔야 한다
 
2023-07-14 17:09:24
◆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조화사회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교육 문제의 직접적인 해법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문항 폐지를 언급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사교육비가 지난 2015년 17조8000억 원까지 줄어들다가 지난해 26조 원으로 늘어나는 문제를 심각하게 본 것이다. 사교육 문제는 국민의 상위권 대학에 대한 갈망의 문제이고, 이는 대입 재수(再修) 문제와도 직결된다.

최근 대입 재수생의 비율은 계속 늘어 작년도 수능시험의 재수생 비율이 29.2%로 역대 최고였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고등학교가 4년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재수가 이른바 명문 대학의 입시에 유리함을 보여준다. 2022년도 서울대 신입생 중 고교 재학생 비율은 전체에서 74.6%, 정시에서 39.4%에 불과했다.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올인하는 것은, 졸업생으로서 누리는 렌트(임금 격차)가 사교육을 포함한 입시에 드는 비용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KDI 고영선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상위권과 하위권 대학 졸업자 간의 임금 격차는 근로기간 내내 퇴직할 때까지 유지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사회생활이 길어지는데 한두 해 더 공부해서 평생 렌트를 누릴 수 있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던 킬러문항에 대한 학습을 사교육에서 할 수 있고, 더욱이 재수를 통해 더 익숙한 킬러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재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교 3년간의 공식적인 사교육비에는 재수에 들어가는 1인당 월 300만 원 수준의 학원비 등은 집계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재수를 할 수 있는 계층은 그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이다. 결과적으로 그들 자녀가 재수를 함으로써 상위권 대학에 갈 확률이 높아지고, 학력의 렌트를 더 누린다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재수의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즉, 이들이 사회에 늦게 진출함으로써 생산 증대 기회를 소진하는 데 따른 간접비용도 있다. 재수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민이 세금으로 조달되는 공교육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수를 낳는 정책들의 문제는 가장 활동적이어야 하는 인력들을 놀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해소하고 공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졸업을 촉진하고 재수를 억제해야 한다. 윤 정부 초기에 시행하려던 조기교육이나 조기입학을 허용하고 입시의 동점자 처리에서 저연령자를 우대해야 한다. 그래야 재수 유인이 줄고 사교육비를 줄일 공간이 생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젊은이들이 일찍 사회에 진출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 선진국 청년들은 사회 진출 연령이 낮아지고 있지만 우리 청년들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학벌 렌트를 제거하면서 실력으로 다양한 사회 활동에서 다시 재기하고 경쟁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제는 대입이나 취업에서 ‘재수’를 단순히 인간적 기회 보장의 해법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재수생들도 가장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부담으로 괴롭다. 우리 제도가 만든 관행의 희생자들이고 사실상 사회적 고문이다. 대입이 아니라 사회 진출이라는 다음 단계에 서둘러 진입해 새로운 목표를 향하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조기에 사회적으로 안정되게 해야 결혼도 일찍 하고, 자녀도 일찍 낳고, 그들에게 생애에 걸쳐서 경제적 자유라는 희망을 줄 수 있다. 젊은이들이 조기 사회 진출을 꾀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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