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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불안·불만·불신 ‘3不’ 민심…여야, 여론 장악 실패 속 ‘파국적 균형’
 
2022-09-19 15:41:03
◆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 김형준의 Deep Read - 추석 민심과 정국

여야 모두 냉랭한 추석민심 확인…보수는 ‘침묵의 나선’ 빠져들고, 진보의 ‘야당 탄압’ 프레임도 무기력

‘거대정당의 파편화’ 속에서 적대적 공생 흐름…反부패 사정 향배·여야의 리스크 대응·민생경제 회복 등 변수
여야 정치권이 ‘극한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기소-김건희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날 선 공방은 추석 밥상을 겨냥한 민심 잡기 성격이 강하다. 추석 민심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추석 민심은 ‘추석 장터 효과’를 통해 형성된다. 이번 추석 밥상머리에서 확인된 민심 가운데 하나는 여야 모두 지배적인 여론 장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당의 파편화 현상도 심화하는 형국이다. 불안·불만·불신의 ‘3불’이라는 추석 민심을 확인한 여야는 내부 분열 가능성을 품은 채 당분간 ‘파국적 균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장터 효과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제시한 ‘침묵의 나선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여론의 형성-변화-강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개인의 의견은 그들이 어떤 이슈에 대하여 어떻게 지각하느냐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는 것을 기본 가정으로 삼는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특히 강조된다.

추석 연휴 때의 가족 모임이나 친지와의 대인 커뮤니케이션은 매스미디어 역할을 훌륭하게 대체한다. 이른바 ‘추석 장터 효과’다. 특히 가족 친지 등을 만나면서 다수의 의견이 자신의 평소 생각이나 의견과 맞는 것으로 확인되면 적극 동조하지만, 자기 의견이 소수설에 속할 경우엔 침묵을 지킨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다수에게 지지받는 의견은 더욱 힘을 얻게 되고 소수의견은 점차 힘을 잃으면서 추석 민심이 형성된다. ‘침묵의 나선’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추석이라는 장은 유튜브와 SNS에서 나타나는 ‘필터 버블’ 현상을 낳기도 한다. ‘생각 조종자들’의 저자 엘리 프레이저에 따르면, 필터 버블은 자신의 편향성을 뒷받침해주는 견해와 정보를 취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자신의 신념에 반대되는 정보는 ‘틀린 것’으로 단정 짓는다.

이번 추석에선 특이하게도 여야 어느 한쪽이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쟁에만 매달리느라 민생을 뒷전으로 하는 여야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썸트렌드(9월 1∼10일)에 따르면 SNS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따라 다닌 단어의 각각 87%, 92%가 부정어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과 비교해 부정어 비율이 여당은 7%포인트, 야당은 11%포인트나 올랐다.

◇침묵의 나선, 필터 버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앞선 상황에서 중도·보수층은 결집하기보다는 ‘침묵의 나선’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이명박 정권 당시의 ‘광우병 선동’ 같은 굵직한 사건이 없는 데도 이례적으로 낮다. 5월 10일 취임 후 6월 초까지는 50%대를 유지했던 지지율이 두 달 만에 곤두박질해서 지금은 20% 후반에서 30% 초반으로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국민의힘이 당헌 개정을 통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다. 인사 실패, 정책 혼선, 정치 리더십 부재, 대통령의 태도와 스타일로 인한 리스크, 김건희 여사 의혹, 집권당 내홍,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것들이 지지자들로 하여금 침묵의 나선으로 빠져들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과 국민의힘 내부 갈등 등으로 호기를 맞고 있지만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채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을 능가하지 못한다. 통상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정당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로 상승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출마했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가 표적 수사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아니다’라는 답변이 훨씬 높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강성 팬덤 정치, 편 가르기와 극단적인 대결 정치 등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 속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선 개딸과 같은 핵심 팬덤 및 우호적 지지층에선 ‘필터 버블’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민주당이 앞세우는 ‘정치보복’ ‘야당 탄압’이 지배적 여론으로 형성되긴 어렵다.

◇파국적 균형

추석 이후 정국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제3차 윤·명 대첩’이 본격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 대표에 대한 기소와 각종 수사를 전 정권 비리와 부패에 대한 반부패 사정의 신호탄으로 간주한다. 윤석열 정부가 ‘검수완박’을 뒤집고 ‘검수원복’을 꾀한 것은 여야의 전면적인 대결과 충돌을 안내할 전망이다. 야당은 현 상황을 ‘전면전 선포’라고 규정했다.

윤·명 대첩의 승부는 전 정권 비리 수사와 저항에 대한 각각의 여론 확보, 여야의 사법 리스크 대응, 민생 경제 회복 여부 등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교착 상태가 심화하면서 정치로 풀 것을 정치로 풀지 못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일상화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혐오가 극대화하면서 사회 전반에 정치 체제 개편 욕구가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대표 선거법 위반 기소는 ‘정당의 파편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 결과 이 대표가 2027년 대선에 나갈 수 없게 되고 제22대 총선(2024년) 공천권마저 흔들린다면 민주당의 분화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민의힘도 분당 위험에 노출돼 있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 정치와 혁신을 명분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반윤(反尹) 세력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친박 신당’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결국 내부 분열 가능성을 안은 채 각각 핵심 지지층의 분노와 적대감을 최대한 자극해 결속을 확보하면서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른 여야 간 ‘파국적 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민심의 핵심 메시지

불안·불만·불신의 3불 추석 민심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 모두에 부담이다. 국민은 정치권이 과오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요구한다. ‘너 죽고 나 살기’, ‘극단 대 극단’의 대립이 아니라 여야가 함께 ‘민생 경제’에 집중하고 국가의 비전을 만들어내라는 것이 추석 민심의 핵심 메시지다.

명지대 특임교수(정치학),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추석 장터 효과 : 추석 민심은 ‘추석 장터 효과’를 통해 형성. 이번 추석 밥상머리에서 확인된 민심 가운데 하나는 여야 모두 지배적인 여론 장악에 실패했다는 것. 여야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

침묵의 나선, 필터 버블 : 보수 지지층은 다수 비판여론을 의식, ‘침묵의 나선’으로 빠져듦. 민주당은 필터 버블에 따른 팬덤을 보유하지만, 여권 내부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리거나 ‘야당 탄압’ 프레임을 관철하지는 못함.

파국적 균형 : 추석 민심의 핵심 메시지는 여야가 민생경제에 집중하고 비전을 만들어내라는 것. 하지만 불안·불만·불신의 ‘3불’ 민심을 확인한 여야는 각각 내부 분열 가능성을 품은 채 ‘파국적 균형’을 이어갈 것.

‘침묵의 나선’은 고립에 대한 공포가 자신의 소수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다수 의견에 침묵하도록 이끈다는 것. 독일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1966년 ‘여론과 사회 통제’에서 제시.

‘필터 버블’은 원래 인터넷상에서 필터링 된 맞춤형 정보만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것.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가 쓴 ‘생각 조종자들’에 등장하는 개념.

■ 용어설명
‘침묵의 나선’은 고립에 대한 공포가 자신의 소수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 다수 의견에 침묵하도록 이끈다는 것. 독일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1966년 ‘여론과 사회 통제’에서 제시.

‘필터 버블’은 원래 인터넷상에서 필터링 된 맞춤형 정보만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것.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가 쓴 ‘생각 조종자들’에 등장하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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