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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尹정부도 ‘국민연금 대표訴’ 거드나
 
2022-08-31 16:56:22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공석인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수상한 행보를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뜬금없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일원화하는 ‘수탁자책임활동지침 개정(안)’이 적법한지 로펌 3곳에 자문을 의뢰해서다. 로펌 3곳은 모두 ‘적법하다’는 의견서를 냈다고 한다. 이제 보건복지부는 지침 개정을 밀어붙여 본래 정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행사해야 할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그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책위로 넘길 공산이 커졌다.

직전 문재인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했던 지침 개정은 경영계의 강한 반발로 보류됐다. 정부로부터 독립성도 없는 국민연금이 기업 임원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경우 고갈을 앞둔 국민연금기금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소송을 당해 이미지에 타격을 보는 기업은 주가가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 주식을 대량 보유한 국민연금이 가장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게 바로 제 발등 찍기다.

수책위는 전문성도 객관성도 없는 매우 편향된 위원회인 데다, 어떤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조직이다. 따라서 대표소송 결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다. 수년이 걸릴 대표소송에서 국민연금이 패소해도 소송을 결정한 위원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고, 국민연금만 손실을 떠안는다.

소송 남발도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국내 대기업 20여 곳에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사건에 관해 사실관계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 지침 개정이 마무리되면 이들 기업에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로펌들의 검토의견서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본래 수책위는 2018년 7월 법적 근거 없이 기금위 의결로 설치됐었다. 그러다가 2021년 6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그 설치 근거가 마련되면서, 검토·심의기구로 확정됐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수책위에 예외적 결정 권한을 부여했던 기존 지침은 이때부터 자동적으로 무효가 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수책위는 기금위 안건을 사전 검토·심의하는 기구일 뿐 의결기구가 아니다. ‘검토’란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분석해 따지는 일이고, ‘심의’란 어떤 사항에 관해 그 이해득실 등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토의하는 일이다. 이처럼 수책위는 법령상 어떤 결정권도 받은 바 없다. 수책위가 의결할 수 없다는 게 법의 취지이므로, 이를 위반한 지침은 당연히 효력이 없다.

그런데도 로펌들이 무슨 근거로 지침 개정이 ‘적법하다’는 억지스러운 검토의견서를 냈는지 알 수 없지만, 법문상 명확한 사안을 두고도 ‘적법’ 의견을 낸 로펌이 어떤 곳인지 밝히고, 그들의 논리를 공개 토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의 개혁을 외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대표소송 추진을 위해 법률상 기금위 고유의 결정 권한을 그 하부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책위에 넘긴다고 엇박자를 놓는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수책위의 소(訴) 제기를 방관하고, 기업을 골탕 먹이면서 기금에 해가 될 일을 법률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굳이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것이 새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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