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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화물차 허가제→ 등록제 복귀도 급하다
 
2022-12-02 17:17:28

◆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참가자들은 자영업자들이지 근로자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운송거부 행위 자체는 노동관계법상 ‘파업’이 아니어서 불법도 아니다. 한국은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 국가이므로, 그들이 일을 팽개치고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도 자유다. 다만, 집회 과정에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운송업자에게 참여를 강요하거나 쇠구슬을 쏴 인적·물적 손해를 일으키고, 공장과 사무실 진입로를 봉쇄하는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로 명백한 불법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매일 수천 명이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해 시멘트·정유·철강산업 등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기로 결정해 차주들을 달랬으나, 화물연대는 지난 초여름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또다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 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운송거부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의 경우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동된다. 지금까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1조 원 이상의 피해가 추산되므로 이미 위 요건들은 모두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동된 이상 이젠 엄정한 법률 집행만 남았다. 일각에선 업무개시 명령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및 ‘품목 확대’와 같은 특정 제도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은 정당한 사유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현재 화물차는 허가제로 관리되고 있어, 화물차 업계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2003년 화물연대의 대규모 파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화물차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들어 준 탓이다. 허가제 아래서 운송을 거부하면 정부는 대책이 없게 된다. 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업무개시 명령제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높은 곳에서는 항상 기득권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그 보호를 뛰어넘는 탐욕이 넘실댄다. 화물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허가제에 만족하지 못하고 2020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종의 최저임금제인 ‘안전운임제’까지 요구해 관철했고, 이제는 ‘영구적 안전운임제’에다 품목 확대까지 요구한다.

고질적인 병폐를 뜯어고치는 방법은 진입 장벽을 걷어내는 것뿐이다. 차제에 안전운임 제도를 폐지하는 동시에 허가제를 등록제로 되돌려야 한다. 그것이 입법 사안이어서 당장 어렵다면 시행령을 고쳐 허가의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현재 지하철이나 철도 파업 시에는 신속하게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어 파업을 하더라도 파괴적이거나 극렬하지 않고 타협도 비교적 쉽다.


‘헌법 위에 떼법 있다’는 말은 이제 더는 통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노조가 집단행동을 하면 정부가 번번이 물러서자 이제는 자영업자인 차주들까지도 집단행동을 한다. 도무지 정부의 영이 서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히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법치주의 확립’이다. 노사관계 법치 확립에 가장 좋은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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